가자 전쟁이 미국 음악계에 던진 침묵의 질문
채플 론부터 신예 뮤지션까지, 가자 분쟁을 둘러싼 미국 음악계의 조심스러운 연대와 그 이면의 복잡한 현실을 들여다본다.
로스앤젤레스 슈라인 오디토리엄의 무대 위에 러그와 소파, 스탠드 조명이 놓여 있었다. 마치 동네 카페의 어쿠스틱 공연 같은 소박한 무대였다. 하지만 빨간 곱슬머리의 여성이 무대에 오르자 관객석이 들썩였다. 27세 슈퍼스타 채플 론이었다.
지난 1월 초, 팔레스타인과 수단을 위한 이 자선공연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미국 음악계의 첫 번째 대규모 공개 대응이었기 때문이다.
조용해진 저항의 목소리들
음악은 항상 저항의 언어였다. 베트남 전쟁 시대의 우드스톡, 1980년대 에티오피아 기근과 남아프리카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선 메가 콘서트들, 이라크 침공에 반대한 '록 어게인스트 부시' 컴필레이션까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팝 음악은 블랙 라이브스 매터, 미투, 도널드 트럼프 관련 구호와 집회로 넘쳐났다.
그런데 가자는 달랐다. 2023년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서 1,200명이 숨졌고, 노바 음악 페스티벌에서만 378명이 희생됐다. 이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 대응은 가자를 초토화시켰고 최소 7만 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하지만 미국 음악계의 반응은 예상외로 조용했다. 왜일까?
위험해진 목소리 내기
케라니의 사례가 답을 보여준다. 이 R&B 가수는 작년 4월 코넬 대학교 공연에서 제외됐다. 친이스라엘 학생 단체가 그의 반시온주의 성향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그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인티파다 만세"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인티파다'는 아랍어로 '봉기'를 뜻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유대인에 대한 폭력 선동으로 해석한다.
케라니는 "반유대주의자가 아니라 반제노사이드"라고 해명했지만, 뉴욕 센트럴파크 공연마저 취소됐다. 그는 이스라엘 비판 때문에 다른 공연 기회들도 잃었다고 털어놓았다.
더 극단적인 사례들도 있다. 아일랜드 랩 트리오 니캡은 "하마스 만세, 헤즈볼라 만세"를 외쳤다가 영국 경찰의 테러 수사를 받았고, 미국 비자 후원을 잃었다. 랩 듀오 밥 바일런의 보컬은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서 "IDF에게 죽음을!"을 외쳤다가 영국 총리의 비난과 미국 비자 취소를 당했다.
업계 내부의 갈등
음악 업계는 10월 7일 이전부터 팔레스타인 문제로 분열돼 있었다. 엘비스 코스텔로, 패티 스미스, 퀘스트러브 같은 아티스트들이 이스라엘 보이콧 운동에 동참한 반면, 2012년 유명 매니저 스쿠터 브라운과 애틀랜틱 뮤직 그룹 CEO 엘리엇 그레인지 등이 반보이콧 단체 '평화를 위한 창작 공동체'를 결성했다.
전자음악의 거장 브라이언 이노는 인스타그램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해 침묵해온 것이 내 커리어 최대 후회"라며 "그 침묵은 두려움에서 나왔다. 목소리를 내면 반발을 불러오고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현실적 두려움"이라고 고백했다.
조심스러운 연대, '아티스트 포 에이드'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아티스트 포 에이드'다. 29세 싱어송라이터 무스타파(전 무스타파 더 포엣)가 조직한 이 자선공연은 의도적으로 정치적 발언을 자제했다. 팔레스타인과 수단을 함께 다루며, 특정 국가나 지도자를 비난하지 않았다.
"이 콘서트를 세상에 어떻게 보여줄지 정말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무스타파는 말했다. 무대에서의 정치적 발언을 의도적으로 막았다. "음악가들이 노래를 통해 연대를 표현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것이 그들이 평생 연습해온 언어니까."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LA 지역의 여러 공연장이 설명 없이 예약을 거부했고, 수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레나 대신 6,300석의 슈라인 오디토리엄에서 열려야 했다. "선택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세대교체가 만든 변화
그럼에도 채플 론, 올리비아 로드리고 같은 Z세대 아이콘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기존 민주당 성향 뮤지션들(브루스 스프링스틴, 케이티 페리 등)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채플 론은 가자 문제 등을 이유로 2024년 민주당 지지를 거부했다(물론 카말라 해리스에게는 투표했다고 밝혔다).
관객들 대부분은 케피예를 두르거나 활동가 티셔츠를 입은 것이 아니라, 그저 패셔너블한 음악 팬들이었다. 부츠와 헐렁한 데님을 입고 셀피를 찍으며 루시 다쿠스, 다니엘 시저, 클레어로, 페이 웹스터, 오마르 아폴로 같은 침실팝 스타들을 향해 열광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2023년부터 시작된 '아티스트포시즈파이어' 운동에 서명한 600여 명 중 일부였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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