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된 미국 원조기관의 혁신 연구소, 민간 비영리로 부활
트럼프 행정부가 해체한 USAID 산하 혁신연구소 DIV가 민간 비영리단체로 재탄생. 글로벌 원조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까?
1년 전 해체됐던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혁신 연구소가 민간 비영리단체로 되살아났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몇 달 만에 문을 닫았던 개발혁신벤처(DIV)가 이번엔 정부 밖에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미국인 한 명당 12센트로 세상을 바꾸다
DIV는 작은 프로그램이었다. 미국인 한 명당 연간 12센트도 안 되는 비용으로 운영됐지만, 그 임팩트는 결코 작지 않았다. 전기 없이도 작동하는 신생아 호흡기, 영양실조를 해결하는 고단백 옥수수 품종 개발, 오토바이 택시를 활용한 의료진 파견 시스템까지. 글로벌 보건과 개발 분야의 혁신적 아이디어들을 발굴하고 키워내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USAID 해체 결정으로 "결승선을 눈앞에 둔" 많은 프로젝트들이 갑작스럽게 지원을 잃었다. DIV 전 책임자 사샤 갈런트는 "집에 불이 났는데 아이들을 먼저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민간 자본으로 다시 일어서다
1년이 지난 지금, DIV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갈런트와 동료들이 설립한 독립 비영리단체 'DIV 펀드'가 그 주인공이다. 코에피션트 기빙으로부터 4500만 달러를 포함해 민간 기부금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새로운 DIV 펀드는 연간 2500만 달러 규모로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정부 시절 5000만 달러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상당한 규모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의 정치적 변화에 휘둘리지 않고 지속가능한 혁신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다른 NGO와 무엇이 다른가
DIV의 특별함은 접근 방식에 있다. 대부분의 NGO들이 이미 검증된 솔루션에 자금을 지원하는 반면, DIV는 아직 증명되지 않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한다. 파일럿 테스트를 거쳐 실제 효과가 입증되면 그때서야 대규모 확산을 지원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의 효과는 숫자로도 증명됐다. 202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마이클 크레머 등이 참여한 연구에 따르면, DIV가 초기 3년간 투입한 1920만 달러는 2억8100만 달러 상당의 사회적 편익을 창출했다. 투자 대비 14.6배의 성과를 낸 셈이다.
혁신의 생태계를 다시 구축하다
갈런트는 "말라리아 모기장 배포나 백신 접종 같은 효과적인 프로그램들도 누군가는 처음에 그것이 효과적이라는 걸 알아내야 했다"고 강조했다. 지금 당연하게 여겨지는 개발 솔루션들도 모두 누군가의 혁신적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는 뜻이다.
새로운 DIV 펀드는 단순히 연구개발에 그치지 않고, 민간 기부자와 각국 정부, 다자기구들을 연결해 혁신이 실제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정부와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갈런트는 "증거 기반 혁신을 대규모 프로그램에 통합하려는 모든 파트너에게 문은 활짝 열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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