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석유, 미국에 넘기는 것이 더 나을까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석유 장악, 현지인들은 왜 환영할까? 석유 저주에서 벗어날 마지막 기회인가, 새로운 종속의 시작인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가 자국 석유를 미국에 넘기는 것을 환영하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지난 1월 3일,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독재자 니콜라스 마두로를 체포하는 군사작전을 단행했다. "우리는 석유를 사용할 것이고, 석유를 가져갈 것"이라고 트럼프는 공언했다. 노골적인 제국주의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정작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반응은 달랐다. 이코노미스트 여론조사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인 과반수가 마두로 체포를 지지했고, 35% 미만만이 베네수엘라 정부가 계속 석유산업을 운영해야 한다고 답했다.
축복에서 저주가 된 검은 황금
1922년 카비마스의 한 목장에서 셸 석유회사 직원들이 시추 중 거대한 유정을 발견했다. 며칠간 치솟은 석유 기둥을 보고 어떤 이들은 신의 선물이라 했고, 한 신부는 사탄을 땅에서 끌어올렸다며 꾸짖었다. 이 발견은 베네수엘라에 반세기 넘는 번영을 가져다줄 시작이었다.
1948년부터 미국 기업들이 석유를 추출하고 수익의 절반을 베네수엘라 정부에 주는 '피프티-피프티' 체제가 시작됐다. 이 시기 베네수엘라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가 됐다. 유럽과 세계 각지에서 수십만 명이 일자리를 찾아 베네수엘라로 몰려들었다. 크리스찬 디올이 라틴아메리카 첫 매장을 카라카스에 열었고, 콩코드 여객기가 주 1회 이상 취항했다.
하지만 1930년대부터 지식인 아르투로 우슬라르 피에트리는 경고했다. "석유를 심어야 한다"며 석유 수익으로 다른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은 대대로 학교에서 가르쳤지만, 베네수엘라는 결국 석유에만 의존하게 됐다.
국유화에서 몰락까지
1976년 베네수엘라는 미국 기업들의 자산을 몰수하고 석유산업을 국유화했다. 국영기업 PDVSA는 사우디 아람코에 이어 세계 2위 국영석유회사로 성장했다. 30년간 PDVSA에서 일한 루이스 솔레르는 "우리에게는 규율과 가치가 있었다"며 미국식 9-5 근무와 실력주의 승진 시스템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나 1999년 집권한 사회주의자 우고 차베스가 모든 것을 바꿨다. 그는 수천 명의 숙련된 직원을 당 충성파로 교체했고, 석유를 외교 도구로 사용했다. 쿠바에 석유를 공급하는 대가로 피델 카스트로로부터 독재 기술을 배웠다.
2013년 차베스 사후 집권한 마두로는 더욱 심각한 상황을 초래했다. 2020년에는 정유시설이 무너져 세계 최대 석유보유국이 이란에서 휘발유를 수입하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졌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하루 100만 배럴만 생산해 세계 석유 생산량의 1%에 불과하다.
새로운 딜레마: 미국이냐, 쿠바냐
37세 예술가 마리아-엘레나 폼보는 석유로 만든 실로 벽걸이 작품을 만든다. "석유가 내 인생을 만들었다"고 그녀는 말한다. 석유 엔지니어였던 아버지가 석유도시 카비마스에서 어머니를 만났고, 베네수엘라의 석유 부로 그녀는 카라카스의 명문 공립대학에서 무료로 공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 대학은 건물 지붕이 무너질 정도로 방치됐다. 폼보는 "우리 세대가 석유 혜택을 받은 마지막"이라고 말한다.
야당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트럼프의 행동을 환영했다. 작년 2월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왜 미국인들이 베네수엘라에 관심을 가져야 하느냐"는 질문에 첫 번째로 "석유와 가스" 때문이라고 답했다. 악마와의 거래처럼 보이지만, 이는 더 넓은 감정을 반영한다. 한때 부와 자부심의 원천이었던 석유를 이제 저주로 여기는 베네수엘라인들의 심정 말이다.
불안한 미래, 희망적 기대
트럼프는 이달 베네수엘라가 미국에 3000만-5000만 배럴의 석유를 공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베네수엘라는 첫 판매 대금으로 3억 달러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마두로 정권의 부통령 델시 로드리게스는 "워싱턴의 명령은 이제 그만"이라고 반미 수사를 펼치면서도 "협력 의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전은 산적해 있다. 정치적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고, 새 미국 행정부가 같은 정책을 유지할지 불분명하다. 석유회사들이 장기 투자를 하려면 안정적인 정부가 필요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정치적 전환을 언급하고 있어 카라카스는 통치 공백 상태에 있다.
경제학자 호세 게라는 과거 미국 개입을 비판했지만 이제는 낙관적이다. 미국 정부가 석유 수익 사용에 조건을 달아 베네수엘라의 자연 부를 국가 재건에 쓰도록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트럼프가 베네수엘라 국민을 정말 신경 쓸 것이라는 가정에 의존한다는 지적에 그는 "다른 가정을 할 수도 없다"고 답했다. "베네수엘라 국민은 구경꾼일 뿐 행위자가 아니다. 우리는 그저 상황을 지켜보며 최선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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