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왜 이란의 석유를 언급하지 않을까
베네수엘라에선 석유를 노골적으로 탐했던 트럼프가 이란 공격에선 침묵하는 이유. 1953년 쿠데타의 교훈이 작용하고 있을까.
"석유를 가져와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가 해외 군사개입을 논할 때마다 입에 달고 사는 말이었다. 이라크 석유, 시리아 석유, 베네수엘라 석유. 미국이 피를 흘렸으니 값진 자원으로 보상받아야 한다는 게 그의 일관된 세계관이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테헤란에 폭탄이 떨어지고 중동 전체가 긴장으로 들끓는 지금, 트럼프는 그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세계 석유 매장량 12%를 보유한 나라
이란은 209억 배럴의 확인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총 매장량의 12%에 해당하는 규모다. 트럼프에게는 최고의 유혹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란 석유에 베네수엘라 석유까지 더하면 미국의 에너지 패권은 확고해지고, 중국의 핵심 연료 공급선을 차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공개적으로는 이에 대해 언급을 피하고 있다. 역사를 잘 모르는 트럼프라지만, 1953년 미국이 이란에서 벌인 일의 교훈이 배경에서 어른거리고 있는 걸까?
당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CIA에 이란의 민선 총리를 축출하라고 지시했다. 미국 국민에게는 익숙한 이야기가 들려졌다. 공산주의가 스며들고 있고, 냉전이 경계를 요구하며, 미국은 또 다른 모스크바 동맹국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 하지만 봉쇄정책이라는 그럴듯한 서사 밑에는 더 구체적인 욕망이 있었다. 바로 석유였다.
"이건 베네수엘라보다 큰 문제다"
현재 갈등 초기에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유가 상승을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 미국과 아랍 관리들에 따르면, 대통령은 특히 이미 미군 사상자가 발생한 갈등의 심각성을 고려해 공개 발언을 군사 임무에 집중하라는 조언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이 모든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걸 안다"고 한 고위 아랍 관리는 말했다. "이건 베네수엘라보다 큰 문제다."
실제로 베네수엘라 작전은 몇 시간 만에 끝났지만, 이란과의 갈등은 몇 주 또는 몇 달간 지속될 위험이 있다. 카라카스에서는 니콜라스 마두로의 부통령 델시 로드리게스가 협력적으로 나와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에 접근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란에서는 최고지도자를 잃고도 정권이 계속 저항하고 있다.
가스값 상승이라는 현실
트럼프가 (지금까지는) 이란 석유 통제에 대해 조용히 있지만, 백악관은 전쟁의 경제적 여파로 고전하고 있다. 이란 공격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등 페르시아만 에너지 부문 타격으로 원유 가격이 배럴당 거의 10달러 상승했다. 가솔린 가격은 트럼프 취임 당시보다 높아졌다.
대통령은 공개적으로는 가격 급등에 대해 태연한 모습을 보이며 "오르면 오르는 거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미 나쁜 여론조사에 위축된 백악관 관리들은 가스세 임시 면제, 중동 에너지 인프라 방어를 위한 군 배치 등 여러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1953년의 그림자
1953년 쿠데타 2년 전, 이란의 민족주의 총리 모하마드 모사데크는 영-이란 석유회사 국유화를 추진하며 영국이 운영하던 석유 자원의 통제권을 가져왔다. 이는 영국을 분노케 했고 서구 경제 이익을 위협했다. 영국과 미국은 공산주의를 반대했던 모사데크를 잠재적 소비에트 동맹으로 몰아 냉전 논리로 개입을 정당화했다.
CIA의 매수와 선동을 받은 이란 군부 핵심 인사들이 모사데크를 체포하고 지지자들을 진압했으며, 친미 성향의 샤 모하마드 레자 팔라비가 완전한 권력을 되찾았다.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급작스러운 지도부 교체로 미국과 미국 석유회사들이 이란 석유 부에 상당한 접근권을 얻게 됐다.
하지만 의도치 않은 결과가 뒤따랐다. 이란은 석유 부를 활용해 자체 경제 목표를 추구했고, 특히 1970년대에는 외국 기업과의 관계도 변화했다. 이는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 샤를 축출하려는 이란인들의 거리 시위에서 반미 분노를 부채질하는 요인이 됐다.
역사는 반복될까
에픽 퓨리 작전(Operation Epic Fury)에는 그 이름부터 미묘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베네수엘라에서의 성공에 고무된 트럼프는 이란 최고지도자를 제거한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전임자들이 해내지 못한 일을 성취하는 데 매력을 느끼고 있다.
석유는 분명 유혹적이다. 하지만 중동에서의 미국 개입은 대통령들에게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조지 W. 부시가 경고적 사례이고, 트럼프도 이를 안다. 하지만 아이젠하워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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