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에도 계속된 부패, 우크라이나가 직면한 딜레마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정부를 뒤흔든 대규모 부패 스캔들. 전쟁 중에도 멈추지 않는 부정부패와 서방 지원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전쟁 중인 나라에서 수십억 원이 사라진다면, 그 돈은 어디로 갔을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과 맞서 싸우는 와중에 터진 대규모 부패 스캔들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정부를 흔들고 있다. 2025년 말 발각된 이 사건은 단순한 정치적 파문을 넘어, 전시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는 부정부패의 뿌리 깊은 문제와 서방 지원국들의 신뢰에 균열을 가져오고 있다.
미다스 작전이 드러낸 충격적 진실
국가반부패청(NABU)과 반부패전문검찰청(SAPO)이 주도한 '미다스 작전'은 국영 원자력 기업 에네르고아톰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부패 네트워크를 파헤쳤다. 수사 결과, 대통령과 연결된 고위 인사들과 사업가들이 부풀려진 계약과 리베이트를 통해 수십억 원을 빼돌린 혐의가 드러났다.
이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티무르 민디치는 에네르고아톰 부패 스키마의 배후로 의심받고 있으나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이어서 궐석재판을 받고 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젤렌스키의 오랜 측근이었던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실장이 사임하면서 대통령 핵심 인사들까지 수사선상에 오른 점이다.
키예프 반부패행동센터의 변호사 테티아나 셰브추카는 "전쟁 중에도 부패 관련 스키마가 우크라이나에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불행히도 전쟁 상황에서도 나쁜 행위자들이 이익을 취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개혁가 이미지에 금이 간 젤렌스키
이번 스캔들은 젤렌스키에게 정치적 타격을 안겼다. 그동안 부패 척결을 내세우며 개혁가 이미지를 구축해온 그에게는 치명적인 손상이다. 젤렌스키는 자신과 거리를 두려 노력하며 "수사기관들이 독립적으로 일하도록 놔두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지만, 정치적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깊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난방과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상황에서, 에너지 부문 책임자들이 돈을 빼돌리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셰브추카 변호사는 "사람들은 러시아 때문에 난방이나 전기가 없는 것에 화가 나지만, 동시에 에너지 부문 담당자들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방 지원국들의 우려 확산
이번 부패 스캔들은 우크라이나의 서방 후원국들에게도 경고등을 켰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은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수백조원 규모의 군사·경제 지원을 제공하면서 반부패 개혁을 조건으로 내걸어왔다. 하지만 전쟁 중에도 계속되는 부정부패는 이들의 신뢰를 흔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 입장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런 부패 스캔들은 더욱 민감한 이슈가 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자국 납세자들에게 우크라이나 지원의 정당성을 설명해야 하는데, 지원금이 부패로 새어나간다면 여론의 반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셰브추카 변호사는 다른 시각도 제시한다. "이는 우크라이나에서 체계적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것도 보여준다.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선의로 행동하고 부패를 기소하고 방지할 수 있는 사람들과 그룹들이 있다."
느린 정의, 빠른 정치적 파장
현재 수사는 진행 중이지만, 구체적인 법적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셰브추카 변호사는 "이런 권력층 인사들에 대한 정식 기소를 위해서는 충분한 증거를 수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최소 몇 달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대통령실 부실장이었던 로스티슬라프 슈르마의 경우, 2022년 수사가 시작돼 2024년 해임됐지만 정식 기소는 최근에야 이뤄졌다. 이처럼 고위층 부패 수사는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정치적 파장은 이미 현실이 됐다. 핵심 인사들의 사임과 교체가 이뤄졌지만, 이것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셰브추카 변호사는 "더 큰 질문은 우크라이나인들을 위한 것"이라며 "에너지 회사와 관련된 한 스키마를 중단했지만, 연루된 사람들을 바꾸고 새로운 사람들이 오면 그런 스키마들이 그냥 돌아올 것인가"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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