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자유를 말하는 자리에 비과학자가 섰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과학적 자유 강연' 시리즈를 출범시켰지만, 첫 연사는 과학자가 아닌 저널리스트다. 코로나 음모론과 기후 회의론으로 알려진 인물이 연단에 서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과학적 자유"를 내건 강연의 첫 연사가 과학자가 아니라면, 그 강연은 과학을 위한 것일까, 다른 무언가를 위한 것일까.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지난 화요일, "Scientific Freedom Lectures(과학적 자유 강연)" 시리즈의 첫 번째 강연을 오는 3월 20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NIH는 미국 연방정부 산하 의학·생명과학 연구의 최고 기관이다. 연간 예산만 450억 달러(약 60조 원)에 달하며, 전 세계 의학 연구의 방향을 사실상 좌우한다.
연사는 과학자가 아니었다
강연 시리즈의 이름이 "과학적 자유"인 만큼, 첫 연사로 저명한 과학자나 연구자를 기대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실제 첫 연사로 낙점된 인물은 전직 저널리스트다. 그것도 코로나19 관련 음모론적 주장과 기후변화 회의론으로 주류 과학계에서 비판을 받아온 인물이다.
강연 주제는 "SARS-CoV-2가 실험실에서 우연히 유출됐을 가능성"이다. 이른바 '실험실 유출설'은 수년간 정치적으로 뜨거운 논쟁거리였지만, 현재까지 이를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과학적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CIA, FBI 등 미국 정보기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며, 세계보건기구(WHO)와 다수의 바이러스학자들은 자연 발생 기원 가설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NIH 수장의 이력이 맥락을 만든다
이 상황을 이해하려면 현 NIH 원장 제이 바타차리아(Jay Bhattacharya)를 알아야 한다. 스탠퍼드 의대 교수 출신인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그레이트 배링턴 선언(Great Barrington Declaration)"의 주요 서명자 중 한 명이었다.
이 선언의 핵심 주장은 간단했다. 노인과 취약계층은 보호하되, 나머지 건강한 인구는 코로나19에 자연스럽게 노출시켜 집단면역을 형성하자는 것이었다. 당시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이 주장에 강하게 반발했다. 의료 시스템 붕괴 가능성, 건강한 성인에서도 나타나는 사망률, 롱코비드의 장기적 후유증 등을 근거로 들었다.
바타차리아는 당시 자신의 주장이 부당하게 검열당했다고 믿는다. 그 경험이 그를 NIH 원장 자리까지 이끌었고, "과학적 자유"는 그의 핵심 의제가 됐다.
자유의 이름으로, 누구의 자유인가
여기서 이야기는 복잡해진다. "과학적 자유"는 누구도 반대하기 어려운 가치다. 실제로 역사적으로 주류 과학계가 틀렸고, 이단적 주장이 옳았던 사례들이 존재한다. 위궤양의 원인이 스트레스가 아니라 헬리코박터균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배리 마샬은 당대 학계의 조롱을 받다가 결국 노벨상을 받았다.
그러나 "검열받은 아이디어를 복권한다"는 명분이 모든 비주류 주장을 동등하게 취급하는 것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과학계 내부의 비판은 억압이 아니라 검증의 과정이다. 증거 없이 제기된 주장은 "검열된 진실"이 아니라 단순히 "아직 입증되지 않은 가설"일 수 있다.
이 강연 시리즈가 진정한 과학적 자유를 추구하는 것인지, 아니면 특정 정치적 서사에 부합하는 아이디어들을 NIH라는 권위 있는 기관의 이름으로 세탁하는 것인지—그 경계는 생각보다 흐릿하다.
한국 과학계와 연구자들에게 의미하는 것
이 이슈가 미국 내부 문제로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NIH는 한국 연구자들에게도 중요한 기관이다. 국내 대학과 연구소들이 NIH 펀딩을 받거나 NIH 기준을 참조하는 경우가 많고, NIH가 발표하는 연구 우선순위는 전 세계 의학 연구의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
더 근본적으로, 이 사건은 "과학 기관의 신뢰성이 흔들릴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한국에서도 코로나19 기간 동안 방역 당국과 일부 의사·과학자 사이의 갈등이 있었고, 전문가 의견의 권위가 도전받는 경험을 했다. NIH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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