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실험 vs 첨단 의학기술, 어느 쪽이 미래인가
트럼프 정부가 영장류 실험 중단을 추진하는 이유와 동물실험 없는 의학연구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한국 바이오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5,000마리의 원숭이가 실험실에서 살고 있다. 오리건 보건과학대학(OHSU)의 영장류연구센터에서다. 그런데 이 센터가 곧 문을 닫고 동물 보호소로 바뀔 수도 있다. 놀랍게도 이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반과학' 정책으로 비판받는 트럼프 정부다.
영장류 실험의 종말이 시작됐다
지난주 OHSU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협상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핵심은 영장류 실험을 중단하고 연구센터를 동물 보호소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 내 7개 대학 영장류연구센터 중 하나가 사라지는 역사적 변화를 의미한다.
NIH 원장 제이 바타차리야는 작년부터 동물실험 없는 연구방법을 우선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의 논리는 명확하다. "동물 모델은 기껏해야 차선책이고, 대부분 부정확하다"는 하버드 생명공학자 돈 잉버의 말처럼, 원숭이 실험의 한계가 명백해졌다는 것이다.
한국 바이오산업에 미치는 파장
이 변화는 한국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내 제약회사들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미국 NIH의 연구 데이터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같은 바이오 대기업들은 이미 동물실험 대안기술 개발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대안기술의 급속한 발전이다. 실험실에서 키운 장기 모형(오가노이드), 칩 위의 장기, 고도화된 컴퓨터 모델링 등이 동물실험을 대체하고 있다. 이는 한국 바이오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다.
두 진영의 격돌
하지만 과학계 내부에서는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은 마치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 같다.
동물실험 중단 지지자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 원숭이 실험 결과가 인간에게 적용되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
-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을 원숭이에게 유발하는 실험은 무의미
- 첨단 대안기술이 이미 존재
동물실험 옹호자들은 반박한다:
- HIV 치료제 등 중요한 의학 발전이 영장류 실험에서 나왔다
- 복잡한 인간 질병 연구에는 여전히 필요
- 성급한 중단은 의학 발전을 저해
역사적 전환점의 신호들
사실 이런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하버드대학은 2015년에 영장류연구센터를 폐쇄했다. 세계 최고 의학연구기관 중 하나가 영장류 실험의 비용과 윤리적 문제가 과학적 가치를 넘어선다고 판단한 것이다.
연방정부도 10년 전 침팬지 실험을 완전히 중단했다. 이제 다른 영장류들도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예상치 못한 동맹
흥미롭게도 이 변화를 이끄는 것은 단순한 '반과학' 이념이 아니다. 동물보호단체, 일부 과학자들, 그리고 현 정부가 각기 다른 이유로 기존 체제에 의문을 제기하며 연합을 이뤘다.
동물보호 측면에서 OHSU의 기록은 참담하다. 지난 수십 년간 연방 동물복지법 위반으로 수십 차례 적발됐다. 2020년에는 직원 실수로 원숭이 두 마리가 케이지 세척기에서 죽었고, 2023년에는 신생 원숭이가 떨어진 문에 맞아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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