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 100개로 암을 고친다? 양자컴퓨터의 조용한 도전
루빅스큐브 크기의 양자컴퓨터가 암 진단과 신약 개발에 도전한다. 6개 팀이 겨루는 700만 달러 규모 Q4Bio 대회가 양자컴퓨팅의 실용성을 시험대에 올렸다.
루빅스큐브만 한 기계가 암을 진단할 수 있다면?
영국 옥스퍼드 외곽의 국립양자컴퓨팅센터. 실험실 테이블 위에 거울과 렌즈가 복잡하게 얽힌 장치 안에서 세슘 원자 100개가 레이저 빔에 붙잡혀 격자 형태로 떠 있다. 이 기계를 만든 미국 콜로라도의 스타트업 Infleqtion은 이 장치를 들고 다음 주 캘리포니아 마리나 델 레이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한다. 상금은 500만 달러.
양자컴퓨터, 의료계에 써먹을 수 있을까
비영리 단체 Wellcome Leap이 30개월 동안 진행해온 'Q4Bio(Quantum for Bio)' 대회의 결승전이 다가왔다. 처음 12개 팀에게 각각 150만 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하며 시작된 이 대회의 목적은 단순하다. 지금 당장 존재하는 양자컴퓨터가 인간의 건강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가.
상금 구조는 두 단계다. 200만 달러 상은 50큐비트 이상의 양자컴퓨터로 의미 있는 의료 알고리즘을 실행한 팀에게 돌아간다. 500만 달러 대상은 더 까다롭다. 100큐비트 이상을 활용해, 기존 고전 컴퓨터로는 풀 수 없는 실제 의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결승에 오른 6개 팀의 접근법은 각기 다르다. Algorithmiq(헬싱키)은 IBM의 초전도 양자컴퓨터로 빛에 반응하는 항암제를 시뮬레이션했다. 특정 파장의 빛이 닿는 부위에서만 작동하는 이 약물은 현재 방광암 대상 임상 2상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 약물의 작동 원리가 기존 컴퓨터로는 시뮬레이션이 불가능해 30년간 틈새 치료법에 머물렀다는 것. Algorithmiq CEO Sabrina Maniscalco는 "우리가 개발한 방법은 의료와 생명과학 분야의 화학 시뮬레이션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영국 노팅엄대 팀은 근긴장성 이영양증—성인에게 가장 흔한 근육 디스트로피—의 치료제 후보를 양자컴퓨팅으로 찾아냈다. 팀원 중 한 명인 David Brook은 1992년 이 병의 원인 유전자를 최초로 규명한 과학자다. 30년이 지나 이제 그는 양자컴퓨팅으로 그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을 차단하는 약물의 결합 방식을 계산해냈다.
핵심은 '혼합'이었다
이 대회에서 드러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역설적이게도 양자컴퓨터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한다는 점이다.
모든 팀이 채택한 전략은 양자-고전 하이브리드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가 규모 확장에 실패하는 부분만 맡고, 나머지는 새롭게 개발된 고전 알고리즘이 처리한다. Infleqtion의 양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Teague Tomesh는 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양자 컴퓨터로 데이터 상관관계를 찾아 계산 규모를 줄인 다음, 축소된 문제를 고전 솔버에 넘긴다. 양자와 고전 자원 각각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옥스퍼드대 Sergii Strelchuk 팀은 인간과 병원체의 유전적 다양성을 그래프 구조로 매핑하는 데 양자컴퓨터를 활용한다. 이 파이프라인은 특정 문제에 고전 솔버가 한계에 부딪힐지 사전에 판단하고, 양자 알고리즘이 그 데이터를 어떻게 재구성할지 자동으로 결정한다. "컴퓨팅 비용을 쓰기 전에 이 모든 걸 미리 알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기대치를 낮춰라, 그래도 의미는 있다
대회 프로그램 디렉터 Shihan Sajeed는 냉정하다. "노이즈가 많은 양자컴퓨터로 고전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일을 해내기란 매우 어렵다." 대상 500만 달러는 아무도 못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놀라움을 표한다.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만 해도 양자컴퓨팅이 생물학에 확실히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례를 아무도 몰랐다. 이제 우리는 양자가 의미를 가질 수 있는 분야를 알게 됐다."
상금을 못 받더라도 패배가 아닌 이유가 있다. "그 알고리즘이 쓸모없다는 뜻이 아니다. 단지 필요한 기계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일 뿐이다."
한국에는 어떤 의미인가
국내 관점에서 이 대회는 몇 가지 시사점을 던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양자 관련 반도체 연구에 투자를 늘리고 있고, 정부는 2030년까지 양자 기술에 3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Q4Bio가 보여주는 현실은 냉정하다. 양자컴퓨팅의 실용화는 '양자 단독'이 아니라 '양자+고전의 정교한 분업'에서 시작된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입장에서는 더 직접적인 함의가 있다. 유한양행, 셀트리온 같은 기업들이 신약 개발에 AI를 적극 도입하는 시점에, 양자-고전 하이브리드 시뮬레이션은 다음 단계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특히 기존 컴퓨터로 시뮬레이션이 불가능해 임상 적용이 제한됐던 약물군이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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