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는 왜 100조를 쏟고도 AI 주인공이 못 됐나
머스크 vs 알트만 재판에서 드러난 마이크로소프트의 딜레마. 오픈AI에 100조 원 이상 투자했지만 AI 모델 경쟁에선 뒤처진 MS의 전략적 고민을 분석한다.
"나는 IBM이 되고 싶지 않다." 2022년 4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사내 임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한 줄이 재판 증거로 공개됐다. 챗GPT가 세상에 나오기 7개월 전, 마이크로소프트의 수장은 이미 자신들이 키운 파트너에게 잡아먹힐까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100조 원짜리 파트너십의 역설
현재까지 밝혀진 수치는 이렇다. 2026년 6월까지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에 쏟아부은 돈은 투자 약정, 인프라, 호스팅 비용을 합쳐 1,000억 달러(약 138조 원) 이상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상업 계약 잔여 이행 의무의 45%가 오픈AI와 연결돼 있다. 숫자만 보면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기업 파트너십 중 하나다.
그런데 올해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16% 하락했다. 같은 기간 아마존, 구글, 오라클 등 클라우드 경쟁사들은 모두 오르고 있다. 무언가 어긋났다.
머스크 vs 알트만 재판이 오클랜드 법정에서 진행되는 동안, 의도치 않게 마이크로소프트의 내부 고민이 낱낱이 드러났다. 나델라가 법정에서 한 발언은 솔직했다. "우리가 초기에 가졌던 일부 권리들을 유연하게 포기했다. 오픈AI가 계속 성장하고 번성할 수 있도록." 파트너를 위해 자신의 패를 내려놓은 셈이다.
IBM의 악몽이 현실이 되다
나델라가 IBM을 언급한 건 우연이 아니다. 1980년 IBM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를 자사 컴퓨터에 탑재하기로 계약했다. 결과는 알려진 대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소프트웨어 시장을 장악하며 IBM을 기술 피라미드의 아래층으로 밀어냈다. 하드웨어를 만들던 IBM은 결국 소프트웨어를 만든 마이크로소프트의 하청 업체 신세가 됐다.
나델라는 같은 구도가 반복될까 봐 걱정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애저(Azure)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하고, 오픈AI가 그 위에서 세상을 바꾸는 모델을 만드는 구조. 인프라 공급자는 언제나 모델 개발자보다 낮은 가치 사슬에 위치한다.
그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오픈AI의 기업 가치는 8,500억 달러(약 1,170조 원)에 달한다. 오픈AI는 이제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사인 구글, 오라클, 아마존과도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만의 독점적 파트너가 아닌 것이다. 올해 4월 양측이 계약을 재개정하면서 오픈AI는 어느 클라우드 사업자에게도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모델 경쟁에서의 뒤처짐
나델라는 2024년 1월 "모델은 점점 범용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달 뒤 구글 딥마인드의 공동 창업자 무스타파 술레이만을 영입해 마이크로소프트 AI 부문 CEO로 앉혔다. 자체 모델을 만들겠다는 선언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코파일럿(Copilot)은 챗GPT처럼 대중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지 못했다. 올해 3월에는 코파일럿 리더십을 전면 개편하며 전 스냅(Snap) 임원 제이콥 앤드루를 새로 기용했다. 술레이만은 모델 개발에만 집중하게 됐다. 조직 개편만 반복되는 모양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금 앤트로픽에 50억 달러를 투자하고, 일론 머스크의 xAI 모델도 애저를 통해 공급하는 등 여러 AI 회사와 동시에 손을 잡고 있다. 특정 모델에 올인하지 않는 '플랫폼 전략'이지만, 달리 보면 자체 AI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여러 곳에 베팅하는 분산 전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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