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두 개의 법정에서 운명을 건 한 주
메타가 미성년자 보호 실패와 소셜미디어 중독으로 동시에 재판받는다. 빅테크 규제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까?
5조원 벌금 vs 10조원 손해배상, 메타의 선택은?
마크 저커버그에게는 악몽 같은 한 주가 시작됐다. 메타가 동시에 두 개의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뉴멕시코주에서는 미성년자 성적 착취 방지 실패로, 캘리포니아에서는 소셜미디어 중독 유발 혐의로 말이다.
이는 단순한 법적 분쟁이 아니다. 20년 넘게 자유롭게 성장해온 빅테크 플랫폼들이 처음으로 '아동 보호'라는 사회적 책임을 법정에서 따져 묻는 역사적 순간이다.
뉴멕시코의 고발: "메타가 아동을 미끼로 썼다"
뉴멕시코 검찰총장 라울 토레즈가 제기한 혐의는 충격적이다. 메타가 의도적으로 미성년자에게 성적 콘텐츠를 노출시키고, 성인이 아동을 착취하도록 방조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수사관이 가짜 어머니 계정으로 미성년 딸을 성매매업자에게 제공하는 게시물을 올렸을 때도 플랫폼이 이를 차단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메타는 40건 이상의 증거 배제 신청을 냈다. 저커버그의 하버드 시절 언급 금지, 회사 재정 상태 언급 금지, 전 공중보건의료감의 소셜미디어 정신건강 보고서 인용 금지 등 광범위한 정보 차단을 요구했다. 일부는 받아들여졌지만, AI 챗봇이나 정신건강 피해 관련 언급 차단 요청은 기각됐다.
캘리포니아의 집단소송: "중독을 설계했다"
같은 시기 캘리포니아에서는 미국 첫 '소셜미디어 중독' 재판이 진행 중이다. 수백 건의 민사소송을 묶은 집단소송으로, 메타뿐만 아니라 스냅, 틱톡, 구글도 피고석에 앉았다. 스냅과 틱톡은 이미 합의했지만, 메타는 끝까지 가기로 했다.
핵심 쟁점은 '설계의 의도성'이다. 플랫폼들이 의도적으로 중독성 있는 기능을 설계해 미성년자에게 해를 끼쳤는가? 무한 스크롤, 좋아요 알림, 추천 알고리즘이 단순한 편의 기능인가, 아니면 도파민 중독을 노린 '디지털 담배'인가?
메타의 반박: "우리는 보호하고 있다"
메타는 강력히 반박한다. 대변인 애런 심슨은 "뉴멕시코주가 선정적이고 관련 없는 주장을 하는 동안, 우리는 청소년 지원에 대한 오랜 약속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타의 핵심 방어 전략은 '통신품위법 230조'다. 1996년 제정된 이 법은 온라인 플랫폼이 사용자가 게시한 제3자 콘텐츠에 대해 책임지지 않도록 보호한다. 메타는 "우리는 콘텐츠 제작자가 아니라 중립적 플랫폼"이라는 논리를 펼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검찰은 플랫폼의 알고리즘과 설계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한다. 단순히 나쁜 콘텐츠를 방치한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해로운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승부처: 알고리즘은 '중립'인가 '설계'인가?
이 재판들의 핵심은 기술 철학의 근본적 질문이다. 알고리즘은 중립적 도구인가, 아니면 특정 목적을 위해 설계된 제품인가?
메타는 "알고리즘은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중립적 기술"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반면 검찰은 "참여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계된 중독 메커니즘"이라고 반박한다.
가톨릭대학교 메리 그로 리어리 교수는 "메타가 230조 보호를 주장하는 이유는 성공할 경우 증거 수집 단계 전에 소송이 기각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플랫폼 설계 자체의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230조 보호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
이 재판들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크다. 국내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틱톡 등이 청소년 보호 정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자율 규제 수준이다.
미국에서 메타가 패소한다면, 한국 정부도 더 강력한 규제를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교육열이 높은 한국 부모들의 우려는 정치적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뉴멕시코주는 위반 건당 500만원의 벌금을 요구하고 있다. 위반 건수를 어떻게 계산하느냐에 따라 수천억 원에서 수십조 원까지 벌금이 달라질 수 있다. 메타로서는 '사업 비용'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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