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해적 사이트에서 책을 가져갔다
맥밀란, 맥그로힐 등 5대 출판사와 작가 스콧 터로가 메타를 상대로 저작권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Llama AI 훈련에 LibGen 등 불법 사이트 자료를 무단 사용했다는 혐의다.
도서관이 아니다. 메타가 AI를 훈련시키기 위해 찾아간 곳은 LibGen, Anna's Archive, Sci-Hub 같은 불법 파일 공유 사이트였다.
2026년 5월, 맥밀란·맥그로힐·엘스비어·아셰트·센게이지 등 세계 5대 출판사와 소설가 스콧 터로가 메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의 표현은 직설적이다. 메타가 "역사상 가장 대규모의 저작권 침해 중 하나"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들이 문제 삼은 것은 Llama AI 모델 훈련에 사용된 학습 데이터다. 출판사들은 메타가 자신들의 책과 학술 논문을 허락 없이 "반복적으로 복제"했다고 주장한다.
무슨 일이 있었나
핵심 혐의는 두 가지다. 첫째, 메타가 저작권 보호를 받는 콘텐츠를 무단으로 AI 훈련 데이터로 활용했다. 둘째, 그 출처가 단순한 인터넷 크롤링이 아니라 '악명 높은 불법 사이트'라는 점이다. LibGen은 수백만 권의 학술서와 교재를 무료로 제공하는 사이트로, 저작권법을 정면으로 위반한다. Sci-Hub는 유료 학술 논문을 무료로 배포해 학계에서 오래 논란이 된 플랫폼이다.
소장에 따르면 메타는 이러한 사이트들의 불법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데이터를 수집했다. 단순히 '몰랐다'는 항변이 통하기 어려운 구조다. 원고 측은 메타가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대규모 지식재산을 흡수해 상업적 AI 제품을 만들었다고 본다.
왜 지금 이 소송이 중요한가
이 소송은 단순한 출판사 대 빅테크의 싸움이 아니다. AI 산업 전체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법적 심판이다.
OpenAI, 구글, 앤트로픽 등 주요 AI 기업들도 유사한 저작권 문제를 안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미 Open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번 소송은 '불법 사이트를 의도적으로 활용했다'는 구체적 혐의가 더해져 법적 공방의 성격이 다르다. 과실이 아니라 고의성을 다투는 싸움이다.
출판사들 입장에서 이 소송의 목표는 단순한 손해배상을 넘는다. AI 기업들이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는 관행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선례를 만들려는 것이다. 만약 출판사들이 이긴다면, 현재 AI 훈련 데이터의 수집 방식은 근본부터 바뀌어야 한다.
반면 메타 측은 AI 훈련에 사용된 데이터는 '공정 이용(fair use)' 원칙에 해당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저작권법상 공정 이용은 비상업적·변형적 사용을 보호하는데, AI 훈련이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아직 법원이 명확히 판단하지 않은 영역이다.
이해관계자들이 보는 시각
작가와 출판사는 명백히 피해자 입장이다. 수십 년에 걸쳐 축적한 지식재산이 허락도 없이 AI 모델의 '재료'가 됐다. 스콧 터로는 오랫동안 작가 권리 운동의 목소리를 내온 인물로, 이번 소송의 상징성을 높인다.
AI 개발자 커뮤니티는 복잡한 심정이다. 고품질 학습 데이터 확보는 AI 성능의 핵심이다. 라이선스 비용 지불이 의무화된다면 데이터 비용이 폭등하고, 대형 빅테크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스타트업과 오픈소스 진영에게는 사실상 진입 장벽이 높아지는 셈이다.
규제 당국 입장에서는 이 소송이 법안보다 빠른 규제 효과를 낼 수 있다. EU의 AI법이 데이터 투명성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사법부가 행정부보다 먼저 AI 데이터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시나리오다.
한국의 경우, 네이버와 카카오도 자체 LLM 훈련 과정에서 유사한 데이터 수집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번 소송의 판결 방향은 국내 AI 기업들의 데이터 수집 관행에도 직접적인 참고 기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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