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들과 바퀴가 끊어진다 — 메르세데스의 선택
메르세데스-벤츠가 신형 EQS에 스티어-바이-와이어 기술을 적용한다. 물리적 연결 없이 전자 신호로만 조향하는 이 기술이 자동차 산업과 소비자에게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운전대를 돌리면 바퀴가 돌아간다. 수십 년간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이 물리적 연결이, 이제 끊어지려 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곧 출시될 신형 EQS 세단에 스티어-바이-와이어(Steer-by-Wire) 기술을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로서는 첫 번째 시도다. 핸들과 바퀴 사이를 잇던 랙-앤-피니언 같은 기계 장치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전자 신호와 서보 액추에이터가 채운다. 운전자의 손 움직임은 데이터로 변환되어 바퀴에 전달된다.
비행기엔 이미 수십 년 전 도입된 기술
스티어-바이-와이어는 자동차 업계에서는 낯설지만, 항공 분야에서는 오래된 이야기다. 현대 여객기 대부분은 조종사의 입력을 전자 신호로 변환해 조종면을 움직이는 플라이-바이-와이어(Fly-by-Wire) 방식으로 작동한다. 에어버스가 1980년대에 상용화한 이 기술은 지금은 업계 표준이다.
자동차에서도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인피니티가 2013년 Q50에 처음 탑재했고, 렉서스도 최근 RZ 모델에 적용했다. 하지만 프리미엄 세단 시장의 기준점으로 여겨지는 메르세데스가 이 기술을 EQS에 도입한다는 것은, 단순한 기능 추가 이상의 신호다.
왜 지금인가 — EV와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의 교차점
타이밍이 중요하다. 자동차 산업은 지금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즉 소프트웨어가 차량 경험을 정의하는 패러다임으로 이동 중이다. 스티어-바이-와이어는 이 흐름의 핵심 퍼즐 조각이다.
물리적 연결이 사라지면 무엇이 가능해질까. 우선 조향 감각을 소프트웨어로 튜닝할 수 있다. 같은 차라도 '스포츠 모드'와 '컴포트 모드'에서 핸들 반응이 달라지는 수준을 넘어, 운전자 개인의 취향에 맞게 세밀하게 조정이 가능해진다. 더 나아가, 자율주행 시대에는 핸들 자체가 필요 없는 순간에 완전히 격납되는 디자인도 가능해진다.
전기차 플랫폼과의 궁합도 좋다. 내연기관 차량에서는 엔진룸 구조상 물리적 조향 축이 필수적이었지만, EV는 이 제약에서 자유롭다. EQS가 이 기술의 첫 무대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현대·기아는 어디쯤 와 있나
한국 독자라면 자연스럽게 이 질문이 떠오를 것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이미 스티어-바이-와이어 기술을 개발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플랫폼과 연계한 전자 조향 시스템 연구를 진행해왔고,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 기반 모델들이 잠재적 탑재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아직 양산 적용 일정을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다.
부품 공급망 관점에서도 주목할 지점이 있다. 조향 시스템 분야에서 현대모비스와 만도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다. 스티어-바이-와이어로의 전환은 이들에게 새로운 시장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기존 기계식 부품 사업의 축소를 의미하기도 한다.
소비자가 먼저 물어야 할 것들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도,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하나다. 안전한가?
물리적 연결이 없다는 것은, 전자 시스템이 오작동하거나 해킹당할 경우 조향 자체를 잃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설계 단계에서 다중 백업 시스템이 적용되고, 항공 분야의 신뢰성 기준을 참고한 안전 설계가 이루어지지만, '만약'의 시나리오에 대한 규제 검증은 여전히 진행 중인 영역이다.
또 하나는 운전의 감각이다. 많은 운전자들이 핸들을 통해 노면의 질감, 타이어의 그립 변화를 느낀다. 스티어-바이-와이어는 이 피드백을 인위적으로 재현한다. 얼마나 자연스럽게 구현하느냐가 소비자 수용성의 핵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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