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VC의 '치명적 실수'가 던지는 질문
마샤 부처 VC가 엡스타인과의 관계를 해명했지만, 실리콘밸리의 네트워킹 문화와 듀딜리전스의 한계가 드러났다. 투자자들의 도덕적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1,600번. 데이원벤처스(Day One Ventures) 창립자 마샤 부처의 이름이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문서에 등장한 횟수다. 성범죄자와 7년간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했던 실리콘밸리 VC가 이번 주 해명에 나섰다.
부처는 X(구 트위터)를 통해 "그가 나를 러시아 정권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권력과 인맥을 가진 사람처럼 느끼게 했다"며 "순진했고, 충분히 깊이 파보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2017년부터 시작된 '위험한 동업'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부처는 2017년부터 엡스타인의 홍보담당자 역할을 했다. 2008년 성매매 유죄판결 이후 실추된 그의 명성을 회복시키고, 언론인들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엡스타인은 부처의 데이원벤처스 초기 운영을 지원했고, 현재 이 회사는 4억 5천만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문제는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메일에는 엡스타인이 그녀에게 돈과 프라다 가방을 선물하고, 한 차례 나체 사진을 요구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부처가 응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PR 전문가'의 아이러니
부처의 셀링 포인트는 바로 홍보 전문성이었다. "창업자들의 퍼블릭 이미지를 도와주는 PR 전문가"라는게 그녀의 투자 철학이었다. 슈퍼휴먼, 리모트, 월드코인 같은 성공 사례를 만들어낸 그녀에게 이번 사건은 치명적 역설이다.
더 복잡한 건 그녀의 과거다. 젊은 시절 친푸틴 청년단체 '나시'의 일원이었고, 2012년 다큐멘터리 '푸틴의 키스'에 등장하기도 했다. 물론 현재는 러시아 여권을 포기하고 푸틴을 공개 비난했지만, 권력자와의 '위험한 근접성'은 반복되는 패턴처럼 보인다.
실리콘밸리의 '네트워킹 딜레마'
부처만의 문제는 아니다. 엡스타인 문서에는 수많은 실리콘밸리 거물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혁신과 성장을 추구하는 생태계에서 '인맥'은 생존의 조건이다. 하지만 그 인맥이 어디서 오는지, 누구와 연결되는지에 대한 검증은 얼마나 철저할 수 있을까?
특히 이민자 출신 창업가나 투자자들에게 '보호자' 역할을 하는 기존 권력층의 유혹은 더욱 강하다. 부처가 말한 "러시아 정권으로부터의 안전"이라는 표현에서 드러나듯, 불안정한 지위에서 오는 취약성이 판단력을 흐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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