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 단속에서 사용되는 '덜 치명적' 무기들의 진실
트럼프 정부 이민 단속에서 사용되는 최루탄, 고무탄 등 진압무기의 실제 위험성과 건강 피해를 의료진 관점에서 분석
2만 5천 배 더 강한 캡사이신이 담긴 최루탄이 시위자들을 향해 날아간다.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이민 단속 현장에서 국경순찰대와 이민세관단속청(ICE) 요원들이 군사장비를 착용하고 시위자들에게 무기를 겨누는 모습이 연일 포착되고 있다. 이들이 사용하는 것은 총알이 아닌 '덜 치명적' 무기들이다. 하지만 '덜 치명적'이라는 이름이 무해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진압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
미니애폴리스, 시카고를 비롯한 미국 도시들에서 촬영된 영상들은 충격적인 장면들을 보여준다. 마스크를 쓴 연방 요원들이 군사용 장비를 착용하고 시위자들을 향해 무기를 겨누고 있다. 금속 캔이 큰 소리와 함께 폭발하며 눈부신 섬광을 뿌린다. 피격당한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방향감각을 잃고, 근거리에서 맞은 경우 피를 흘리기도 한다. 연기에 휩싸인 사람들은 기침을 하며 숨을 헐떡인다.
수십 년간 인권 침해의 건강 영향을 연구해온 의료진들이 이런 무기들의 실체와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미시간대학교의 미셸 하이슬러 교수와 캘리포니아대학교의 로히니 하르 교수는 "이들 무기가 어떻게, 어디서, 누구에게 사용되느냐에 따라 심각한 부상과 사망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덜 치명적' 무기의 네 가지 유형
미국 법 집행기관이 사용하는 진압무기는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된다.
화학 자극제는 일반적으로 최루탄으로 불린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CS가스와 OC(올레오레진 캡시컴), 즉 후추 스프레이다. OC는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을 천연 고추보다 수천 배 높은 농도로 함유한다. 스프레이는 캔 설계에 따라 최대 20피트(약 6미터)까지 분사될 수 있다.
운동 충격 발사체는 흔히 고무탄으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고무, 플라스틱, 금속, 폼, 목재 등 다양한 재질로 만들어진다. 단일 발사체도 있고 여러 개의 펠릿으로 분산되는 것도 있다.
섬광탄은 170데시벨 이상의 소음과 눈부신 빛, 열, 파편, 압력을 동시에 발생시켜 사람을 무력화한다. 이는 대부분의 총성보다 훨씬 큰 소음이다.
전자 충격 장치인 테이저는 개별 체포에 주로 사용됐지만, 최근 시위 진압에도 활용되고 있다. 금속 침이 피부에 박히며 고압 전류를 흘려보내 극심한 고통과 일시적 근육 마비를 일으킨다.
유엔 가이드라인과 현실의 괴리
2020년 유엔은 법 집행 과정에서 덜 치명적 무기 사용에 대한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무력은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되어야 하고, 위협에 비례해야 하며, 어린이와 노인 같은 취약계층과 방관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2021년정부회계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ICE 요원들은 진압무기의 안전하고 적절한 사용에 대한 전문 훈련을 받지 않는다. 훈련은 현재 더욱 제한적인 상황이다.
유엔 가이드라인은 무기 배치 전 진정한 위협이 존재하는지 평가하고, 가능하면 시위 지도부와 소통하며, 대안을 고려하고, 명확한 경고를 제공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개인을 직접 겨냥해 발사하지 말고, 머리와 얼굴을 피하며, 최소한의 양만 사용하고, 안전한 탈출로를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심각한 건강 피해의 실상
연구진의 전 세계 의료 문헌 검토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 사이 화학 자극제로 인한 부상이 10만 건 이상 기록됐고, 캔에 맞아 발생한 둔상으로 최소 14명이 사망했다. 높은 농도나 장기간 노출은 각막 궤양, 화학 화상, 만성 호흡기 질환 등 심각하고 영구적인 부상 위험을 높인다.
운동 충격 발사체는 눈 부상이 가장 심각하다. 직격으로 인한 영구 실명이 흔하고, 드물게는 안구를 통해 뇌로 침투하기도 한다. 2017년 체계적 검토에서는 25년간 거의 2천 명이 이런 발사체로 부상당했고, 53명이 사망했으며 수백 명이 영구 장애를 입었다고 확인됐다.
섬광탄은 깊은 화상, 청력 손실, 폭발 관련 외상을 일으킨다. 특히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되거나 개인에게 직접 투척될 때 위험이 크다. 전자 충격 장치는 위험한 심장 리듬 장애와 전기 화상을 일으킬 수 있고, 눈이나 생식기 같은 민감한 부위에 침이 박히면 피부가 찢어지기도 한다.
한국에서의 시사점
한국도 집회 시위 현장에서 유사한 진압무기들이 사용되고 있다. 2016년 촛불집회, 2017년 사드 배치 반대 시위 등에서 물대포와 최루탄 사용으로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특히 백남기 농민의 사망 사건은 진압 과정에서의 과도한 무력 사용에 대한 사회적 성찰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의 사례는 한국 사회에도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덜 치명적'이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이런 무기들이 시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적절한 훈련과 명확한 사용 지침 없이는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경찰청과 관련 기관들은 진압무기 사용에 대한 더욱 엄격한 가이드라인과 투명한 감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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