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를 인정하지 못하는 나라는 강한가
미군의 이란 학교 폭격 사건을 둘러싼 트럼프 행정부의 책임 회피. 역사 속 미국 지도자들의 사례와 비교하며, 강대국의 도덕적 권위란 무엇인지 묻는다.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 약함의 표시라면, 왜 역사상 가장 강했던 지도자들은 그 일을 마다하지 않았을까.
2026년 3월, 미군이 이란의 한 학교를 폭격한 것으로 보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이 사건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책임을 인정하기를 거부했다. 사실관계가 미국 쪽을 가리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백악관의 첫 반응은 부인과 회피였다.
이 반응은 단순한 정치적 계산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강대국의 신뢰를 어떻게 갉아먹는지를 이해하려면, 역사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실수를 인정했던 강대국의 기록
1968년, 베트남 밀라이(My Lai) 마을에서 미군은 수백 명의 민간인을 학살했다. 사건이 공론화되기 전부터 미군은 자체 조사를 시작했고, 책임자들을 군사재판에 넘겼다. 미국 역사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장면 중 하나였지만, 미국은 그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다.
1988년, USS 빈센스 함이 이란 민항기 655편을 격추해 290명이 사망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깊은 유감을 표명했고, 미국은 이후 피해자 가족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했다.
1999년, NATO의 코소보 작전 중 미군 항공기가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 대사관을 폭격했다. 중국인 기자 3명이 숨졌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공개 사과했고, 국무부 대표단이 직접 베이징을 방문해 오폭 경위를 설명했다.
2015년, 아프가니스탄 쿤두즈에서 미군의 공습이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을 파괴했다. 미국은 즉각 조사에 착수하고 책임을 인정했다.
이 사례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인정이 미국을 약하게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미국의 도덕적 권위를 유지하는 토대가 됐다.
왜 지금 이 문제가 더 크게 보이는가
전쟁에서 실수는 피할 수 없다. 아무리 정밀한 군사력도 정보 오류와 인간의 실수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다. 문제는 실수 자체가 아니라, 명백한 사실 앞에서 지도자가 어떻게 행동하느냐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응은 단기적으로는 한 뉴스 사이클을 넘기는 데 유용할 수 있다. 하지만 역사는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초기의 부인과 회피는 결국 더 큰 신뢰 손상을 낳는다. 최종 인정이 늦어질수록, 그 인정의 무게는 더 무거워진다.
더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권위주의 정권은 명백한 사실을 부정하고 현실을 지도자 보호용으로 재구성한다. 민주주의는 다르다고 여겨져 왔다. 실수를 조사하고, 교훈을 얻고, 필요하면 배상하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가 권위주의와 구별되는 방식 중 하나였다.
동맹국들은 이 차이를 알아챈다. 어려운 진실에 솔직한 나라를 신뢰한다. 적들도 마찬가지다. 표면적으로는 인정하지 않더라도, 높은 기준을 스스로에게 적용하는 나라를 존중한다.
강함과 자신감은 다르다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지도자가 강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강함이 아니라 불안의 표시다. 진정한 자신감은 잘못을 직면할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미군은 세계에서 가장 유능하고 전문적인 군사력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무언가 잘못됐을 때 그것을 인정할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성공에 공을 돌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리더십의 진짜 시험은 실패에 어떻게 반응하느냐다.
한국의 시각에서도 이 문제는 낯설지 않다. 한국 사회는 세월호 참사, 이태원 사고 등 국가적 재난 앞에서 정부의 책임 인정 여부가 얼마나 큰 사회적 균열을 만드는지 직접 경험했다.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정치적 자살처럼 느껴지는 순간에도, 장기적 신뢰는 그 인정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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