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제한 조약 종료, 60년 만에 풀린 '판도라의 상자
미·러 신START 조약 만료로 핵무기 제한이 사라진 가운데, 중국까지 가세한 3자 군비경쟁이 현실화되고 있다. 핵 안보의 새로운 위험과 기회를 분석한다.
60년 만에 처음으로 지구상 최대 핵무기 보유국들 간의 구속력 있는 제한이 사라졌다. 지난 2월 5일 미·러 신START 조약이 만료되면서, 핵무기 군비경쟁의 '안전장치'가 완전히 풀린 것이다.
사라진 마지노선
신START 조약은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배치할 수 있는 전략핵무기를 1,550개로 제한했다. 단순한 숫자 제한을 넘어 미사일과 폭격기 제한, 현장 사찰, 데이터 교환, 위성 감시 방해 금지 등 포괄적인 투명성 체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이제 이 모든 제약이 사라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푸틴이 제안한 '기존 제한 유지' 방안을 거부했고, 대신 중국의 급속한 핵무기 증강과 러시아의 전술핵무기까지 포함하는 '더 나은 협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3자 군비경쟁의 현실화
문제는 중국이다. 중국은 현재 미·러보다 훨씬 적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빠른 속도로 증강하고 있다. 미국, 러시아, 중국 간의 예측 불가능한 3자 핵 경쟁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핵무기 협정이 제공하는 4가지 핵심 가치가 모두 위험에 처했다:
- 예측 가능성: 상대방의 최악 시나리오를 가정한 군비 증강 압력 완화
- 투명성: 데이터 교환과 현장 사찰을 통한 상호 이해
- 선제공격 유인 감소: 특히 위험한 무기 체계 제한
- 관계 개선: 핵무기 제한 의지를 통한 적대감 완화
케네디의 교훈을 잊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케네디 대통령은 핵 억제만으로는 너무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즉시 1963년 부분적 핵실험 금지 조약을 체결하고 미·소 핫라인을 구축했다. 이후 모든 미국 대통령들이 핵군비 통제 협정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는 명확했다. 과거 존재했던 핵무기의 5분의 4 이상이 해체됐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인정했듯이, 이러한 협정들은 "미국을 더 안전하게 만들었다".
증강 vs 통제의 갈림길
현재 워싱턴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의 핵무기를 증강해야 한다는 압력이 강하다. 미국은 저장고에 수백 개의 핵무기를 보관하고 있고, 잠수함의 빈 미사일 발사관을 다시 채울 수 있다. 핵무장 해상발사 순항미사일 같은 새로운 무기도 개발 중이다.
하지만 이미 배치된 1,500개 이상의 전략핵무기만으로도 충분한 억제력을 제공한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미국이 증강하면 러시아가 맞대응하고, 중국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우려다.
공통 이익과 현실적 제약
역설적이게도 미·러·중 모두 제한 없는 핵 경쟁을 피할 강력한 이유를 갖고 있다.
미국의 핵 현대화는 막대한 지연과 비용 초과에 시달리고 있고, 산업 기반도 대규모 핵 확장에 준비되지 않았다. 푸틴의 러시아는 경제 규모가 미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소모된 재래식 전력 재건에 집중해야 한다. 중국도 자신의 증강이 미국의 대응을 불러와 핵 제한 체제가 붕괴되면 오히려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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