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핵무기 통제의 마지막 보루가 사라진다
트럼프가 신START 조약 연장을 거부하면서 미-러 간 핵군비 경쟁이 재개될 위기. 60년 핵무기 통제 체제의 종말이 한국과 세계에 미칠 파장을 분석한다.
60년간 이어져온 핵무기 통제 시대가 이번 주 목요일로 끝날 수도 있다.
2011년부터 시행된 미-러 간 신START 조약이 2월 5일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조약 연장을 거부했다. "만료되면 만료되는 것"이라는 그의 말 한마디로, 세계 최대 핵보유국 두 나라는 수십 년간 피해온 군비경쟁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마지막 남은 핵군축 조약의 종말
신START는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할 수 있는 전략핵무기를 각각 1,550개로 제한하는 조약이다. 북미와 유라시아 대륙 간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갈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과 폭격기가 대상이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핵군축 협정의 마지막 생존자인 이 조약이 사라지면, 냉전 시대 긴장을 완화하고 소련 해체 후 핵무기를 대폭 줄이는 데 기여했던 국제 체제가 완전히 무너진다.
흥미롭게도 러시아조차 조약 연장을 원한다. 모스크바는 2023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외교적 갈등으로 조약상 정보교환 등을 중단했지만, 핵무기 보유 한도는 1년 더 지키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1980년대 2만개에서 1,550개까지
신START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핵군축이 얼마나 극적으로 진전됐는지 알 수 있다. 1980년대 미-소 양국은 총 2만개의 전략핵탄두를 서로에게 겨누고 있었다. 유럽 전역과 군함에 배치된 단거리 핵무기까지 합치면 수는 더 늘어났다.
리처드 닉슨이 시작한 SALT(전략무기제한협상)는 1972년 첫 번째 성과를 거뒀다. 로널드 레이건과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이를 START(전략무기감축협상)로 발전시켰다. '제한'을 '감축'으로 바꾼 것만으로도 패러다임이 완전히 달라졌다.
버락 오바마가 2010년 상원에 제출한 신START는 공화당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오바마는 핵무기 현대화에 수백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약속해야만 비준을 받을 수 있었다. 핵무기 산업계를 위한 일종의 '몸값'이었던 셈이다.
트럼프의 중국 카드, 진짜 목적은?
트럼프는 이제 중국을 포함한 '더 나은' 조약을 원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거부 의사를 밝혔고, 전문가들은 이를 기존 조약 연장을 막기 위한 '독약'으로 본다. 양자 간 군축 협정도 어려운데 다자간 협정은 기하급수적으로 복잡하기 때문이다.
핵무기 연구자 파벨 포드비그는 "미국 전문가와 정치계가 전략핵무기 확대 필요성에 본질적으로 합의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주변에는 조약을 미국 힘의 제약으로 보고 군축 협정을 약함의 표시로 여기는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한국이 마주할 새로운 현실
신START 종료는 한국에게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러 핵군비 경쟁이 재개되면 중국도 핵무기 증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미 400개 수준인 중국의 핵탄두가 1,000개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확장억제'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동북아 핵 균형의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특히 한반도 주변 3개국(미국, 중국, 러시아)이 모두 핵무기를 늘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국방비 증액 압박도 거세질 전망이다. 트럼프가 이미 NATO 회원국들에게 국방비를 GDP의 5%까지 늘리라고 요구한 상황에서, 한국도 비슷한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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