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수도를 바꿀 때, 우리는 무엇을 잃는가
트럼프가 워싱턴 DC의 건축물과 설계 심의 체계를 바꾸고 있다. 백악관 동관 철거부터 250피트 개선문까지, 미국 수도의 경관이 달라지고 있다.
영국군이 워싱턴을 불태운 건 1814년이었다. 그로부터 211년 뒤, 《워싱턴 포스트》의 건축 비평가 필립 케니콧은 미국의 수도가 또 한 번 그에 버금가는 위협에 처했다고 말한다. 이번엔 외적이 아니라, 미국 대통령 자신에 의해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백악관 동관(East Wing)이 철거됐다. 그 자리엔 무도회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로즈 가든은 새 단장을 마쳤고,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는 리노베이션을 이유로 2년간 문을 닫는다. 케네디센터 외벽에는 이미 도널드 트럼프의 이름이 새겨졌다.
예고된 변화는 더 있다. 알링턴 국립묘지 인근에 높이 76미터(250피트)짜리 개선문을 세우는 계획, 아이젠하워 행정동 건물 외벽을 새로 칠하는 방안, 내셔널 몰 인근에 조각 공원을 조성하는 구상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숫자 하나가 이 개선문 계획의 의미를 선명하게 해준다. 워싱턴 DC는 스카이라인을 낮게 유지하는 도시다. 고층 건물을 짓지 않는다는 오랜 원칙 덕분에 의회 의사당과 기념물들이 하늘을 지배해왔다. 76미터짜리 개선문은 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구조물 중 하나가 된다.
워싱턴 DC가 다른 도시와 다른 이유
뉴욕은 자연스럽게 성장한 도시다. 워싱턴은 그렇지 않다. 1791년, 피에르 샤를 랑팡(Pierre L'Enfant)이라는 설계자가 밑그림을 그렸다. 격자형 가로망 위에 대각선 대로를 겹쳐, 의사당과 백악관 같은 시민적 거점들을 연결하는 구조였다. 이 방사형 가로망이 만들어내는 원근감과 시야는 단순한 미학이 아니었다. 그것은 공화국의 이념을 공간으로 번역한 것이었다.
이 도시는 100년 넘게 설계 심의 체계를 통해 변화를 관리해왔다. 1910년에 설립된 기관을 포함해 전문 건축가, 조경가, 디자이너들로 구성된 위원회들이 변경 계획을 검토하고 개선해왔다. 과거 대통령들도 백악관과 수도에 손을 댔지만, 이 절차를 우회하진 않았다.
트럼프는 다르다. 그는 이 위원회들을 자신의 사람들로 채웠다. 케니콧에 따르면, 그중엔 어떤 전문성도 확인되지 않는 26세 대통령 개인 보좌관도 포함돼 있다. 심의는 형식상 존재하지만, 실질적으론 고무도장 찍는 절차가 됐다.
찬성과 반대, 그 사이의 질문
비판론자들의 우려는 명확하다. 전문적 심의 없이 진행되는 변화는 되돌리기 어렵고, 한 대통령의 미적 취향이 공공 공간을 영구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케니콧은 고대 로마의 사례를 든다. 새 황제가 즉위할 때마다 전임자의 조각상 머리를 자신의 얼굴로 교체했던 로마처럼, 워싱턴도 권력자가 바뀔 때마다 경관이 뒤바뀌는 도시가 될 수 있다는 경고다.
반론도 있다. 트럼프는 두 번의 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그의 뉴욕 호텔은 관광 명소가 됐고, 그의 골프장은 세계인이 찾는다. 에펠탑도, 자유의 여신상도 처음엔 논란이었지만 결국 사랑받는 랜드마크가 됐다. 대통령의 개선문이 훗날 워싱턴의 상징이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이 불편한 이유는, 미학과 정치가 분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케니콧이 지적하듯, 미국인들은 한때 대통령이 왕처럼 행동하는 것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꼈다. 개선문은 본래 군주의 언어다. 공화국의 수도에 개선문이 선다는 것이 어떤 메시지를 담는지, 그리고 그 메시지에 우리가 얼마나 둔감해졌는지가 이 논쟁의 진짜 핵심일지 모른다.
더 실질적인 우려도 있다. 심의 체계가 무너지면, 다음 대통령도 같은 선례를 따를 수 있다.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권력을 쥔 사람이 수도의 경관을 자신의 의지대로 바꾸는 것이 관행이 된다면, 워싱턴 DC는 어떤 도시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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