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시 샤피로, 유대교 신앙으로 미국 정치의 새 길을 열다
2028년 대선 유력 후보 조시 샤피로가 회고록에서 유대교 신앙을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공개했다. 종교적 정체성이 정치적 리스크에서 기회로 바뀌는 과정을 분석한다.
98번.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조시 샤피로의 새 회고록에서 '신앙(faith)'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횟수다. 2028년 대선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그가 왜 이토록 신앙을 강조하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지친 미국이 도덕적 리더십을 갈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앙이 정치적 자산이 되는 순간
미국 역사를 보면 국가적 위기 때마다 신앙인 대통령이 등장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 후 당선된 일요학교 교사 출신 지미 카터, 빌 클린턴의 성추문 이후 집권한 독실한 기독교도 조지 W. 부시가 그 예다.
샤피로는 이런 역사적 패턴을 정확히 읽고 있다. 그의 회고록 『우리가 빛을 간직하는 곳』에서 그는 자신의 유대교 신앙을 정치적 정체성의 중심에 놓는다. 하지만 방식이 독특하다.
전통적으로 유대교는 차별화의 종교다. 코셔 음식 규정, 안식일 준수 등은 유대인을 다른 민족과 구별하기 위한 것이었다. 2000년 앨 고어의 러닝메이트였던 조 리버만은 이런 차이점을 강조했다. 토요일에는 업무를 보지 않고, 출장 때는 참치 샌드위치를 챙겨 다니며 코셔를 지켰다.
하지만 샤피로는 정반대 전략을 택했다. "나에게 신앙은 종교적 의식보다는 영성에 가깝다"고 그는 말한다. 유대교의 구체적인 율법보다는 '신앙'이라는 보편적 개념으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종교적 정체성의 정치적 변신
이 전략이 얼마나 계산된 것인지는 그가 직면한 현실을 보면 알 수 있다. 2024년 카멀라 해리스의 러닝메이트 후보로 거론될 때, CNN의 존 킹은 "그가 유대인이라서 표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극좌 진영은 그를 '제노사이드 조시'라고 부르며 공격했다.
이런 상황에서 샤피로는 유대교 정체성을 숨기는 대신, 오히려 미국인들을 하나로 묶는 도구로 활용한다. 그의 관저가 폭탄 테러를 당한 후, 소방서 목사가 건넨 기도문을 받고 그는 눈물을 흘렸다. 그 기도문은 그가 매일 밤 히브리어로 자녀들에게 해주는 축복과 같은 내용이었다.
"우리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핵심 가치는 같다"고 그는 결론짓는다.
도널드 트럼프 암살 시도 사건 당시 피해자 가족에게 전화를 걸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들에게 내 신앙에 대해 말했고, 우리가 같은 신앙을 공유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신앙이 평안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했다"고 회고한다.
회피하는 이슈, 드러나는 한계
하지만 샤피로의 전략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그의 회고록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가자지구에 대한 언급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점이다. 10월 7일 하마스 공격에 대해서도 스쳐 지나가듯 언급할 뿐이다.
베냐민 네타냐후를 "역사상 최악의 지도자 중 하나"라고 비판하고, 친팔레스타인 시위의 반유대주의적 요소를 지적하는 등 복잡한 입장을 가진 그이지만, 정작 회고록에서는 이 모든 것을 피해간다.
이스라엘은 그저 십대 시절 "신앙을 느낄 수 있었던 곳"으로만 묘사된다. "이스라엘에서는 신앙이 모든 곳에 있었다. 처음으로 신앙을 느끼고, 보고, 만질 수 있었다"는 식이다.
도덕적 리더십에 대한 갈망
그럼에도 샤피로의 전략이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미국 사회가 도덕적 리더십에 목말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니애폴리스 거리에서 복면을 쓴 무장 요원들에 맞서 호루라기와 휴대폰으로 이웃을 보호하려는 시민들의 모습은 정치적이기보다는 도덕적 동기에서 나온 것이다.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우리는 신앙으로 정의되는 세상을 갈망하고 필요로 한다"는 그의 마지막 문장은 이런 시대정신을 정확히 포착한다.
샤피로는 자신을 "선과 악에 대해 진지하게 말할 수 있고, 도덕적 명확성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종교적 정체성이 정치적 부담에서 자산으로 바뀌는 순간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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