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전쟁이 나면, 당신의 기름값은 얼마가 될까
이란-미국 갈등이 고조되면 국제 유가는 어디까지 오를까. 한국 경제와 소비자 지갑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다각도로 분석한다.
주유소 앱을 열었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는가. 지금 리터당 1,700원대인 휘발유 가격이, 이란 해협이 막히는 순간 2,500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에너지 전문가들 사이에서 조용히 공유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세계 경제의 숨통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핵 협상은 사실상 교착 상태이고, 이스라엘의 군사적 행동 가능성은 여전히 테이블 위에 올라 있다. 분쟁이 실제 무력 충돌로 번질 경우, 그 첫 번째 타격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호르무즈 해협은 폭이 가장 좁은 곳이 약 33km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 하루 평균 1,700만 배럴이 이 좁은 목을 통과한다. 이란이 이 해협을 봉쇄하거나 위협하는 것만으로도, 국제 유가는 즉각 반응한다. 2019년 이란의 사우디 석유 시설 공격 당시, 유가는 하루 만에 15% 급등했다. 실제 전쟁이 발생한다면 그 충격은 비교 자체가 어렵다.
경제학자들이 추산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렇다. 호르무즈 해협이 수주간 봉쇄될 경우 국제 유가는 배럴당 15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유가가 130달러 선을 잠시 돌파했던 것을 기억한다면, 이 숫자가 얼마나 심각한지 가늠이 된다.
한국이 특히 취약한 이유
한국은 에너지 자급률이 5% 미만이다. 원유 수입 의존도는 사실상 100%에 가깝고, 그중 중동산 원유 비중은 70%를 웃돈다. 이란과의 직접 전쟁 당사국이 아니더라도, 한국은 유가 충격의 최전선에 서게 된다.
단순히 주유소 가격만의 문제가 아니다. 원유는 석유화학, 조선, 항공, 운송 전반의 원가 구조를 흔든다. 유가가 10달러 오를 때마다 한국의 무역수지는 연간 약 70억 달러 악화된다는 분석이 있다. 배럴당 150달러 시나리오라면, 현재 대비 60~70달러 상승이므로 무역수지 충격만 400억 달러 이상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대자동차, LG화학, 롯데케미칼 같은 에너지 집약 기업들은 원가 압박을 즉각 받는다. 항공사들은 유류할증료를 올리고, 물류비가 뛰면 소비재 가격도 따라 오른다. 결국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다.
한국은행은 이 상황에서 딜레마에 빠진다.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경기 침체 압력 앞에서 금리를 올리는 것은 가계 부채 1,900조원 시대의 한국에서 또 다른 폭탄이 된다.
승자와 패자: 같은 위기, 다른 운명
모두가 피해자인 것은 아니다. 유가 급등의 수혜자도 분명히 존재한다.
한국석유공사나 에너지 관련 ETF에 투자한 사람들은 단기적으로 수익을 볼 수 있다. HD현대의 조선 부문은 아이러니하게도 LNG선,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 수주가 늘어날 수 있다. 에너지 안보 불안이 커질수록, 각국이 에너지 인프라에 투자를 늘리기 때문이다.
반면 패자는 명확하다. 고정 소득으로 생활하는 서민 가구, 에너지 비용이 큰 중소 제조업체, 그리고 환율이 동시에 오를 경우 이중고를 겪는 수입 의존 기업들이다. 원유를 달러로 사야 하는데, 위기 상황에서 달러는 강해지고 원화는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유가 상승 + 원화 약세의 조합은 한국 경제에 가장 고통스러운 시나리오다.
정부의 대비는 충분한가
한국 정부는 전략비축유 약 9,700만 배럴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약 100일치 소비량에 해당한다. IEA(국제에너지기구) 권고 기준인 90일치를 웃도는 수준이지만, 충격이 장기화될 경우 이 완충재도 한계에 부딪힌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에너지 공급원 다변화다. 한국은 카타르, 호주, 미국산 LNG 수입을 꾸준히 늘려왔지만, 원유 부문의 중동 의존도는 여전히 구조적으로 높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에게 에너지 취약성을 일깨워준 것처럼, 중동 분쟁은 한국에게 같은 경고를 보내고 있다.
기자
관련 기사
미국 해군이 걸프 수로 기뢰 제거에 수주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럽 동맹국은 협력에 소극적이다. 한국 원유 수입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짚는다.
이란 분쟁으로 글로벌 원유·LNG 흐름이 재편되고 있다. 미국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 에너지 수입 구조와 산업계에 미칠 파장을 짚는다.
이란 핵 협상 지연과 혼조세 실적 발표로 글로벌 증시가 하락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시장을 흔드는 지금, 국내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세 가지 신호를 짚는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놓고 충돌하면서 국제 유가가 상승세다. 한국 경제와 에너지 수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의견
이 기사에 대한 생각을 나눠주세요
로그인하고 의견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