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이란 전쟁을 끝낼 수 없는 세 가지 이유
트럼프는 이란 전쟁 종전을 원한다고 말하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이스라엘·걸프 동맹국들의 압력, 그리고 트럼프 자신의 정보 소비 방식이 종전을 가로막고 있다.
전쟁을 끝내고 싶다면, 그냥 멈추면 되지 않을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이란과 "협상을 타결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란 지도부도 "간절히 합의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는 이 발언에 즉각 반응했다. 그런데 막상 전쟁은 멈추지 않고 있다. 왜일까.
지난해 6월, 트럼프는 소셜미디어 게시물 하나로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이른바 '12일 전쟁'을 사실상 종료시켰다. 이스라엘 전투기가 아직 공중에 떠 있던 순간이었다. 그 결단력이 지금은 작동하지 않는다. 이번 이란 전쟁은 그 이전의 어떤 군사적 충돌과도 다른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가 모든 것을 바꿨다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20% 이상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이란은 이번 전쟁에서 이 해협을 부분적으로 봉쇄했고, 전 세계 무역의 90% 이상이 차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에너지 가격은 급등했고, 그 충격은 미국보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훨씬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유라시아그룹의 이란·에너지 분석가 그레고리 브루는 이렇게 말한다. "가장 단순한 이유는 호르무즈입니다." 이란은 군사적으로 큰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한 기뢰 부설 없이 소수의 유조선 공격만으로 해협을 통제하는 능력을 증명했다. 트럼프가 지금 당장 전쟁을 끝낸다면, 그것은 이란의 승리처럼 보일 것이다. 중간선거를 앞둔 대통령에게 고유가는 치명적이다. 그렇다고 물러서기도 어렵다.
이란 입장에서도 셈법은 복잡하다. 지난 1년간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격을 두 차례 받으며 핵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이란 지도부는, 이번에는 다르게 행동하고 있다. 전직 미 국방부 중동 자문인 일란 골덴버그는 말한다. "트럼프는 이란을 구석으로 몰았습니다. 살아남으려면 트럼프의 결정이 재앙이었음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 됐어요."
협상 테이블에서도 간극은 크다. 미국이 제시한 15개 항 평화안에는 고농축 우라늄 재고 반납과 미사일 프로그램 제한이 포함돼 있다. 이란은 이를 거부하고 전쟁 배상금 지급을 포함한 5개 항 역제안을 내놓았다. 양측 모두 협상 초기에 최대치를 요구하는 것은 외교의 상식이지만, 현재로선 합의 가능한 접점이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의 '귀'를 잡고 있는 사람들
트럼프가 전쟁을 끝내고 싶어도, 그를 붙잡는 목소리들이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이 전쟁은 매일이 "전술적 이익"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은 이란의 미사일 발사대를 파괴하고, 헤즈볼라 등 이란의 '저항의 축' 세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네타냐후는 서두를 이유가 없다.
공개적으로는 이란 공습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사우디아라비아도 뒤에서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트럼프에게 전쟁을 계속하라고 비공개 압박을 가하고 있다. 걸프 아랍 국가 지도자들은 트럼프와의 정기 통화에서 "이란의 군사력을 완전히 파괴하기 전에는 물러서지 말라"고 촉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이 호르무즈를 무기화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이상, 걸프 국가들은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트럼프는 이 전쟁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어쩌면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트럼프 자신이다.
그는 군 지휘관들이 편집한 2분짜리 '폭발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전쟁을 소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에너지 가격 급등, 외교적 고립, 글로벌 공급망 교란 같은 전략적 비용이 대통령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불분명하다. 외교 발표의 타이밍이 뉴욕증시 개장·폐장 시각과 맞물려 있다는 점은, 그가 시장을 의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그것이 전쟁을 끝내려는 의지로 이어지는지는 별개 문제다.
스팀슨센터의 선임연구원 에마 애시포드는 이렇게 분석한다. "트럼프는 필요하다고 느낄 때 탈출구를 찾는 데 매우 능숙합니다. 아직 그렇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거죠."
비판론자들은 트럼프를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럼프는 항상 꼬리를 내린다)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본능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아직 위기라고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 이 전쟁은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며, 호르무즈 해협은 그 핵심 통로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현대제철, 롯데케미칼 같은 에너지 집약 산업에 직접적인 비용 압박으로 이어진다. 원화 약세와 맞물릴 경우 수입 물가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이 전쟁의 향방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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