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년을 덮어온 천: 카바를 감싼 정치학
이슬람 성지 카바를 덮는 검은 천 '키스와'는 단순한 종교 의례가 아니다. 누가 이 천을 만들고 보내느냐는 1,000년간 무슬림 세계의 패권을 상징했다.
매년 하지 순례 기간, 180만 명 이상의 무슬림이 메카에 모여 검은 천으로 덮인 정육면체 구조물을 일곱 바퀴 돈다. 그 천의 이름은 키스와(kiswah). 그리고 그 천이 누구의 손에서 만들어져 누구의 이름으로 배달되느냐는, 지난 1,000년 동안 무슬림 세계에서 '누가 진짜 권력자인가'를 선언하는 방식이었다.
천 한 장이 감추고 있는 것들
카바(Kaaba)는 메카 중심에 위치한 높이 약 13미터의 화강암 구조물이다. 이슬람 전통에 따르면 예언자 이브라힘(아브라함)과 그의 아들 이스마일이 세운 일신교 예배 장소다. 내부는 텅 비어 있다. 제단도, 우상도, 유물도 없다. 그런데도 전 세계 무슬림은 하루 다섯 번의 기도를 드릴 때마다 이 구조물을 향해 몸을 돌린다.
그들이 실제로 눈으로 보는 것은 카바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감싼 천, 키스와다. 순도 높은 검은 실크 약 680킬로그램, 금은 자수실 약 120킬로그램이 들어가는 이 천은 꾸란 구절로 수놓인 황금 띠와 함께 매년 새로 교체된다. 제작 비용은 연간 약 500만 달러(한화 약 70억 원) 이상으로, 사우디 왕실이 전액 부담한다.
하지만 키스와가 처음부터 검은색이었던 것은 아니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가장 오래된 키스와는 서기 400년경 예멘의 왕 아스아드 아부 카리브가 두른 붉은 줄무늬 양모였다. 이후 수백 년간 천은 겹겹이 쌓였고, 8세기에 이르러서는 그 무게가 구조물을 위협할 지경이 됐다. 아바스 왕조의 칼리파 알-마흐디가 777년 순례 중 이를 목격하고 '매년 한 장씩 교체'하는 원칙을 세웠다. 이 관행이 1,300년 가까이 이어져 오늘에 이른다.
색깔도 시대마다 달랐다. 흰색, 붉은색, 초록색, 노란색... 나일강 삼각주의 콥트 기독교 직공들이 짠 흰 아마포가 쓰이던 시절도 있었고, 이집트를 지배한 맘루크 술탄들이 선호한 사프란 노란 실크가 덮이던 시기도 있었다. 검은색으로 굳어진 것은 1224년 바그다드의 이슬람 통치자 치하에서였다. 오늘날 대부분의 무슬림이 키스와가 항상 검었다고 믿는 것은, 그만큼 이 상징이 얼마나 완전히 내면화됐는지를 보여준다.
천을 보내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키스와의 역사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색깔이나 재료가 아니다. 누가 이 천을 만들어 보냈는가다.
약 1,000년 동안, 카이로에서 메카로 키스와를 제작해 운반하는 권리는 무슬림 세계의 정통성을 주장하는 자의 전유물이었다. 맘루크 술탄들이 이 역할을 담당했고, 1517년 오스만 제국이 이집트를 정복한 뒤에는 오스만 술탄들이 4세기 동안 카이로에서 천을 보냈다. 천은 단독으로 이동하지 않았다. 마흐말(maḥmal)이라 불리는 화려하게 장식된 빈 가마가 함께 행렬을 이뤘다. 술탄이 직접 오지 않더라도 그의 보호와 권위가 함께한다는 선언이었다.
이 상징 체계가 무너진 것은 1926년이었다. 현대 사우디아라비아의 건국자 이븐 사우드가 메카를 장악하면서였다. 이집트 순례단이 음악과 축제 분위기 속에 마흐말 행렬을 이끌고 도착했을 때, 이븐 사우드의 종교 민병대는 이를 '이슬람에 반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이집트인들을 공격했다.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을 마흐말 사건이라 부른다.
이후 사우디 왕실은 메카 움 알-주드 지구에 킹 압둘아지즈 복합 공장을 세우고 키스와를 직접 제작하기 시작했다. 카이로에서 아라비아 반도로의 권력 이동은 단지 지리적인 것이 아니었다. 세계 이슬람의 종교적 중심이 어디인가, 그리고 어떤 이슬람이 '정통'인가에 대한 정의 자체가 이동했다.
천 조각을 손에 쥔다는 것
매년 이슬람력 첫날, 낡은 키스와가 내려오면 바누 샤이바 가문이 이를 잘라 나눈다. 이 가문은 대대로 이 의식을 맡아온 세습 집단이다. 잘린 조각들은 각국 정상, 박물관, 그리고 마침 그 자리에 있던 평범한 순례자들에게 배분된다.
무슬림 신앙 안에서 이 천 조각은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다. 그것은 지상과 신성 사이를 잇는 매개물로 여겨진다. 많은 무슬림이 키스와 조각에 닿는 것만으로도 기적이 일어난다고 믿는다.
그런데 이 믿음의 대상이 되는 천이, 사실은 세기마다 다른 색깔과 재료로, 다른 손에 의해, 다른 정치적 의도를 담아 만들어져 왔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신성함은 물질에 내재하는가, 아니면 공동체가 그것에 부여하는 믿음 안에 존재하는가.
이 질문은 이슬람만의 것이 아니다. 성물, 국기, 왕관, 헌법 원본... 인류는 늘 어떤 물질에 의미를 새기고, 그 의미를 통해 공동체를 결속시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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