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도 포기한 땅, 경제는 어떻게 될까
기후변화로 전 세계 일부 지역이 보험 가입 불가능해지면서 경제 시스템에 근본적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한국에 미칠 파급효과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해안가의 고급 콘도 소유주 존 밀러는 지난달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30년간 거래해온 보험회사가 계약 갱신을 거부한 것이다. 이유는 단순했다. "허리케인 위험이 너무 크다"는 것. 밀러만의 문제가 아니다. 마이애미 전체가, 아니 플로리다 전체가 점점 '보험 불가능 지역'이 되어가고 있다.
이는 단순한 보험업계 문제가 아니다. 기후변화가 경제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신호탄이다. 보험이 없으면 주택담보대출도, 사업 투자도, 심지어 일상적인 경제활동도 불가능해진다. 전 세계 곳곳에서 이런 '보험 공백지대'가 늘어나고 있다.
숫자로 보는 보험업계의 항복 선언
글로벌 보험업계의 상황은 심각하다. 스위스리 등 재보험사들은 2023년 자연재해로 인한 손실이 950억 달러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대비 38% 증가한 수치다.
뮌헨리 같은 대형 보험사들은 이미 캘리포니아 산불 지역, 텍사스 해안가, 호주 동부 등에서 신규 보험 가입을 중단했다. 문제는 이런 지역들이 경제적으로 중요한 곳들이라는 점이다. 캘리포니아만 해도 미국 GDP의 15%를 차지하는 경제 중심지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손해보험사들은 태풍, 집중호우 등으로 인한 보험금 지급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삼성화재는 작년 자연재해 관련 보험금이 전년 대비 23% 늘었다고 밝혔다.
보험 없는 세상의 경제학
보험이 사라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경제학자들은 이를 '불확실성의 폭발'이라고 부른다.
먼저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는다. 은행들은 보험이 없는 부동산에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플로리다에서는 이미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해안가 주택 가격이 급락하고, 매물은 쌓여가지만 구매자는 찾기 어렵다.
기업 투자도 위축된다. 공장을 짓거나 사업을 확장하려 해도 보험이 없으면 투자자들이 돈을 대주지 않는다. 특히 제조업체들이 타격을 받는다. 현대자동차가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짓고 있지만, 만약 이 지역이 보험 불가능 지역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정부가 나서야 하는 이유
민간 보험사들이 손을 뗀 자리를 누가 메울까? 결국 정부다. 미국에서는 이미 플로리다주 정부가 '마지막 보험사'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주 정부 재정도 한계가 있다.
한국 정부도 고민이 깊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가 늘어나면서 정부가 떠안아야 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중부지방 집중호우 때 정부가 지급한 재해지원금만 수천억 원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기후 리스크 국유화'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다. 민간이 감당할 수 없는 기후 위험을 국가가 떠안는 구조다. 하지만 이것도 지속가능할까?
새로운 해법을 찾아서
일부 혁신적인 해법들이 등장하고 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술 기업들은 AI를 활용해 기후 위험을 더 정확히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더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면 보험료 산정도 더 정교해질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파라메트릭 보험'도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인 손실 보상 방식이 아니라, 특정 기상 조건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더 빠르고 투명하다.
한국에서도 카카오페이나 토스 같은 핀테크 기업들이 새로운 보험 상품을 실험하고 있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혁신적인 보험 모델을 만들 수 있을까?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
하지만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기후변화 자체를 늦춰야 한다.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도시를 더 회복력 있게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경제 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 기후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는 가격 체계, 장기적 관점의 투자 결정, 정부와 민간의 새로운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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