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인도네시아 안보조약, 중국 견제인가 실용외교인가
호주와 인도네시아가 새로운 안보조약을 체결했다. 상호방위조약은 아니지만 중국 부상 속 지역 안보협력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을까.
27년 만에 호주와 인도네시아가 다시 손을 잡았다. 지난 2월 6일 자카르타에서 체결된 '공동안보조약'은 양국이 안보 위협에 대해 정기적으로 협의하고 공동 대응을 모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인도네시아만큼 호주와 인도태평양의 번영, 안보, 안정에 중요한 나라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조약을 "기존 안보·국방 협력의 중대한 확장"이라고 평가했다.
1999년 결별 후 재결합
이번 조약이 특별한 이유는 양국의 복잡한 역사 때문이다. 호주와 인도네시아는 1995년폴 키팅 호주 총리와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시절 안보협정을 체결했지만, 1999년 동티모르 사태로 인해 인도네시아가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당시 호주가 동티모르 독립을 지원하면서 양국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이후 27년간 양국은 경제협력은 유지했지만, 안보 분야에서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
새로운 '자카르타 조약'은 1996년 롬복조약과 2024년 국방협력협정을 기반으로 한다. 양국은 "공동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해 정기 협의하고, "상호 유익한" 안보협력을 추진한다는 데 합의했다.
상호방위조약이 아닌 협의체
하지만 이번 조약은 호주가 작년 파푸아뉴기니와 체결한 푸크푸크조약과는 다르다. 완전한 상호방위조약이 아닌 '협의 중심'의 협정이다.
조약문에 따르면 양국은 공동 안보 이익에 "불리한 도전"에 직면할 경우 "협의"하고, "적절한 경우 개별적 또는 공동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를 검토"한다고 명시했다. 구체적인 군사적 의무는 포함되지 않았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인도네시아 관료의 말을 인용해 "호주가 협정을 더 '눈길을 끌게' 만들기 위해 '조약'이라는 단어 사용을 원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 대한 서로 다른 온도차
전문가들은 이번 조약의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보인다. 양국이 중국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는 중국의 부상을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고 AUKUS 동맹 강화, 대중국 견제에 적극적이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비동맹 외교정책을 고수하며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모든 강대국과 균형 잡힌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시드니 로위연구소의 수잔나 패튼은 "호주와 인도네시아가 지역 안보 전망과 위기 대응에 동의한다는 생각은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슬람 인도네시아 대학의 한가 파타나도 "협의 조약은 오해를 줄일 수 있지만, 어려운 결정을 미루는 품위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며 "가시적이고 측정 가능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용적 협력은 확대
조약 체결과 함께 양국은 구체적인 협력 방안도 발표했다. 군사교육 교류 확대, 호주 국방군 내 인도네시아 고위 장교 상주직 신설, 인도네시아 내 공동 국방훈련시설 개발 지원 등이다.
이는 조약의 상징적 의미를 넘어 실질적 협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국방 역량 강화를 통해 지역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호주의 전략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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