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금값 폭등에도 조용했던 진짜 이유
비트코인이 9만 달러 돌파에 실패한 배경에는 단순한 시장 심리가 아닌 '유동성 몰이' 전략이 숨어있었다. 대형 플레이어들의 주문서 조작이 어떻게 시장을 움직이는지 분석한다.
지난달 금과 은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할 때, 비트코인은 이상하게도 9만 달러 벽을 뚫지 못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안전자산 선호, ETF 자금 이탈, 월말 포지션 정리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거래 분석업체 Material Indicators의 키스 앨런 공동창업자는 "주문서 데이터를 보면 답이 명확했다"며 "9만 달러 바로 아래에서 지속적인 매도 압력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보이지 않는 손의 정체
앨런이 공개한 FireCharts 도구 분석에 따르면, 한 명의 대형 참가자가 '유동성 몰이(liquidity herding)' 전략을 사용해 비트코인 가격을 의도적으로 억눌렀다. 이는 현물 가격 바로 위에 대량 매도 주문을 노출시켜 매수세를 위축시키는 수법이다.
마치 경매장에서 가장 큰 손이 방을 지배하는 것과 같다. 모든 이가 볼 수 있는 곳에 거대한 매도 주문을 걸어두면, 매수는 위험해 보인다. 매수자들이 주저하는 사이 가격은 옆으로 흐르거나 하락하고, 그 플레이어는 조용히 더 유리한 가격에 물량을 수집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시기 8만5천~8만7천500달러 구간에 조밀한 매수 주문들이 집중됐다는 것이다. 이 구간은 수주간 비트코인의 하방을 지지하는 바닥 역할을 했다.
예고된 붕괴
앨런은 당시 "이 지지선이 유지되면 재상승 시도의 기반이 될 수 있지만, 일단 무너지면 빠르게 풀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의 예측은 적중했다.
비트코인이 8만7천500달러 아래로 떨어지자 매도는 가속화됐고, 얇은 유동성이 하락폭을 증폭시켰다. 주말 동안 7만4천~7만6천달러까지 급락한 것은 이런 메커니즘의 결과였다.
앨런은 월간 마감이 약 8만7천500달러(2026년 시가) 아래에서 이뤄질 경우를 '베어라다이스(Bearadise)'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하락 모멘텀이 스스로를 먹이로 삼으며 신뢰가 무너지는 국면을 뜻한다.
암호화폐 시장의 그림자
대형 플레이어들이 주문서 조작으로 단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새로운 일이 아니다. 고래들과 고빈도 거래업체들은 오랫동안 가시적인 주문서 깊이를 이용해 기대심리를 조작해왔다.
문제는 이런 전략이 소규모 투자자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한다는 점이다. 시장 참가자들이 뉴스나 펀더멘털에 집중하는 사이, 정작 가격은 주문서 역학에 의해 움직이고 있었던 셈이다.
한국의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는 더욱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국내 거래소들도 비슷한 패턴을 보일 수 있으며, 특히 김치 프리미엄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이런 조작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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