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폭락, '디지털 금' 신화의 종말인가
비트코인이 77,000달러까지 급락하며 8,000억 달러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지정학적 위험과 달러 강세 속에서 '안전자산'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주말 사이 비트코인이 77,000달러까지 추락했다. 지난 10월 최고점 대비 8,000억 달러의 시가총액이 공중으로 사라졌고, 비트코인은 글로벌 자산 순위에서 톱10 밖으로 밀려났다. 테슬라와 사우디 아람코 뒤로 말이다.
"이건 정말 미친 일이야."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이 한 줄이 지금 암호화폐 시장의 분위기를 압축한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디지털 금'이라 불리며 126,000달러를 찍었던 비트코인이 지금은 2025년 4월 '관세 파동'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삼중고: 지정학적 위험부터 달러 강세까지
이번 폭락의 배경에는 세 가지 악재가 동시에 몰아쳤다. 먼저 미국-이란 간 군사적 긴장 고조가 촉발점이었다. 전쟁 위험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을 찾아 달러로 몰려갔고, 24시간 거래되는 비트코인은 '세계의 ATM' 역할을 하며 가장 먼저 매도됐다.
두 번째는 달러 강세다. 케빈 워시의 연준 의장 지명 소식에 달러가 급등하면서, 달러로 가격이 매겨지는 금과 은까지 동반 폭락했다. 금은 하루 만에 9%, 은은 26%나 떨어졌다. 전통적인 '안전자산'마저 암호화폐와 함께 팔린 것이다.
세 번째는 강제 청산의 도미노다. 가격이 떨어지자 레버리지를 건 투자자들의 포지션이 연쇄적으로 청산되기 시작했다. 토요일 하루 동안 25억 달러 규모의 롱 포지션이 강제 매도됐고, 20만 명의 투자자가 계좌를 날렸다.
마이클 세일러의 악몽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마이클 세일러에게는 특히 끔찍한 주말이었다. 비트코인 가격이 그의 평균 매수가인 76,037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보유분이 '물'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세일러가 비트코인을 강제 매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번졌다. 다행히 그의 비트코인은 담보로 잡혀있지 않아 강제 매도는 없지만, 추가 매수를 위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것은 분명하다. 세일러가 "하락장에서 매수하겠다"고 나섰지만, 시장은 이미 "대형 매수세가 사라지면 누가 받쳐줄 것인가"라는 의구심에 빠졌다.
고래 vs 개미: 엇갈린 선택
흥미로운 것은 투자자 규모별로 정반대 행동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글래스노드 데이터에 따르면, 10 BTC 미만을 보유한 소액 투자자들은 한 달 넘게 지속적으로 매도하고 있다. 35% 하락에 겁먹고 항복 매도에 나선 것이다.
반면 1,000 BTC 이상을 보유한 '메가 고래'들은 조용히 물량을 늘리고 있다. 이들의 보유량은 2024년 말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라왔다. 공포에 질린 개미들이 던지는 코인을 고래들이 받아담고 있는 셈이다.
2022년 암호화폐 겨울의 재현?
이번 사태를 보며 많은 분석가들이 2022년 '암호화폐 겨울'을 떠올리고 있다. 당시에도 투기적 거품이 꺼지면서 비트코인이 80% 폭락했다. 만약 이번에도 같은 수준으로 떨어진다면 비트코인은 25,000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무서운 계산이 나온다.
물론 이번 사이클은 다르다. 블랙록, JP모건 같은 월스트리트 거대 자본이 ETF를 통해 암호화폐에 진입했고, 전 세계적으로 규제 체계도 정비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탐욕과 시장의 버블-붕괴 사이클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2021년에는 테라루나, FTX 같은 사기와 부실이 문제였다면, 이번에는 트럼프 가족의 의혹스러운 수익 추구, 세일러의 무리한 레버리지 매수, 그리고 각종 '암호화폐 인플루언서'들의 투기 조장이 새로운 거품을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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