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의 역설, 번영이 만든 취약성
중동 전쟁이 길어지면서 걸프 국가들의 구조적 취약점이 드러나고 있다. 물과 에너지, 외국인 노동력에 의존하는 번영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파벨 두로프는 지난 주말 텔레그램 CEO로서는 놀라운 메시지를 남겼다. "유럽의 범죄율을 고려하면, 미사일이 날아다녀도 두바이가 통계적으로 더 안전하다. 빨리 돌아가고 싶다." 이란의 미사일이 페르시아만 상공을 가로지르는 순간에도, 걸프 국가들은 관광객과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이 낙관론 뒤에는 60년간 쌓아올린 번영이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실이 숨어 있다.
사막 위에 세운 기적의 그림자
걸프 지역은 지난 반세기 동안 인구가 드문 사막에서 6천만 명이 거주하는 포스트모던 상업 허브로 변모했다. 이 모든 번영은 하나의 전제 위에 세워졌다. '이란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현실은 그 전제를 산산조각내고 있다. 이란이 발사한 수백 발의 미사일과 수천 대의 드론 중 대부분은 미군 기지를 겨냥했지만, 일부는 두바이 호텔 같은 상징적 목표물을 타격했다. 이는 걸프 지도자들에게 미국을 압박해 전쟁을 끝내라는 이란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더 심각한 건 이란이 '단계적 확전'의 사다리를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걸프 항구들에 대한 공격이 시작됐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대한 위협으로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20%가 지나는 이 수로가 사실상 폐쇄됐다.
물이 곧 생명인 곳
가장 끔찍한 시나리오는 물 공급 시설에 대한 공격이다. 아라비아 반도에는 강이나 호수가 없다. 모든 걸프 국가는 해안의 거대한 담수화 시설 네트워크에서 펌핑되는 엄청난 양의 물에 의존한다. 이 시설들은 전 세계 담수화 용량의 절반을 차지하며, 보통 발전소와 결합돼 있어 더욱 취약한 표적이 된다.
"이것은 걸프 지역의 실존적 우려였다"고 유타대학교의 마이클 크리스토퍼 로우 교수는 말했다. 제네바 협약에 따르면 이런 공격은 전쟁범죄에 해당하지만, 전례가 없는 건 아니다. 1991년사담 후세인의 군대는 후퇴하면서 쿠웨이트의 담수화 및 전력 시설을 파괴해 그 나라를 마비시켰다.
외국인 없인 돌아가지 않는 사회
또 다른 취약점은 인력 구조다. 외국인 노동자가 인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걸프에서는 이미 수천 명이 최근 며칠간 피난을 떠났다. 더 큰 규모의 이탈 가능성은 육아부터 석유 시추까지 모든 일을 외국인 노동력에 의존하는 걸프 주민들에게는 공포 그 자체다.
한 익명의 에미리트인은 "이 상황이 1-2주 더 계속되면 관광객과 투자자들이 돌아올 것이고 손실도 회복할 수 있다"면서도 "그보다 오래 지속되면 신만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안다"고 말했다.
선택권 없는 최전선
아이러니하게도 걸프 국가들은 자신들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전쟁의 최전선에 서 있으면서도 상황을 바꿀 힘은 전혀 없다. 이들은 전쟁 시작 결정에 거의 영향력이 없었고, 직접적으로 전쟁 경로를 바꿀 수도 없다.
라이스대학교 베이커연구소의 크리스티안 울리히센 연구원은 "이것이 걸프가 수년간 두려워해온 시나리오"라며 "그들은 직접 연루되지 않은 전쟁에 휘말려 있지만, 최전선에서 반발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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