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죽은 작가를 '부활'시켜 당신의 글을 평가한다
그래머리가 스티븐 킹, 칼 세이건 등 실제 작가들의 AI 버전으로 글쓰기 피드백을 제공하는 '전문가 리뷰' 기능을 출시했다. 허락도 받지 않고.
2억 명이 쓰는 글쓰기 도구의 충격적 변신
그래머리(Grammarly)가 단순한 맞춤법 검사기에서 벗어나 '전문가 리뷰' 기능을 출시했다. 이제 사용자는 스티븐 킹이나 닐 디그래스 타이슨 같은 유명 작가, 학자의 AI 버전에게 자신의 글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심지어 이미 세상을 떠난 칼 세이건이나 편집자 윌리엄 진서의 조언도 들을 수 있다.
문제는 이들 중 누구도 이 서비스에 동의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허락 없는 '디지털 부활'
그래머리는 면책 조항을 통해 "전문가 언급은 정보 제공 목적일 뿐이며, 해당 개인이나 단체의 승인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이는 본질적 문제를 가린다. 실제 작가들의 작품을 무단으로 학습시켜 그들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AI를 만든 것이다.
버밍엄 대학교의 바네사 헤기 교수는 링크드인에서 이를 "역겨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올해 1월 세상을 떠난 역사학자 데이비드 아불라피아의 AI 버전이 여전히 피드백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죽은 자를 이렇게 냉소적으로 되살리는 것"이라고 분노를 표했다.
교육 현장의 새로운 딜레마
이 기능이 교육계에 던지는 파장은 더욱 복잡하다. 학생들은 이미 AI로 작성한 과제물 때문에 교수들과 씨름하고 있다. 이제 '유명 전문가의 검토'라는 명목으로 AI 도구를 사용한다면, 이것이 학습인가 부정행위인가?
예일대 박사후연구원 C.E. 오빈은 "실제 전문가들이 관여하지 않았으므로 이는 전문가 리뷰가 아니다"라며 "인문학이 모든 각도에서 공격받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 사고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모독적"이라고 비판했다.
한국 교육계는 준비됐나
국내에서도 네이버 클로바X나 카카오브레인의 AI 글쓰기 도구들이 확산되고 있다. 만약 이런 '전문가 AI' 서비스가 한국어로 출시된다면? 조선왕조실록을 학습한 이순신 AI가 역사 과제를 검토하거나, 김수환 추기경의 AI가 윤리 에세이에 조언을 준다면?
교육부와 대학들은 아직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은 '도구 사용'과 '부정행위' 사이의 경계에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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