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만찬: 트럼프는 왜 기자들의 파티에 나타났나
105년 역사의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으로 참석했다. '가짜뉴스'라 불러온 언론과 한 테이블에 앉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가짜뉴스의 적들"을 앞에 두고, 트럼프는 웃으며 건배를 들 것이다.
2026년 4월 19일 토요일 밤, 워싱턴 D.C.의 한 연회장에서 묘한 장면이 연출됐다. 10년 넘게 언론을 "국민의 적"이라 불러온 대통령이, 바로 그 언론인들이 주최하는 연례 만찬의 주빈석에 앉았다. 백악관 출입기자단(WHCA) 만찬 105년 역사상 가장 기묘한 저녁이었다.
이 자리가 원래 어떤 자리였나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은 매년 봄 워싱턴에서 열리는 행사로, 표면적으로는 언론의 자유와 저널리즘을 기념하는 자리다. 1924년 캘빈 쿨리지 대통령이 처음 참석한 이래, 역대 대통령들은 대체로 이 자리에 나와 코미디언의 독설을 웃으며 받아넘기는 전통을 이어왔다. 하지만 기자들이 자신이 취재해야 할 권력자들과 어울려 파티를 즐긴다는 점에서, 이 행사는 언론 윤리 측면에서 늘 불편한 시선을 받아왔다. 참석자 중 기자 대 비기자의 비율은 대략 1 대 10. 사실상 워싱턴 권력층의 사교 모임에 가깝다.
트럼프는 첫 번째 임기 내내 이 행사를 보이콧했다. 만찬이 열리는 날 밤에는 일부러 지지자 집회를 열어 맞불을 놓기도 했다. 두 번째 임기 첫 해인 지난해에도 불참했다. 그런 그가 올해 3월 초, 트루스소셜에 참석 의사를 밝히는 글을 올렸다. "출입기자단이 매우 정중하게 요청했고, 많은 이들이 나를 역대 최고의 대통령, G.O.A.T.로 인정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출입기자단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왜 하필 지금인가: 코미디언 없는 만찬
타이밍을 보면 흥미로운 맥락이 드러난다. WHCA가 올해 만찬의 여흥 프로그램으로 코미디언 대신 멘탈리스트오즈 펄먼을 섭외했다고 발표한 것은 2월 말이었다. 트럼프가 참석 의사를 밝힌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 후였다.
이 순서가 우연만은 아닐 수 있다. 트럼프에게 코미디언의 독설은 오랜 트라우마다. 2011년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 손님 자격으로 참석했던 트럼프는 오바마와 코미디언 세스 마이어스의 조롱을 굳은 표정으로 견뎌야 했다. 2018년에는 코미디언 미셸 울프가 "포르노 배우가 트럼프와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하는 말처럼, 빨리 끝냅시다"라는 오프닝 멘트로 보수 진영의 퇴장 사태를 불러일으켰다. 지난해에는 섭외한 코미디언 앰버 러핀이 트럼프 행정부를 "살인자 무리"라고 표현한 발언이 문제가 되자 WHCA가 급히 계약을 해지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결국 트럼프는 그 해도 불참했다.
독설 없는 만찬이 보장된 상황에서, 트럼프는 비로소 참석을 결정했다. 전직 WHCA 이사회 멤버는 익명을 조건으로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일들에 남은 기회가 많지 않다는 걸 그도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권력의 언어로 읽는 이 장면
이 만찬의 진짜 의미는 화해나 유머가 아니다. 전직 WHCA 회장 조지 콘던은 핵심을 이렇게 짚었다. "2기 트럼프는 1기에서 자신을 반대하거나 당황하게 만든 모든 조직을 '장악'하려 한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언론에 가한 압박의 목록은 길다. 지난 15개월 동안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기자 구금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마음에 들지 않는 보도를 한 방송사의 면허 취소를 거론했다. NPR과 PBS의 연방 지원금을 끊었고, 미국의 소리(VOA)를 사실상 무력화했다. 국방부에서 주류 언론 기자들을 몰아냈다. 그리고 지난해 초에는 수십 년간 WHCA가 담당해온 백악관 풀 기자단 구성권을 행정부가 직접 가져갔다. 대통령이 누가 자신을 취재할지를 직접 결정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그 WHCA가 이번에 트럼프를 초대했다. 그리고 트럼프는 주빈석에서 마이크를 잡고 아래에 앉은 기자들을 향해 연설할 것이다. 기자들은 앉아서 들을 수밖에 없다.
불편한 질문들
한국 독자들에게 이 장면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권력과 언론의 관계라는 보편적 문제는 어느 사회에나 존재한다. 국내에서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언론사 인사, 광고 압박, 방송 면허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번 만찬이 제기하는 질문은 두 가지다. 첫째, 언론은 자신을 공격하는 권력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보이콧인가, 참여인가. 참여가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인가, 아니면 감시의 기회를 유지하는 것인가. 둘째, 언론과 권력 사이의 '적절한 거리'는 어디인가. 출입기자단 만찬처럼 권력자와 어울리는 자리 자체가 저널리즘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은 아닌가.
WHCA 회장 웨이지아 장은 이번 사안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그 침묵 자체가 하나의 답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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