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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출 급증 속 미국행 수출은 감소... 한국 기업들의 딜레마
정치AI 분석

반도체 수출 급증 속 미국행 수출은 감소... 한국 기업들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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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기업 수출이 반도체 호황으로 10% 증가했지만, 트럼프 관세 우려로 미국 수출은 3.8% 감소. 기업들의 시장 다변화 전략과 불확실성 속 선택은?

부산항에 쌓인 컨테이너들이 128조원이라는 숫자로 말한다. 작년 4분기 한국 대기업들이 해외로 내보낸 물건들의 가치다. 10.1% 증가한 이 수치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그 이면에는 한국 기업들이 마주한 복잡한 현실이 숨어있다.

반도체가 이끈 성장, 하지만 미국은 예외

기획재정부가 1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수출기업 70,223개 중 상위 917개 대기업의 4분기 수출액이 1,281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 성장을 이끈 주역은 단연 반도체였다. 글로벌 AI 붐과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반도체 수출이 9.1% 늘어나면서 전체 수출 증가를 견인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메모리 반도체 강자들에게는 단비 같은 소식이다. 특히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증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시장이 호조를 보인 건 아니다. 가장 큰 수출 대상국인 미국으로의 수출은 오히려 3.8% 감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포괄적 관세 정책이 불러온 불확실성 때문이다.

기업들의 우회 전략, 중남미와 중동으로

한국 기업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을 피해 새로운 수출처를 적극 개척했다. 중남미 수출은 32.2%, 중동 수출은 19.8%나 급증했다. 이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미국으로의 수출 재개를 주저하고 있다"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국회에서 계류 중인 통상협정 법안을 둘러싼 긴장과 관세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의 선전이 눈에 띈다. 중소기업 수출은 10.8% 증가해 대기업을 앞섰다. 규모는 작지만 더 빠르게 시장 변화에 적응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신호탄

이번 수출 데이터는 단순한 분기별 실적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프렌드쇼어링(친구국 중심 공급망)' 정책과 중국과의 기술 경쟁이 심화되면서, 한국 기업들은 전에 없던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반도체처럼 기술 집약적 산업에서는 여전히 한국의 경쟁력이 빛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할 수는 없다.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처럼 미국과 중국 모두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더욱 신중한 전략이 필요하다.

중남미와 중동으로의 수출 증가는 이런 맥락에서 읽혀야 한다. 단순한 시장 다변화를 넘어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전략적 선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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