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파일 공개, 미국 좌우를 하나로 뭉치게 한 '권력 불신
엡스타인 사건 문서 공개로 드러난 미국 사회의 엘리트 불신. 좌우를 막론하고 확산되는 음모론이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350만 건. 지난 주말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수사 문서의 숫자다. 하지만 이 대량 공개는 의혹을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제프리 엡스타인은 수년간 수십 명의 소녀와 여성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인신매매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금융업자다. 그가 정치인, 기업 임원, 저명한 언론인 등 권력층과 광범위한 인맥을 유지했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된 바다.
문서 공개가 키운 의혹
문제는 이번 문서 공개가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더 많은 추측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000번 이상 언급됐다는 소셜미디어 게시물들이 확산됐지만, 이는 FBI 공개 제보라인에 접수된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이었다.
브라운대학교의 정치학 교수 아슈토시 바르시니는 "MAGA 진영에게 엡스타인과 그 동조자들은 '연안 엘리트들의 면책 문화'를 완벽하게 상징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엡스타인에 대한 의혹과 음모론은 우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연안 엘리트에 대한 불신이 좌우를 막론한 현상이 되면서, 엡스타인은 정치적 스펙트럼을 넘나드는 관심사가 됐다. 이는 단순한 정파적 히스테리나 가십거리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다.
진짜 피해자들의 목소리
하지만 음모론의 소용돌이 속에서 잊혀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바로 실제 범죄와 그 피해자들이다. 피해 여성들의 변호사들은 현재 정부에 최근 공개된 엡스타인 파일을 삭제해달라고 청원하고 있다. 수천 건의 문서에서 피해자들의 이름과 사진이 제대로 편집되지 않은 채 공개됐기 때문이다.
프랑스 르몽드지에 기고한 정치학자 줄리앙 지리는 "음모론은 우리 사회의 상태를 보여준다"며 "미국에서 이러한 이론들은 정치, 언론, 사법 엘리트에 대한 만연한 불신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끝나지 않는 의혹의 순환
역설적이게도 더 많은 문서 공개는 의혹을 해소하기보다는 법무부와 다른 '엘리트' 기관들에 대한 의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가 수백만 페이지의 추가 증거를 은폐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월요일에는 빌 클린턴과 힐러리 클린턴 부부가 엡스타인 수사를 조사하는 하원 위원회에서 증언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엡스타인 사건이 미국에서 가장 드문 일을 해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바로 미국의 좌파와 우파를 공통의 적, 즉 여전히 면책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의심받는 권력층에 맞서 단결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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