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물 2,000톤, 갈 곳이 없다
원자력 발전이 기후 해법으로 재조명받는 지금, 미국에서 매년 쌓이는 고준위 핵폐기물 2,000톤의 영구 처리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빅테크의 원전 투자 열풍이 오히려 이 오래된 숙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미국 원자력 발전소 부지 어딘가에, 수십 년 전 만들어진 금속 용기 안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쌓여 있다. 임시 보관 시설에. 설계 수명을 이미 넘긴 곳도 있다. 그리고 매년 2,000톤씩 더 늘어나고 있다.
원자력이 '기후 해법'으로 화려하게 귀환하는 지금, 아무도 입 밖에 내고 싶지 않았던 질문이 다시 떠오른다. 이 폐기물은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가?
왜 하필 지금인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은 지난 2년 사이 소형모듈원자로(SMR) 스타트업과 기존 원전 운영사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AI 데이터센터가 먹어치우는 전력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24시간 안정적으로 탄소 없이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원자력이 유일한 현실적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여론도 바뀌었다. 미국 내 원자력 지지율은 최근 수년간 꾸준히 상승해 이제 좌우를 가리지 않는 드문 초당적 지지를 받는 에너지원이 됐다. 삼마일섬 원전이 재가동됐고, 폐쇄 예정이었던 여러 원전이 수명 연장을 결정했다.
그런데 바로 그 때문에 문제가 더 커졌다. 원전이 많아질수록, 폐기물도 많아진다. 그리고 미국에는 아직 고준위 핵폐기물을 영구적으로 처리할 시설이 단 한 곳도 없다.
'임시'가 영구가 된 반세기
미국의 핵폐기물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1987년 미 의회는 네바다주 유카 마운틴을 영구 처분장으로 지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지역 주민과 주 정부의 반발, 정치적 줄다리기 끝에 오바마 행정부가 2010년 해당 프로젝트를 사실상 폐기했다. 그 이후 15년 동안 미국은 대안을 찾지 못했다.
현재 고준위 핵폐기물은 전국 70여 곳 이상의 원전 부지에 분산 보관 중이다. 두꺼운 콘크리트와 강철로 된 '건식 저장 용기'에 담겨 있어 단기적으로는 안전하다고 평가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다. 수만 년 동안 방사능이 유지되는 물질을 수십 년짜리 용기에 넣어두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이해관계자들의 엇갈린 목소리
원전 업계와 빅테크 입장은 명확하다. 폐기물 문제는 해결 가능한 공학적 과제이며, 기후위기라는 더 큰 위협 앞에서 원전 확대를 멈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핀란드는 이미 세계 최초의 고준위 핵폐기물 영구 처분장 온칼로(Onkalo)를 건설 중이고, 스웨덴도 부지를 확정했다. '불가능한 문제'가 아니라는 근거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폐기물 처리 해법도 없이 원전을 늘리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청구서를 떠넘기는 행위라고 비판한다. 특히 처분장 후보 부지로 거론되는 지역 주민들, 상당수가 원주민 공동체나 저소득층인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환경 정의 문제도 제기된다.
지역 주민들의 입장은 더 복잡하다. 원전 자체는 일자리와 세수를 가져다주지만, 핵폐기물 처분장은 다른 문제다. '우리 지역에는 안 된다(NIMBY)'는 반응은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나타난다.
기술이 구원할 수 있을까
일부 전문가들은 차세대 원자로 기술이 해법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부 SMR 설계는 기존 폐기물을 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용융염 원자로 등 4세대 원자로는 폐기물 발생량 자체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기술들은 아직 상업적 검증이 되지 않았다.
공학적 해법이 나온다 해도, 결국 마지막 관문은 정치다. 어느 지역이 처분장을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는 과학이 아니라 신뢰와 보상, 그리고 민주적 합의의 문제다. 핀란드가 성공한 것도 기술 때문만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친 지역 사회와의 투명한 소통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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