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후에도 아이를 낳을 수 있다면?
직장암 치료 중 자궁을 이동시키는 실험적 수술로 5명의 아기가 태어났다. 의학 기술이 생명의 가능성을 어떻게 확장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5명의 아기가 태어났다. 모두 어머니가 직장암이나 대장암 치료를 받은 후였다. 불가능해 보였던 일이 스위스 한 병원에서 현실이 됐다.
지난주 스위스 연구진이 발표한 소식이다. 루시엔이라는 이름의 남자아이가 태어났는데, 그의 어머니는 암 치료 전에 특별한 수술을 받았다. 의사들이 자궁과 난소, 나팔관을 일시적으로 다른 곳으로 옮겨놓았다가, 치료가 끝난 후 다시 제자리에 놓은 것이다.
방사선이 앗아간 희망을 되찾다
직장암과 대장암 치료에 쓰이는 방사선과 항암제는 생명을 구하지만, 동시에 다른 희망을 앗아간다. 골반 부위에 조사되는 강력한 방사선은 자궁과 난소를 손상시켜 임신 가능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기존에는 난자 냉동보존이나 난소 조직 냉동보존 같은 방법이 있었지만, 이마저도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었다. 자궁 자체가 손상되면 임신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외과의들이 생각해낸 방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치료 중에는 장기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가, 치료가 끝나면 다시 가져다 놓는 것이다. 마치 공사 중에 가구를 다른 방으로 옮겨놓는 것처럼.
유럽 첫 사례, 그리고 그 이후
루시엔은 이 수술 후 태어난 유럽 첫 번째 아기다. 전 세계적으로는 다섯 번째다. 그런데 이 소식이 알려진 후 최소 3명의 아기가 더 태어났다고 한다.
수술 자체는 복잡하다. 자궁과 난소, 나팔관을 골반에서 분리해 복부의 다른 부위로 이동시킨다. 방사선 치료가 끝나면 다시 원래 자리로 옮기는 재건 수술을 한다. 전체 과정이 몇 달에서 몇 년까지 걸릴 수 있다.
하지만 결과는 놀랍다. 지금까지 시술받은 환자들 대부분이 월경 주기를 회복했고, 자연 임신이 가능해졌다.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국내에서도 젊은 암 환자들의 생식능력 보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등 주요 의료기관들이 난자 냉동보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스위스 사례 같은 자궁 이동술은 아직 국내에서 시행된 바 없다. 수술 난이도가 높고, 장기적인 안전성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건강보험 적용 여부도 불분명하다.
그럼에도 의료진들은 주목하고 있다. 국내 젊은 여성 암 환자가 매년 1만 명 이상 발생하는 상황에서, 생식능력 보존은 삶의 질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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