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라비의 경고: 이란 현 지도부와 협상하지 마라
이란 왕정 복고 운동의 상징 레자 팔라비가 서방에 이란 현 지도부와의 핵 협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중동 정세와 핵 협상의 향방, 한국 에너지 시장에 미칠 영향까지 짚어본다.
46년 전 아버지가 혁명으로 쫓겨난 나라. 레자 팔라비는 지금도 그 나라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이란의 마지막 왕 모하마드 레자 샤의 아들이자 이란 왕정 복고 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레자 팔라비가 최근 서방 지도자들에게 강한 경고를 보냈다. 요지는 단 하나다. "이란의 현 지도부와는 어떤 협상도 하지 말라."
누가, 왜 이 말을 꺼냈나
팔라비의 발언은 미국과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물밑 협상을 재개했다는 신호가 잇따르는 시점에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재집권 이후 대이란 최대 압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외교적 해법의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고 있다. 이란 측도 경제 제재로 인한 내부 압박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협상 테이블로 나올 유인이 커졌다.
바로 이 틈새에서 팔라비가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그는 이란의 이슬람 공화국 체제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어떤 협상도 이란 국민이 아닌 정권의 생존만을 연장시킬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논리는 간결하다. 2015년 오바마 행정부가 주도한 이란 핵합의(JCPOA)가 결국 실패로 돌아간 것이 그 증거라는 것이다. 당시 협상이 이란 내 민주화나 인권 개선으로 이어지기는커녕, 제재 완화로 확보한 자금이 혁명수비대와 역내 무장 세력 지원에 쓰였다는 비판이다.
협상론 vs 압박론: 서방의 딜레마
팔라비의 경고가 울림을 갖는 건, 그것이 단순한 망명 왕족의 향수 어린 발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란 내 반정부 시위, 특히 2022년마흐사 아미니 사망 이후 촉발된 '여성·생명·자유' 운동은 이란 사회 내부의 균열이 얼마나 깊어졌는지를 보여줬다. 팔라비는 이 흐름을 국제 사회가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정권과 협상하는 대신, 이란 시민사회와 민주화 세력을 지지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론자들의 시각은 다르다. 이란의 핵 농축 수준은 현재 무기급에 근접한 6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협상 없이 시간을 끌수록 이란의 핵 능력은 더 고도화된다. 이스라엘은 군사적 선제타격 옵션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고, 중동 전체의 안보 지형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맥락에서 "나쁜 협상도 협상 없음보다는 낫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잃지 않는다.
유럽 외교가에서는 팔라비의 주장이 이상적이지만 비현실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체제 교체를 전제로 한 외교 전략은 단기적으로 이란을 더욱 강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이 주목해야 할 이유
이 논쟁이 지구 반대편 한국과 무관해 보일 수 있다. 그렇지 않다.
한국은 이란산 원유의 전통적인 대형 수입국이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본격화된 2019년 이후 수입이 0에 가까워졌지만, 협상 타결로 제재가 완화될 경우 에너지 수급 구조가 다시 바뀔 수 있다. 반대로 협상이 결렬되고 군사적 충돌로 번진다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한국의 에너지 수송로가 직접적인 위협에 놓인다. 한국 전체 원유 수입의 70% 이상이 이 해협을 지난다.
삼성, 현대, LG 등 한국 대기업들도 과거 이란 시장에서 상당한 사업을 영위했다. 핵합의 재건 여부는 이들의 중동 전략에도 직접적인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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