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츠 그룹, 사상 최대 적자로 배당 중단... '인수 후유증' 현실화
일본 광고업계 1위 덴츠 그룹이 영국 이지스 인수 관련 손상차손으로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하며 첫 무배당을 결정했다. M&A 실패 사례가 주는 교훈은?
139.5엔. 작년까지 덴츠 그룹 주주들이 받던 주당 배당금이다. 올해는 0원이다.
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츠 그룹이 2025년 사상 최대 순손실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첫 무배당을 결정했다고 12일 니케이가 보도했다. 원인은 해외 사업 관련 영업권 손상차손. 구체적으로는 2012년 31억 달러(약 4조원)에 인수한 영국 광고회사 이지스 그룹의 가치가 급락한 것이다.
14년 전 '글로벌 진출' 꿈의 대가
2012년 덴츠의 이지스 인수는 당시 일본 기업 해외 M&A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광고업계 빅3에 진입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WPP, 옴니컴, 퍼블리시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던 꿈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 코로나19 팬데믹, 그리고 최근 경기 침체까지. 전통 광고업계는 구글과 메타(페이스북)에게 디지털 광고 시장을 내주며 쪼그라들었다. 이지스의 실적도 덩달아 부진했고, 결국 장부에 올려놨던 수조원대 영업권을 대폭 깎아내야 했다.
새로 선임된 CEO는 "근본적인 사업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해외 사업 정리와 디지털 역량 강화가 핵심이다. 하지만 이미 14년이라는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은 뒤다.
한국 기업들도 겪는 'M&A 후유증'
덴츠의 사례는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 기업들도 해외 M&A에서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체코 슈코다파워 인수(2009년), 한화의 독일 큐셀 인수(2012년)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인수 당시엔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라고 했지만, 결과는 엇갈렸다.
문제는 인수 후 통합 과정이다. 서로 다른 기업 문화, 시장 환경 변화, 그리고 예상보다 높은 통합 비용. 특히 광고업계처럼 '사람'이 핵심인 서비스업에서는 더욱 까다롭다.
제일기획이나 이노션 같은 국내 광고회사들도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덴츠의 실패는 '규모의 경제'만으론 승부할 수 없는 시대임을 보여준다. 오히려 디지털 네이티브 기업들이 전통 광고업체를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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