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국영기업, 텔레콤 이탈리아 인수 시동
이탈리아 우체국 포스테 이탈리아네가 텔레콤 이탈리아(TIM) 이사회에 인수 논의를 위한 면담을 요청했다. 유럽 통신 재편의 신호탄인가, 국가 주도 산업 통합의 부활인가.
우체국이 통신사를 삼키려 한다. 이탈리아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포스테 이탈리아네(Poste Italiane)는 이탈리아의 국영 우편·금융 서비스 기업이다. 그런데 이 회사가 최근 텔레콤 이탈리아(TIM) 이사회에 공식 면담을 요청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전했다. 목적은 하나, 인수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다. 단순한 접촉이 아니다. 이탈리아 정부가 사실상 배후에 있다는 점에서 이번 움직임의 무게는 다르다.
여기까지 오게 된 맥락
TIM은 이탈리아 최대 통신사지만, 수년째 재정난에 시달려왔다. 부채는 200억 유로(약 30조원) 이상으로 불어났고, 주가는 10년 전 대비 80% 이상 폭락했다. 2023년에는 핵심 자산인 고정망(유선 네트워크)을 KKR에 매각하는 협상을 타결 짓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TIM은 사실상 '껍데기'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탈리아 정부는 오랫동안 TIM을 전략 자산으로 간주해왔다. 국가 기간통신망이 외국 사모펀드 손에 넘어가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겼고, 어떤 형태로든 '이탈리아 해법'을 모색해왔다. 포스테 이탈리아네는 그 해법의 카드로 떠올랐다. 이탈리아 재무부가 포스테의 지분 29.3%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면담 요청은 사실상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행보로 읽힌다.
왜 지금인가
유럽 전역에서 통신 산업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보다폰과 쓰리(Three)의 영국 합병, 오렌지와 MásMóvil의 스페인 결합 등 대형 딜이 잇따르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과거와 달리 통신 합병에 비교적 우호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분산된 통신 시장이 5G 투자 경쟁에서 미국·중국에 뒤처진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TIM 입장에서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KKR과의 유선망 매각 협상이 마무리된 지금, 남은 사업 부문—모바일, 브라질 법인 TIM Brasil, 기업 서비스—을 어떻게 재편할지가 최대 과제다.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 없이는 독자 생존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해관계자들의 엇갈린 시선
포스테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거래다. 현재 금융·보험·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스테가 통신 인프라를 확보한다면, '슈퍼앱' 전략이나 기업 고객 서비스 확장에 강력한 발판이 된다. 유럽에서 우편 물량이 구조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새 성장 동력이 절실하다.
그러나 TIM 소액주주들과 채권자들은 경계한다. 정부가 원하는 가격과 시장이 평가하는 가격 사이의 간극이 클 경우, 인수 조건이 기존 주주에게 불리하게 설정될 수 있다. 또한 KKR이 유선망을 이미 확보한 상태에서, 포스테가 인수하는 TIM의 실질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논쟁도 피할 수 없다.
경쟁사 입장에서는 국가 자본이 뒤를 받치는 거대 통신·금융 결합체의 등장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민간 통신사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우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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