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트럼프의 다음 목표인가
트럼프 행정부가 쿠바에 대한 군사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이란 이후 '레짐 체인지' 3번째 대상으로 떠오른 쿠바,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이란이 끝나면 쿠바도 들를 수 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 관련 발언 도중 무심코 내뱉은 말이다. 베네수엘라, 이란에 이어 쿠바가 '다음 차례'라는 암시는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됐다. 그리고 그 말은 단순한 허풍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90마일 거리의 60년 숙제
1959년 피델 카스트로가 권력을 잡은 이후, 미국 대통령 12명이 쿠바 문제를 '해결'하려 했고, 12명 모두 실패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13번째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평생 들어왔다, 미국과 쿠바 문제를. 내가 쿠바를 가져올 영광을 누리게 될 것이라 믿는다." 그의 말이다.
올해 1월, 트럼프 행정부는 쿠바에 대한 '최대 압박' 캠페인을 본격 가동했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가 축출된 직후였다. 쿠바의 주요 원유 공급국이던 베네수엘라로부터의 석유 수입이 차단됐고, 트럼프는 쿠바에 석유를 공급하는 어떤 나라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멕시코는 즉각 선적을 중단했다. 이는 1962년 미사일 위기 이후 사실상 가장 강력한 봉쇄에 가까운 조치였다.
결과는 즉각적이었다. 이미 전국적인 정전 사태로 신음하던 쿠바에서 식료품 가격이 치솟고, 거리에는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했다. 한때 중남미 최고 수준으로 꼽히던 의료 시스템도 흔들리고 있다. 정전으로 인해 병원들이 수술을 취소하고 인공호흡기 가동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채텀하우스의 라틴아메리카 선임연구원 크리스 사바티니는 "이건 다른 차원의 절망"이라고 표현했다.
동시에 외교도 진행 중이다. 이달 초 미 국무부 대표단이 아바나를 방문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잠깐의 화해 무드 이후 미국 정부 항공기가 쿠바 땅을 밟은 것은 처음이었다. 미국 측이 내민 요구 목록에는 경제 개혁, 정치범 석방, 쿠바 혁명 당시 몰수된 미국인·기업 재산 보상, 그리고 스타링크 인터넷 서비스 허용이 담겨 있었다.
베네수엘라 공식은 쿠바에서도 통할까
트럼프 행정부가 상정하는 '레짐 체인지'는 반드시 정권 제거를 의미하지 않는다. 베네수엘라에서는 마두로의 전 부통령 델시 로드리게스를 사실상 친미 성향의 관리 가능한 지도자로 남겨두었다. 이란에서는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등 고위 인사들을 제거한 뒤 새 정부가 "덜 급진적"이라고 선언하는 방식이었다.
그렇다면 쿠바에서는? 문제는 쿠바 지도부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마이애미대학교 쿠바-미국학 교수 마이클 부스타만테는 "베네수엘라 정부는 완전히 다른 생물이었다"고 말한다. 베네수엘라는 내부에 친미 성향의 분파가 존재했지만, 쿠바 지도부는 훨씬 이념적으로 통일되어 있다. "경제 자유화를 지지해온 일관된 전적이 있는 인물이 없다."
현재 협상 채널로 거론되는 인물은 라울 카스트로의 손자, 41세의 '라울리토'다. 비교적 사업 친화적이고 94세의 할아버지에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로 여겨지지만, 전문가들은 그를 차기 지도자보다는 유용한 중간 다리 정도로 본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1996년 헬름스-버튼법은 피델 또는 라울 카스트로와 연관된 정부가 존재하는 한 대쿠바 엠바고 해제를 금지하고 있다.
경제적 압박만으로 정권이 무너질 것이라는 기대도 근거가 약하다. 쿠바는 1990년대 초 소련 붕괴 이후 이른바 '특별 기간'이라 불리는 극심한 경제난을 버텨낸 전례가 있다. 사바티니는 말한다. "달라지지 않은 것은 쿠바 정권의 거의 유전적인 생존 본능이다. 그들은 항상 권력을 유지하는 한 자국민이 고통받도록 내버려 두었다."
'마르코를 믿어라'는 분위기
쿠바가 왜 지금 트럼프의 우선순위에 올랐는지를 이해하려면 한 사람을 봐야 한다. 바로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다. 쿠바 이민자 가정 출신인 루비오는 오바마의 쿠바 관계 정상화를 가장 강하게 비판했던 인물이고, 오랫동안 쿠바 정권 전복을 미국 외교정책의 핵심 과제로 삼아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쿠바 연구 그룹의 리카르도 에레로 사무총장은 이렇게 말한다. "미국의 정치 지형 전체에서 쿠바를 최우선 과제로 삼을 만한 사람은 마르코 루비오뿐이다. 그가 가장 큰 위협인 동시에 쿠바가 직면한 가장 큰 기회다."
루비오는 '새로운 지도부'와 '주요 경제 개혁'이 있다면 엠바고 해제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동시에 "쿠바가 한꺼번에 모든 것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도 했다. 완전한 공산 정권 붕괴가 아닌, 부분적 변화만으로도 협상이 가능하다는 뉘앙스다. 닉슨이 중국을 열었듯, 강경한 쿠바 매파인 루비오만이 이 딜을 의회와 마이애미 쿠바계 커뮤니티에 팔 수 있다는 계산이다.
부스타만테 교수는 말한다. "힘든 설득이겠지만, 쿠바계 미국인 커뮤니티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마르코를 믿어라'가 지금의 분위기다."
아바나 거리에는 "비바 트럼프"와 "메이크 쿠바 그레이트 어게인" 낙서가 늘고 있다. 아바나의 저명한 인권 활동가 보리스 곤살레스 아레나스는 이를 이념적 지지로 해석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사람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은 미국 대통령의 압박이 쿠바 정부를 바꿀 수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가 기근과 의약품 부족의 원인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군사 개입도 지지할 수 있다고 했다. 단, 조건이 있다. "단순히 카스트로 독재를 친미 독재로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쿠바 인민에게 주권을 돌려주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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