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폭락, 진짜 범인은 '엔캐리 트레이드'였다
지난주 비트코인 급락의 진짜 원인은 암호화폐 자체가 아닌 전통 금융의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었다. 이제 암호화폐는 금과 은처럼 거시경제 변수에 좌우되는 자산이 됐다.
홍콩 컨센서스 2026 컨퍼런스장에서 아브락시스 캐피털의 파비오 프론티니 CEO는 단호하게 말했다. "지난주 암호화폐 폭락? 이건 암호화폐 위기가 아니라 전통 금융에서 넘어온 파장일 뿐입니다."
지난주 비트코인이 20% 가까이 급락하면서 시장에 공포가 번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의 진짜 범인을 다른 곳에서 찾고 있다.
엔화 차입 거래의 도미노 효과
B2C2의 토마스 레스투 그룹 CEO는 이번 사태의 메커니즘을 명확히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저금리 통화인 엔화를 빌려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금, 은 같은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거죠. 그런데 엔화 금리가 오르면서 이 거래들이 일제히 청산됐습니다."
엔캐리 트레이드란 일본의 저금리 엔화를 빌려 다른 통화로 바꾼 뒤 수익률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투자자들은 엔화를 다시 사서 대출을 갚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보유 자산을 대량 매도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변동성 증가로 인한 마진 요구사항 상승이었다. 레스투 CEO에 따르면 "금속 시장에서는 마진 요구사항이 11%에서 16%로 급등했다"며, 이로 인해 일부 투자자들이 강제로 포지션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ETF 자금, 완전히 빠진 건 아니다
그렇다면 기관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을 완전히 포기한 걸까? 수치를 보면 그렇지 않다.
비트코인 ETF는 최고점에서 약 1,50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했었다. 현재는 1,000억 달러 정도로 줄었지만, 레스투 CEO는 "10월 이후 순유출이 120억 달러 정도인데, 전체 자산 대비 보면 그리 큰 규모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오히려 돈이 손바뀜하고 있다는 뜻"이라는 그의 해석은 주목할 만하다. 완전한 이탈보다는 투자자 구성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규제 완화가 가져온 변화
JP모건의 엠마 로베트 DLT 신용 담당은 2025년을 "규제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허용적인 규제 환경 덕분에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넘어 퍼블릭 체인과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전통 증권 결제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는 암호화폐가 더 이상 투기적 자산이 아닌, 금융 인프라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전통 금융 시장의 변동성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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