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권"이라 부를 때, 우리는 무엇을 말하는가
트럼프 행정부'가 아닌 '트럼프 정권'이라는 표현이 미국 정치 담론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단어 하나의 선택이 미국 민주주의의 현재를 어떻게 진단하는지 살펴본다.
단어 하나가 민주주의의 상태를 진단한다.
미국 정치 담론에서 조용하지만 의미심장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트럼프 2기가 시작된 이후, 언론인과 학자들 사이에서 "트럼프 행정부(administration)"라는 표현 대신 "트럼프 정권(regime)"이라는 단어를 쓰는 빈도가 눈에 띄게 늘었다. Google Trends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한다. 1기 때도 간헐적으로 등장했던 이 표현은 2기 들어 사용 빈도가 급격히 치솟았다.
"정권"이라는 단어의 무게
이 변화는 단순한 어휘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The New Republic의 마이클 토마스키는 "트럼프 정권은 강자의 이익이 곧 도덕이라는 것을 반복해서 증명했다"고 썼다. 자유주의 성향의 케이토 연구소 연구원조차 "감시 수단들이 트럼프 정권에 의해 사실상 파괴됐다"고 표현했다. 진보 매체 The Nation은 한발 더 나아가 민주당이 "트럼프 정권의 범죄를 조사할 '뉘른베르크 코커스'를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단어를 가장 일관되게 사용해온 인물 중 하나는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다. 그는 "특히 2기 들어 트럼프는 헌법적 통치 체제 안의 대통령이 아니라 권위주의적 지배자처럼 행동해왔기 때문에 '행정부' 대신 '정권'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학계는 어떻게 볼까. 정치학자 헤라르도 뭉크는 "정권"을 "사람들이 공직을 차지하는 방식과 정부 결정이 이루어지는 방식을 규율하는 규칙의 집합"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트럼프에 대한 이 표현 사용이 "미국 민주주의의 현재 상태에서 핵심적인 취약성을 부각시키는 올바른 인식"이라고 평가했다. 정치학자 리치아 치아네티도 "트럼프 통치 방식의 개인화, 그리고 과두화 같은 특성들이 '정권'이라는 표현을 미국 민주주의에 일어나고 있는 일을 표현하는 데 적절하게 만든다"고 썼다.
"정권"의 두 얼굴: 개념의 역사
사실 "정권(regime)"이라는 단어 자체는 가치중립적으로 출발했다. 정치학에서는 어떤 정부든 그 운영 방식을 가리키는 기술적 용어로 쓰인다. 미국이 1789년 헌법 발효 이후 같은 "정권" 아래 있다고 볼 수도 있고, 남북전쟁 이후 헌법 수정이나 뉴딜을 "정권 교체"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 대중 담론에서 이 단어는 오랫동안 다른 뉘앙스를 가졌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정권 교체(regime change)"는 이라크에서 사담 후세인을 축출하고 민주주의를 이식하려는 시도를 가리키는 무균질한 관료적 표현으로 사용됐다. 피노체트 정권, 사담 후세인 정권처럼, "정권"은 주로 타국의 권위주의 정부를 지칭하는 단어였다. 그 단어를 미국 내부를 향해 쓰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선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 본인도 이 단어를 즐겨 쓴다. 그는 최근 이란에 대해 "우리는 진짜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지도자들이 완전히 달라졌으니까"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미군이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를 체포하고 이란 지도자들을 제거했어도, 카라카스와 테헤란의 독재 체제 자체는 흔들리지 않았다. 지도자를 바꾸는 것과 체제를 바꾸는 것은 다른 문제다.
언어가 현실을 만드는가, 현실이 언어를 만드는가
이 논쟁의 핵심에는 더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미국의 250년 된 민주주의는 얼마나 견고한가.
"트럼프 정권"이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들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변곡점을 지났다고 본다. 반면, The Atlantic의 한 필자처럼 이 표현에 아직 합류하지 않은 이들은 다른 근거를 댄다. 트럼프가 법과 견제 장치를 무너뜨리려 했지만 아직 완전히 성공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는 트럼프 지지율의 광범위한 하락을 보여주고, 2026년 중간선거와 2028년 대선이 공정하게 치러진다면, 그것 자체가 체제의 복원력을 증명하는 증거가 될 것이다.
한국 독자들에게 이 논쟁은 낯설지 않다. 한국은 1987년 민주화 이후 권위주의로의 회귀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을 반복해왔다. 특정 정권을 "독재" 혹은 "민주주의"로 규정하는 언어 싸움이 실제 정치 지형을 바꾸는 힘을 가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 언어는 중립적이지 않다. 무엇을 무엇이라 부르느냐는, 그것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태도를 이미 내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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