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주의자들의 트럼프 이탈기 -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레이건 시대 보수주의자들이 트럼프로 인해 어떻게 정치적 정체성을 재평가하게 되었는지, 그들의 변화 과정을 통해 본 미국 정치의 변화
47%의 미국인이 자신을 보수주의자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보수주의'는 과연 같은 것일까?
데이비드 프럼과 모나 카렌. 두 사람은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다. 당시 그들은 자유시장과 반공주의, 전통적 가치를 신봉하는 전형적인 보수주의자였다. 그런데 2016년 트럼프가 등장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보수주의의 정체성 위기
카렌은 최근 The David Frum Show에서 자신의 정치적 여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트럼프는 내가 보수주의적 가치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의 정반대였습니다. 개인의 의지력만으로 거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사람들을 부추기는 것은 시저주의(Caesarism)였죠."
그녀가 보수주의에 입문한 계기는 독특했다. 홀로코스트 연구에 몰두했던 십대 시절, 미국의 제도와 안정성에 대한 깊은 감사함을 느꼈고, 이것이 보수주의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보수주의자의 일차적 감정 반응은 감사함이고, 진보주의자의 그것은 불만족이라는 말이 있죠. 개선하고 싶어하는 마음 말입니다."
하지만 트럼프의 등장은 이런 전통적 보수주의를 뒤흔들었다. 2016년내셔널 리뷰의 반트럼프 특집호에 참여했던 24명의 기고자 중 상당수가 결국 트럼프 지지로 돌아섰다. 카렌은 이를 "바디 스내처의 침입"에 비유했다.
변화하는 신념들
가장 충격적인 변화는 인종 문제에 대한 인식이었다. 카렌은 "미국에서 노골적인 인종차별주의는 극소수 괴짜들의 전유물이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년을 보니 제가 틀렸더군요. 여전히 엄청난 양의 인종차별이 존재했고, 우리가 그것을 정복했다고 믿었던 것은 순진했습니다"라고 고백했다.
반면 여전히 변하지 않은 신념들도 있다. 자유시장, 자유무역, 재정 건전성에 대한 믿음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것들을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물론이고 바이든 행정부도 자유무역을 포기했다.
유대인 정체성과 정치적 딜레마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정치관에 미치는 영향이다. 프럼과 카렌 모두 홀로코스트의 유산 때문에 보수주의에 입문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트럼프 시대에 이는 복잡한 딜레마를 만들어냈다.
한편으로는 트럼프가 이스라엘을 강력히 지지하고 이란 핵 프로그램에 반대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닉 퓨엔테스나 터커 칼슨 같은 반유대주의 성향의 인물들을 주류로 끌어들이고 있다. 카렌은 "트럼프는 매매 가능한 인물"이라며, 언제든 입장이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도에 대한 공격
프럼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가장 위험한 측면으로 독립적 기관들에 대한 공격을 꼽았다. 법무부가 의원들을 기소하려 했고, 트럼프가 군부대에서 특정 후보 지지를 호소했으며, 연준 의장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톰 틸리스 상원의원 같은 공화당 인사들이 저항하고 있다. 틸리스는 연준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 중단되기 전까지는 트럼프의 연준 의장 후보자 인준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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