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내 이름을 훔쳤다, 그리고 이것을 '저작권'이라 불렀다
그래멀리가 허락 없이 기자들의 이름을 AI 편집 기능에 사용했다. CEO 시시르 메로트라는 '나쁜 기능'이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저작권 침해는 아니다'라고 버텼다. AI 시대, 창작자의 이름과 판단력은 누구의 것인가.
당신이 15년간 써온 글이 있다. 누군가 그것을 학습시켜 당신이 절대 하지 않을 말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당신의 이름을 붙였다. 이게 '저작권 침해'일까, '출처 표기'일까.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해 8월, 글쓰기 보조 도구 그래멀리는 '전문가 리뷰(Expert Review)'라는 기능을 출시했다. 사용자가 글을 작성하면 유명 전문가의 스타일을 참고한 편집 제안을 받을 수 있는 기능이었다. 문제는 그 '전문가' 목록에 포함된 언론인들 — 더 버지의 편집장 닐레이 패텔, 기자 케이시 뉴턴, 탐사 저널리스트 줄리아 앙윈 등 — 이 단 한 번도 동의한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기능이 출시된 지 수개월이 지나서야 언론이 이를 발견했다. 반응은 격렬했다. 앙윈은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그래멀리의 모회사이자 현재 사명인 슈퍼휴먼의 CEO 시시르 메로트라는 처음에 이메일로 이의를 제기하면 제외해 주겠다는 옵트아웃 방식을 제시했다가, 이후 기능 자체를 폐지했다.
패텔이 실제로 받은 제안의 내용은 이랬다. "헤드라인에 감정적이거나 긴박감을 주는 단어를 추가해 이 출시가 지금 왜 중요한지를 강조하세요." 패텔은 15년 편집 경력 동안 단 한 번도 그런 조언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메로트라는 인터뷰에서 "나쁜 기능이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법적 주장에 대해서는 "근거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왜 지금 이 논쟁이 중요한가
이 사건은 단순한 기업의 실수가 아니다. AI 산업 전체가 암묵적으로 전제해온 논리가 공개 법정에 서게 된 첫 번째 사례 중 하나다.
메로트라는 인터뷰 내내 두 가지 입장을 동시에 유지했다. 하나는 "기능이 나빴다"는 것, 다른 하나는 "법적으로는 문제없다"는 것이다. 그는 유튜브 시절 비아콤 소송을 예로 들며 "법적 기준이 도덕적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은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비판하는 논리이기도 하다.
뉴욕과 캘리포니아 법은 동의 없이 상업적 목적으로 타인의 이름과 초상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 소송의 핵심은 '사칭'이 아니라 '상업적 이용'이다. 메로트라는 "사칭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지만, 소송의 법적 근거는 사칭 여부가 아니다. 이 차이를 그가 모를 리 없다.
세 가지 시각
창작자의 시각: 닐레이 패텔이 인터뷰에서 지적한 것처럼, AI 기업들은 인터넷에 공개된 모든 글을 학습 데이터로 사용해왔다. 그 결과물로 창작자를 대체할 도구를 만들고, 이제는 창작자의 이름까지 빌려 상품을 팔겠다고 한다. 카피라이터, 기자, 작가들이 느끼는 분노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경제적 생존의 문제다.
기업의 시각: 메로트라는 유튜브의 콘텐츠 아이디(Content ID) 사례를 언급하며 "법이 요구하는 것 이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창작자들이 슈퍼휴먼 플랫폼에 자신만의 에이전트를 올리고 70 대 30 수익 분배 구조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제안한다. 기업 입장에서 이것은 착취가 아닌 '새로운 기회'다.
법의 시각: 저작권법은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지며 디지털 시대에도 진화해왔다. 구글 북스 사건, 비아콤 대 유튜브 사건, 퍼펙트 10 대 구글 사건 — 모두 기술 기업이 이겼다. 하지만 AI는 기존 판례가 상정하지 않은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초상권을 저작권 체계 안에 포함시키는 논의가 실제로 진행 중이다. 법이 기술을 따라잡는 속도의 문제다.
더 큰 그림: 모든 것이 QVC가 되는 세계
패텔은 인터뷰 말미에 예리한 관찰을 남겼다. 인터넷 경제에서 창작 자체의 가치는 계속 하락하고, 창작자들은 결국 무언가를 팔아야 생존한다. 폴 형제는 생수를 팔고, 미스터 비스트는 에너지 바를 판다. 음악 스트리밍 수익이 줄어든 가수들은 영원히 투어를 돌아야 한다. 비트(정보)에서 아톰(물건)으로의 전환 — 이것이 인터넷 창작 경제의 역설이다.
AI는 이 과정을 가속화한다. 메로트라가 제안하는 미래는 창작자가 자신의 에이전트를 직접 훈련시켜 플랫폼에 올리고, 1,000명이 연 10만 원씩 내면 1억 원 사업이 된다는 것이다. 이 논리는 틀리지 않다. 하지만 그 전제에는 창작자의 기존 작업물이 이미 무상으로 학습 데이터가 되었다는 사실이 깔려 있다.
한국에서도 이 문제는 낯설지 않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미 AI 서비스를 위해 자사 플랫폼 내 창작물을 활용하는 방식을 놓고 웹툰 작가, 소설 작가들과 마찰을 빚어왔다. 국내 언론사들 역시 AI 학습 데이터 제공에 대한 계약 논의를 시작하고 있지만, 표준화된 기준은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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