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해외투자 둔화, 후퇴가 아닌 전략적 재배치
중국의 해외직접투자가 1.3% 성장에 그쳤지만, 일대일로 국가 투자는 19% 급증. 서방 견제 속에서 중국 자본이 향하는 새로운 방향을 분석한다.
1.3%. 중국의 2025년 해외직접투자 성장률이다. 2023년과 2024년 두 자릿수 성장에 비하면 초라한 수치다. 하지만 이 숫자만 보고 중국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포기했다고 생각한다면, 진짜 변화를 놓치게 된다.
숫자가 말하지 않는 진실
중국 상무부가 최근 공개한 데이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패턴이 보인다. 전체 해외투자는 둔화됐지만, 일대일로 파트너 국가들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가속화됐다. 2025년 11개월간 19% 증가한 것이다. 2024년 같은 기간 6.2%였던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빨라진 속도다.
이는 중국 자본이 사라지고 있는 게 아니라, 가야 할 곳과 가지 말아야 할 곳을 구분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10년 전과 달리 지금의 해외투자는 정치적 리스크와 상업적 논리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게임이 됐다.
서방의 문턱이 높아졌다
중국 기업들이 직면한 현실은 가혹하다. 유럽연합은 이른바 '고위험 공급업체'를 핵심 인프라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구체적인 위반 사항이 없어도 중국 기술 기업들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투자 심사 메커니즘도 까다로워졌다. 보안 검토, 조달 배제, 승인 후 규제 개입까지. 중국 기업들은 이제 투자 전에 정치적 고려사항이 상업적 논리를 압도할 위험을 계산해야 한다.
화웨이와 틱톡이 겪은 일들이 다른 중국 기업들에게는 값비싼 교훈이 됐다. 아무리 좋은 기술과 자본을 가져도 정치적 환경이 바뀌면 하루아침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회를 찾아서
그렇다면 중국 자본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일대일로 국가들이 답이다.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많은 국가들은 여전히 중국의 투자와 기술을 환영한다. 이들 국가는 인프라 개발 수요가 크고, 중국과의 경제 협력에 대한 정치적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
특히 디지털 인프라, 재생에너지,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여전히 강력하다. 서방 기업들이 비용이나 기술적 이유로 진출하기 어려운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이 틈새를 찾고 있는 셈이다.
한국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점
이런 변화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시사점을 준다. 중국 기업들이 서방 시장에서 밀려나면서 한국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특히 그렇다.
반면 일대일로 국가들에서는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 삼성이나 현대같은 한국 대기업들도 이들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공세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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