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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칠해진 일본 지도를 다섯 개의 돋보기가 둘러싸고 각기 다른 장면을 비춘다. 하락 화살표 아래 줄어드는 여행객, 몰려드는 여행객, 동전이 쌓인 지갑, 비어 있는 호텔 방, 갈라지는 항공 노선이다.
경제AI 분석

올해 일본서 빠진 중국 관광객 380만 명, 같은 통계에 다섯 개의 질문

25분 읽기

올해 1~8월 방일 중국인이 380만 명 줄었다. 한국은 '누가 가져갔나', 일본은 '총량은 버텼나', 대만은 '처음인가', 중국은 '왜 안 가나', 영어권은 '강압이 통했나'를 묻는다. 같은 통계, 다섯 개의 질문.

일본 관광의 1등 손님이 3등으로 내려앉았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이 9월 16일 발표한 추계를 보면, 올해 1~8월 일본을 찾은 중국인은 290만4600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671만1851명에서 56.7% 줄었다. 올해 1~8월 사이 약 380만 명이 빠졌다. 지난해 이 기간 1위였던 중국은 한국과 대만에 밀려 3위가 됐다.

중국이 자국민에게 일본 방문을 피하라고 처음 권고한 지 10개월이 지났다.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관련 국회 답변 직후였다. 권고는 그 뒤 세 번 더 게시됐다.

숫자는 하나인데 읽는 법은 다섯 갈래다. 서울의 경제지들은 '역전'을 읽는다. 7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이 일본을 찾은 중국인보다 많았다는 것이다. 도쿄의 방송은 한국 등 14개 국가·지역의 방문객이 8월 기준 과거 최다였다고 전한다. 대만의 한 신문은 지난 5월 '대만·한국이 메웠다'는 제목을 달았다. 중국의 권고문과 관영 매체는 일본의 치안 불안과 식어 버린 여행 열기를 말한다. 영어권 분석가들은 또 다른 것을 묻는다. 중국의 압박이 통했느냐다.

다섯 곳 모두 사실인 숫자에서 출발한다. 던지는 질문이 다를 뿐이다. 이 기사는 다섯 개의 읽기를 나란히 놓고, 판정은 독자에게 맡긴다.

통계 한 장

먼저 표 한 장을 보자. JNTO의 8월 추계에서 주요 시장만 추렸다.

국가·지역2025년 8월2026년 8월증감률2026년 1~8월 누계증감률
전체342만8406명309만8900명−9.6%2762만6300명−2.7%
한국66만917명85만500명+28.7%742만300명+21.2%
중국101만8747명41만8000명−59.0%290만4600명−56.7%
대만62만753명66만6000명+7.3%540만2000명+19.8%
홍콩22만6069명24만7300명+9.4%181만8300명+8.7%

자료: 일본정부관광국(JNTO) 「방일외객수(2026년 8월 추계치)」, 2026년 9월 16일. 2026년은 추계치, 2025년은 확정치다. 증감률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이 표 한 장에 다섯 개의 읽기가 쓰는 재료가 모두 들어 있다.

중국은 8월 한 달에만 60만 명 넘게 빠졌다. 감소율은 59.0%다. 일본을 찾은 외국인 전체도 줄었다. 8월 방일객은 309만8900명으로 지난해 8월보다 9.6% 적다. JNTO 보도자료의 제목부터가 「8월: 전년 동월 대비 9.6% 감소한 310만 명」이다.

같은 보도자료의 첫 문단은 다른 사실도 적었다. 한국, 말레이시아, 멕시코 등 14개 시장이 "8월로서 과거 최고"를 기록했다는 내용이다. 대만, 홍콩, 미국도 이 명단에 있다. 한국은 85만500명으로 8월 기준 역대 최다를 찍으며 8월 방일 1위 시장이 됐다. 한 달 앞선 7월에는 방일객 전체가 344만2100명으로 지난해 7월보다 0.1% 많았다. 넉 달 만의 증가였다. 8월에는 다시 줄었다.

기간을 넓히면 그림이 또 바뀐다. 1~8월 누계로 보면 전체 방일객 감소는 2.7%에 그친다. PRISM이 JNTO 표로 계산해 보니, 1~8월 중국에서 빠진 약 380만 명 가운데 약 305만 명(80.1%)을 다른 시장의 증가분이 채웠다. 한국과 대만 두 곳의 증가분만 219만 명으로, 중국 감소분의 57.5%다. 8월 한 달만 떼어 보면 중국 외 시장이 채운 몫은 45.2%로 내려간다. 어느 기간을 잡느냐에 따라 '버텼다'와 '밀렸다'가 갈린다.

JNTO의 요약에도 빈칸이 있다. 보도자료 첫 장의 요약문은 중국을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다. 일부 시장이 줄어든 이유로는 동남아시아의 비수기, 항공편 감편, 태풍에 따른 결항을 들었다. 중국은 5쪽 시장별 개황에 나온다. "중국 정부로부터 일본 도항을 피하라는 주의 환기(注意喚起)가 있었다"는 한 문장이다. 일본 정부기관인 JNTO도 중국의 조치를 주의 환기라고 적었다. 산술은 단순하다. 중국 한 곳의 감소폭(60만747명)이 전체 감소폭(32만9506명)보다 크다. 중국을 빼고 계산하면 8월에도 방일객은 늘었다.

네 개의 언어, 다섯 개의 질문

네 개 언어로 나온 보도를 모으면 질문은 다섯 개가 된다. 중국어 보도가 대만과 중국 본토로 갈리기 때문이다. 한국은 누가 가져갔느냐를, 일본은 총량이 버텼느냐를 묻는다. 대만은 이게 처음이냐를, 중국 본토는 왜 안 가느냐를, 영어권은 강압이 통했느냐를 묻는다.

다섯 개의 답 옆에는 그 답을 흔드는 숫자가 하나씩 서 있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엔 자기 나라 통계에서 나온 숫자다.

서울의 질문: 누가 가져갔나

한국 매체의 제목은 한 방향을 가리킨다. 한국경제는 9월 14일 「중국인 77만명 몰리더니…한국이 일본 제쳤다 뜻밖의 상황」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같은 날 아시아경제의 제목은 「한국은 29% 늘고 일본은 56% 줄었다…중국인 관광객 역전」이었다. 다른 매체와 포털에 걸린 제목에는 '손절', '잭팟' 같은 단어도 등장했다.

근거가 된 숫자는 이렇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9월 14일 낸 「국제관광동향 2026년 제8호」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7월 방한 중국인은 77만7000명으로 지난해 7월보다 29.0% 늘었다. 전체 방한 외국인 209만3000명의 37.1%다. 2019년 7월과 견주면 149.6% 수준이다. 일부 보도가 쓴 "49.6% 증가"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7월과 견준 값이다.

서울신문은 같은 보고서를 인용해 7월 방한 중국인이 방일 중국인(42만8200명)의 1.8배라고 전했다. 지난해 7월에는 거꾸로 방일 중국인이 방한 중국인의 1.6배였다. 다만 이 역전은 중국인 시장에 한정된다. 7월 일본을 찾은 외국인은 모두 344만2100명으로, 같은 달 한국을 찾은 외국인보다 약 135만 명 많다.

'역전'이라는 말 밑에는 이동의 서사가 깔려 있다. 일본에서 빠진 중국인이 한국으로 왔다는 이야기다. 통계는 거기까지 말해 주지 않는다. 서울신문이 전한 수치로 7월 방일 중국인은 1년 새 약 55만 명 줄었고, 방한 중국인은 약 17만 명 늘었다. 규모부터 다르다. 방한 증가에는 지난해 9월 29일 시작된 중국인 단체관광객 한시 무비자라는 별도 변수도 있다. 일본에 가지 않은 중국인이 한국에 왔는지, 다른 곳으로 갔는지, 아예 떠나지 않았는지는 지금의 통계로 가를 수 없다.

한국 안의 숫자도 한 방향만 가리키지는 않는다. 한국면세뉴스가 8월 30일 전한 한국면세점협회 자료를 보면, 서울 면세점의 7월 외국인 구매객은 48만3201명으로 6월보다 2.8% 늘었다. 외국인 매출은 약 6195억 원으로 6월보다 12.6% 줄었다. 사람은 늘었는데 매출은 줄었다. 한 달치 전월 비교라 추세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업체별 사정도 다르다. 같은 보도에서 현대면세점의 7월 외국인 매출은 지난해 7월보다 37.1% 늘었다. 업계 전체의 전월 비교와 한 회사의 전년 비교는 기준이 달라 나란히 놓고 견줄 수 없다.

지난 1년 사이 서울 도심에서는 혐중 집회도 열렸다. 경찰은 지난해 9월부터 이런 집회의 명동 진입을 금지했다.

도쿄의 질문: 총량이 버텼나

일본 방송의 제목은 두 숫자를 한 줄에 놓는다. 테레비아사히 계열 ANN은 9월 17일 「8월 방일 외국인 관광객 30만 명 감소…한국 등 14개 국가·지역에선 과거 최다, 중국은 6할 감소」라는 제목을 달았다. 본문은 중국 여행객이 6할 가까이 줄어든 것을 감소의 '한 요인'으로 꼽았다. 한 달 앞서 NHK는 7월 통계를 전하며 「중국에서는 큰 폭 감소에도 전체로는 4개월 만에 증가」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 제목들은 중국의 감소를 그대로 적는다. 그리고 바로 옆에 전체 총량과 다른 시장의 기록을 놓는다. 경제 매체에는 한 걸음 더 나간 제목도 있다. 도요게이자이 온라인은 7월 20일 중국발 인바운드 급감이 일본 관광을 '오히려 강인하게 만든다'는 제목의 분석을 냈다.

이 독법을 받치는 가장 정확한 숫자는 방문객 수보다 지갑에 있다. 일본 관광청의 「인바운드 소비동향조사」 1차 속보를 보면, 올해 4~6월 방일 외국인의 여행 소비액은 2조5096억 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 늘었다. 이 분기 중국인 여행자는 52.5% 줄었지만, 일본을 찾은 중국인의 1인당 지출은 26만6753엔으로 9.4% 늘었다. 평균 숙박도 11.2박으로 3.3박 길어졌다. 단체관광객이 빠지고 오래 머무는 개별 여행객이 남았다는 해석과 맞는 숫자다. 소비액 상위 5개 시장 가운데 증가폭은 대만(793억 엔)이 가장 컸고, 미국(302억 엔)과 한국(281억 엔)이 뒤를 이었다.

흔드는 숫자도 일본 통계 안에 있다. 방문객 수로 보면 8월에는 전체가 9.6% 줄었다. 지갑 쪽에도 단서가 붙는다. 같은 4~6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259만7000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소비액 증가폭은 대만과 미국보다 작았다. 한국인의 1인당 지출은 9만9542엔으로 1년 전보다 2.3% 줄었다. 소비액 상위 5개 시장 가운데 유일하게 10만 엔에 못 미치고, 유일하게 줄었다. 중국인 1인당 지출의 약 37%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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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안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7월 모리트러스트의 추계를 전했다. 올해 방일객이 중국 손님 감소와 중동 정세 탓에 2~5% 줄 것이라는 내용이다. NHK도 상반기 방일객이 5년 만에 줄었다고 보도했다. 타격 사례는 중국 손님 비중이 높던 곳에서 나온다. 대만 매체 풍전매(風傳媒)의 일본어판은 4월 5일 블룸버그 취재를 인용해 오사카 도심의 한 대형 호텔 사례를 전했다. 지난해 춘절에는 중국인 개인 손님으로 약 1000실이 찼는데, 올해 춘절 예약은 150실로 85% 줄었다고 한다. 한때 숙박객의 9할이 중국인이던 야마나시현 후지카와구치코의 리조트 호텔도 같은 기사에 나온다.

타이베이의 질문: 이게 처음인가

대만 자유시보(自由時報)는 지난 5월 20일 4월 통계를 전하며 「中國客暴減近6成沒差!台、韓強勢補位」라는 제목을 달았다. '중국 손님이 6할 가까이 급감해도 상관없다, 대만·한국이 강력하게 메웠다'는 뜻이다. 이 제목에서 한국은 대만과 나란히 일본 시장을 떠받친 동료 송출국이다. 1~8월 누계로 보면 한국과 대만의 증가분이 중국 감소분의 57.5%이니 숫자도 이 제목을 받친다. 다만 8월 한 달만 보면 중국 외 시장 전체가 메운 몫은 45.2%다.

대만 독법의 더 깊은 층은 기억이다. 풍전매 일본어판은 4월 5일 기사에서 "대만 사람들에게 '중국 관광객 절벽'은 결코 낯선 현상이 아니다"라고 썼다. 기사는 2016년 민진당 정권 출범 뒤, 한 해 전 418만 명에 이르던 중국인 방문객이 급감해 컨딩·르웨탄·아리산 같은 단골 관광지가 큰 타격을 입었다고 적었다. 그리고 "일본이 지금 직면한 사태는 대만이 10년 가까이 전에 겪은 길 그 자체"라고 했다.

한국 독자에게도 익숙한 이야기다. 2017년 사드 배치 갈등 뒤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급감한 기억이 있다. 호주 로위연구소의 분석도 한국과 대만을 중국이 관광을 지렛대로 쓴 과거 사례로 든다. 대만의 독법에서 일본의 지난 열 달은 2016년 대만, 2017년 한국에 이어지는 장면이다. 이 독법이 묻는 것은 반복이다.

베이징의 질문: 왜 안 가나

중국의 공식 설명은 권고문에 있다. 첫 공지와 가장 최근 공지가 함께 드는 이유는 일본의 치안 불안과 중국 공민을 겨냥한 범죄다. 이 설명에서 관광객 감소는 안전 문제에 대한 대응이다.

관영 매체의 서술은 관광객의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중국신문망은 7월 27일 「점점 더 많은 중국인이 일본 여행을 가지 않는다(越来越多中国人不去日本旅游)」를 내보냈다. 기사는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 이후 대만 관련 잘못된 발언을 거듭해 중일 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훼손했다고 썼다. 그리고 "중국 관광객의 방일 열기가 빙점까지 떨어졌다(中国游客赴日热情降至冰点)"고 했다.

이 문장의 주어는 중국 관광객이고, 술어는 식어 버린 열기다. 금지나 제한처럼 정부의 행위를 나타내는 동사는 없다. 관광객 감소는 소비자의 선택으로 그려진다. 한국은 이 서술에 나오지 않는다. 한국 매체가 한국의 몫으로 읽는 숫자를, 중국 관영 매체는 일본을 향한 여행 열기가 식었다는 지표로 읽는다.

이 독법을 흔드는 숫자도 있다. 8월에도 중국인 41만8000명이 일본을 찾았다. 일본 인바운드 업계 매체 야마토고코로는 9월 14일 에어비앤비 발표를 인용해, 올해 국경절 연휴 중국인 여행자의 해외 목적지 가운데 일본이 5위라고 전했다. 수요는 크게 줄었지만 끊기지는 않았다.

영어권의 질문: 강압이 통했나

영어권 분석은 관광을 외교 수단으로 놓고 그 효과를 묻는다. 안보 분석가 데니 로이는 9월 3일 아시아타임스에 「중국의 대일 압박 캠페인이 크게 역효과를 내고 있다」를 썼다. 그는 관광과 수산물, 이중용도 품목 수출에 걸친 중국의 대응을 '과잉 반응'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일부 중국 기업은 사업을 잃고 있고, 일본에 가고 싶은 중국 관광객은 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적었다.

호주 로위연구소의 '디 인터프리터'에는 9월 2일 「일본은 어떻게 중국의 관광 함정을 비켜 갔나」가 실렸다. 미 해군 장교인 필자 앤드루 오처드는 일본이 중국인의 머릿수를 다 채우지 못해도 그들이 쓰던 돈을 대체하면 큰 감소를 흡수할 수 있다고 봤다. 결론은 한 문장이다. "경제력이 자동으로 경제적 통제력이 되지는 않는다." 앞서 본 4~6월 소비액(+0.2%)이 이 논지와 맞물린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글 제목도 중국 경제적 강압의 '한계'를 말한다. 필자 상당수가 미국 안보 분야 인사라는 점은 감안하고 읽을 필요가 있다.

이 논의에서 한국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아시아타임스 글에는 한국을 언급한 문장이 없다. 로위연구소 글에서 한국은 중국이 과거 관광을 지렛대로 쓴 사례로만 나온다. 경제 보도에서는 조금 다르다. 지난해 12월 코리아타임스에 실린 「일본과의 갈등 속에 한국이 중국의 새 '가성비 여행지'가 되는 이유」는 한국의 부상을 원화 약세로 설명했다. 기사에 인용된 차이나트레이딩데스크의 수브라마니아 바트 최고경영자는 "원화 약세로 한국은 중국 여행객에게 더 가성비 좋은 목적지가 됐고, 같은 시기 일본은 정치적으로 '비싼' 곳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지가 '역전'이라 부르는 현상을 이 기사는 환율 할인으로 설명한다.

'역효과'라는 결론을 흔드는 숫자는 일본에 있다. 8월 방일객은 9.6% 줄었고, 오사카의 한 호텔은 춘절 예약이 85% 빠졌다. 압박이 통했느냐는 물음에, 중국 손님 비중이 높던 일본 숙박업은 다른 답을 내놓는다.

발단: 국회 답변 한 번, 권고 네 번

시작은 2025년 11월 7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였다. 입헌민주당 오카다 가쓰야 의원이 대만 유사시를 물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대만 유사시가 경우에 따라 '존립위기사태'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존립위기사태는 2015년 일본 안보법제가 도입한 개념으로, 인정되면 일본은 한정적으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답변은 대만 유사시에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답변을 철회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는 대변인 브리핑과 주중 일본대사 초치로 항의했다. 11월 14일 밤에는 외교부와 주일 중국대사관·총영사관 명의로 「중국 공민은 최근 일본 방문을 피하라(提醒中国公民近期避免前往日本)」는 공지가 나왔다. 이튿날 문화여유부가 이를 인용해 중국 관광객에게 최근 일본 여행을 피하라고 알렸다.

첫 공지가 든 이유는 두 겹이다. 먼저 일본의 치안 불안과 중국 공민을 겨냥한 범죄다. 이어서 "최근 일본 지도자가 공공연히 대만 관련 노골적 도발 발언을 했다(近日,日本领导人公然发表涉台露骨挑衅言论)"며, 이것이 재일 중국인의 신변에 중대한 위험을 가져왔다고 적었다. 다카이치 총리의 이름은 없다. '보복'이나 '제재'라는 말도 없다. 중국은 이 조치를 안전 문제로 설명했다. 이를 경제적 압박으로 보는 것은 일본과 서방 분석가들의 해석이다.

형식도 따로 볼 필요가 있다. 제목의 핵심어는 주의 환기(提醒)다. 금지(禁止), 중단(暂停), 제한(限制) 같은 단어는 없다. 여행사에 일본 상품 판매를 멈추라는 행정명령도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 매체가 쓰는 '한일령(限日令)'은 매체와 업계가 붙인 이름이다. 다만 권고 자체는 두 부처가 공식 사이트에 올린 정식 문서다. 이듬해 1월 수출통제에는 다른 형식을 썼다. 상무부는 2026년 1월 6일 「공고 2026년 제1호」로 일본의 군사 사용자와 군사 용도로 가는 이중용도 물품 수출을 금지했다. 수출통제에는 법령에 근거한 공고(公告)를, 관광에는 주의 환기를 쓴 셈이다. 이 형식은 관광객 감소를 국민의 선택으로 서술할 여지를 남긴다.

권고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 영사서비스망의 안전 알림 목록에는 제목에 '일본'이 든 공지가 네 건 있다.

게시일제목(원문)우리말
2025년 11월 14일提醒中国公民近期避免前往日本중국 공민은 최근 일본 방문을 피하라
2025년 12월 11일再次提醒:中国公民近期避免前往日本재차 알림: 중국 공민은 최근 일본 방문을 피하라
2026년 1월 26일提醒中国公民春节期间避免前往日本중국 공민은 춘절 기간 일본 방문을 피하라
2026년 3월 26일提醒中国公民近期避免前往日本중국 공민은 최근 일본 방문을 피하라

자료: 중국 외교부 중국영사서비스망 '안전 알림' 목록(2026년 9월 21일 확인). 첫 공지는 주일 중국대사관 게재일 기준.

네 번째 공지는 첫 공지와 제목, 권고 문장, 명의가 모두 같다. 달라진 것은 이유다. 3월 공지에는 '일본 지도자'도 '대만'도 나오지 않는다. 대신 3월 24일 일본 자위대 현역 장병 한 명이 흉기를 들고 담을 넘어 주일 중국대사관에 침입한 사건을 들었다. 공지는 이 사건이 중국 외교관의 신변과 외교시설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했다고 적었다.

일본 측 설명도 있다. NHK는 이 24세 육상자위관이 체포된 뒤 협박죄로도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중국에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보도됐다. 일본 당국이 자위관 개인을 체포해 기소한 사건이다.

권고의 강도는 그대로다. 명시된 이유는 바뀌었다. PRISM이 9월 21일 확인한 중국 외교부 영사 안내 목록에는 3월 26일 이후 일본 관련 추가 공지도, 해제 공지도 없다. 권고문에는 끝나는 날짜가 없다. '최근(近期)'이라는 말이 있을 뿐이다. 권고 이후 방일 중국인은 급감했다. 다만 둘 사이의 인과를 중국 정부가 공식 확인한 바는 없다.

반사이익의 그림자

한국 매체가 반사이익을 말할 때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중일 갈등의 비용이 한국으로 넘어오는 통로다. PRISM이 확인한 통로는 두 갈래다.

중국산 소재가 일본으로 갈 때

첫째는 상무부 공고 2026년 제1호다. 네 문장짜리 공고의 세 번째 문장은 국경 밖을 향한다. "어느 국가·지역의 조직과 개인이든 위 규정을 위반해 중국산 이중용도 물품을 일본의 조직·개인에게 이전하거나 제공하면 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추궁한다." 특정 국가를 지명하지는 않았다. 금지 대상도 일본의 군사 사용자와 군사 용도, 일본의 군사력 증강에 도움이 되는 최종 사용자와 용도로 한정된다. 원산지가 바뀔 만큼 가공한 제품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벌칙이 무엇인지는 공고에 없다.

빈칸은 해석이 채우고 있다. 독일 로펌 GVW는 1월 분석에서 이 조항의 범위를 넓게 봤다. 비중국 기업이 중국 밖에서 중국산 이중용도 품목을 일본에 넘겨 이 조치를 어기면, 중국법상 책임이 생길 수 있다는 해석이다. 동시에 공식 시행 지침이 없어 해석은 잠정적이라고 적었다. 김·장 법률사무소는 1월 21일 보고서에서 중국의 2026년 이중용도 통제 목록을 짚었다. 희토류 일부, 갈륨, 게르마늄, 흑연과 반도체·집적회로 등이 들어 있다며 공급망 컴플라이언스 점검을 권했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상무부 대변인은 1월 8일 브리핑에서 민수 용도의 거래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이 이 조항으로 조치를 받은 사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일본인 멤버가 있는 K팝 그룹

둘째는 무대다. 지난해 12월부터 중화권에서 K팝 행사 취소와 불참이 잇따랐다. 일본인 멤버 사쿠라와 카즈하가 속한 르세라핌의 상하이 팬사인회(12월 14일)가 취소됐고, 주최 측은 불가항력적인 사유를 들었다. MBC '쇼! 음악중심 in 마카오'는 개막 열흘 전인 1월 28일 취소가 발표됐다. 2월 홍콩 드림콘서트는 무기한 연기됐다. 행사는 열렸는데 일본인 멤버만 빠진 무대도 있다. 지난해 12월 항저우 팬미팅에서는 CLOSE YOUR EYES의 켄신이, 올해 2월 마카오 공연에서는 RIIZE의 쇼타로가 무대에 서지 못했다.

어느 공식 발표도 일본인 멤버나 비자를 사유로 적지 않았다. 원인에 관한 설명은 가요계의 관측과 관계자 발언 수준이다. '한일령'이라는 말도 이 무렵 한국 연예 매체의 제목에서 되풀이됐다. PRISM이 열람한 중국 정부 문서에서는 이 말도, 일본 국적 아티스트의 공연을 제한하는 지침도 찾지 못했다. 올해 2월 이후 일본인 멤버와 연결된 사례는 PRISM 취재에서 더 확인되지 않았다.

분기점: 10월, 11월, 12월

이 기사가 나가는 9월 22일, 일본은 닷새 연휴의 막바지에 있다. 곧이어 한국의 추석 연휴(9월 24~27일)와 중국의 중추절 연휴(9월 25~27일)가 오고, 10월 1일부터 7일까지 중국의 국경절 연휴가 이어진다. 중추절과 국경절 사이 사흘만 연차를 쓰면 13일을 쉴 수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 연휴 흐름에 맞춰 9월 19일부터 10월 11일까지 '서울환대주간'이 열린다. 국경절의 성적표는 10월 통계에 찍힌다.

11월 18~19일에는 중국 선전에서 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닛케이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7월 27일 이 회의를 "기대하고 있다"며 "중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말했다. 일중 간에 우려와 과제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상회담 개최 여부는 발표되지 않았다. 두 정상이 처음 만난 곳은 지난해 10월 31일 한국 경주 APEC이었다. 닛케이는 이 회담에 '호혜를 재확인'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국회 답변은 그 일주일 뒤에 나왔다. 선전은 국회 답변 이후 두 정상이 처음 마주칠 수 있는 자리다.

12월 31일에는 한국이 중국인 단체관광객에게 주는 한시 무비자가 끝난다. 지난해 9월 29일 시작한 제도를 법무부가 올해 6월 연말까지 늘렸다. 여행신문에 따르면 올해 6월 21일까지 이 제도로 입국한 중국인은 10만4369명, 이탈률은 0.02%였다. 법무부는 시행 기간을 "우리 국민에 대한 중국의 무비자 입국 허용 기간과 동일하게"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한국인에게 주는 무비자 입국도 올해 12월 31일까지다. 법무부 설명대로라면 한국의 연장 여부는 중국이 내년에도 한국인 무비자를 이어 가느냐와 맞물린다. 국회에는 중국인 무비자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이 올라와 9월 14일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고, 이튿날 동의자 6만 명을 넘겼다. 12월 31일 이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섯 곳이 고른 숫자

일본 관광의 1등 손님이 3등으로 내려앉는 사이, 각 언어권 매체는 자기 질문에 맞는 숫자와 장면을 골랐다. 한국 매체는 7월 방한 중국인 77만7000명을 골랐다. 일본 방송은 14개 시장의 과거 최다를, 대만 신문은 대만·한국 관광객이 메운 빈자리를 골랐다. 중국 관영 매체는 빙점까지 식은 여행 열기를, 영어권 분석가들은 사업을 잃는 중국 기업을 골랐다. 다섯 곳 모두 사실인 재료를 골랐다.

각 독법의 맞은편에도 숫자는 있다. 서울 면세점의 7월 외국인 매출은 전월보다 12.6% 줄었다. 8월 방일객 전체는 1년 전보다 9.6% 줄었다. 그 8월에도 중국인 41만8000명이 일본에 갔다. 중국 외교부의 권고문에는 여전히 끝나는 날짜가 없다. 중국의 국경절 연휴까지는 이제 열흘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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