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이름을 지운다는 것
세사르 차베스 성범죄 폭로로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차베스 기념일 명칭을 변경하기로 했다. 운동의 아이콘이 가해자였을 때, 우리는 그 유산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영웅의 이름이 새겨진 거리 표지판을 떼어낼 때, 우리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되찾는가.
2026년 3월 20일,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매년 3월 31일로 지정된 '세사르 차베스 데이(Cesar Chavez Day)'의 명칭을 '농장 노동자의 날(Farmworkers Day)'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이 결정은 하루 전인 19일,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한 편의 기사에서 비롯됐다.
무슨 일이 있었나
뉴욕타임스는 전국 농장 노동자 연합(UFW)의 창립자이자 1960년대 라틴계 민권 운동의 상징인 세사르 차베스가 어린 소녀 두 명을 성적으로 학대했다고 보도했다. 피해자 데브라 로하스는 학대가 시작됐을 때 12세였고, 아나 무르기아는 13세였다. 두 사람 모두 처음으로 공개 증언에 나섰다.
더 충격적인 것은 차베스의 오랜 동료이자 그 자신도 노동 운동의 상징인 돌로레스 우에르타의 증언이었다. 현재 95세인 우에르타는 1960년 차베스가 자신을 성적으로 압박하고 조종했으며, 1966년에는 강간했다고 밝혔다. 두 번의 만남은 모두 임신으로 이어졌고, 우에르타는 두 딸을 다른 가정에 입양 보냈다. 그녀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두 딸과 재회해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다고 전했다.
차베스는 1993년 사망했다. 그의 이름은 현재 미국 전역의 수많은 거리, 공원, 학교에 새겨져 있다. 캘리포니아, 텍사스, 콜로라도, 애리조나 등 4개 주가 그의 기념일을 공식 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왜 지금인가 — 그리고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
다트머스 대학 역사학 교수이자 차베스 전기 『From the Jaws of Victory』의 저자 맷 가르시아는 이 폭로가 갑작스럽게 나온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피해자들은 이미 2021년 그를 통해 뉴욕타임스와 접촉했다. 가르시아 교수 자신도 2012년 저서에서 차베스의 혼외 관계를 일부 공개한 바 있다.
왜 피해자들은 그토록 오래 침묵했을까. 가르시아 교수는 UFW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지목한다. 차베스는 자신이 '배신자'로 규정한 사람들을 조직적으로 숙청했다. 'The Game'이라 불린 내부 프로그램에서는 구성원들이 서로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거짓 비난을 퍼붓는 행위가 장려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피해 사실을 말한다는 것은 곧 운동 전체의 적이 된다는 의미였다.
피해자들은 침묵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침묵을 강요받은 것이다.
영웅의 유산을 어떻게 다뤄야 하나
폭로 이후 반응은 빠르게 갈렸다. 캘리포니아주는 기념일 명칭 변경을 선언했다. 텍사스 샌안토니오의 '세사르 E. 차베스 유산 및 교육 재단'은 조직 자체를 해산했다. 프레즈노 주립대는 차베스 동상을 검은 천으로 덮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차베스 대신 돌로레스 우에르타를 기리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가르시아 교수는 이 역시 문제가 있다고 본다. 우에르타는 분명히 생존자이자 피해자다. 동시에 그녀도 UFW 내부의 숙청에 가담한 역사가 있다. 한 사람을 다른 한 사람으로 교체하는 방식은 같은 실수를 반복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가르시아 교수가 제안하는 방향은 다르다. 운동의 기억을 '민주화'하자는 것이다. 워싱턴주 벨링엄이든, 오리건주 우드번이든, 각 지역 공동체가 자신들의 방식으로 농장 노동자 운동을 기억하고, 그 지역에서 실제로 싸웠던 이름 없는 활동가들을 기리는 방식으로 전환하자는 제안이다.
한편 가르시아 교수는 차베스 재단과 UFW가 그의 이름으로 수십 년간 경제적 이익을 누려왔다는 점도 짚는다. 그는 와인스타인, 엡스타인 피해자들이 민사 소송을 통해 일부 배상을 받은 것처럼, 이번 피해자들에게도 법적 구제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
가르시아 교수는 이 사건을 차베스 한 개인의 범죄로만 보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민족과 인종을 불문하고, 일종의 병적 가부장제에 참여했거나 그것이 번성하도록 내버려 뒀다"고 그는 말한다.
미투 운동, 와인스타인 폭로, 엡스타인 파일. 이 사건들이 공통적으로 드러낸 것은 권력을 가진 남성이 오랫동안 견제받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차베스의 경우 그 권력은 노동 운동이라는 도덕적 명분으로 포장되어 있었기 때문에, 더 오래, 더 깊이 감춰질 수 있었다.
한국 사회에서도 이 질문은 낯설지 않다. 민주화 운동의 상징으로 추앙받던 인물이 성범죄자로 밝혀졌을 때, 우리는 어떻게 반응했는가. 운동의 가치와 운동가의 행위를 분리하는 것이 가능한가, 아니면 그 분리 자체가 또 다른 침묵의 공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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