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 인플루언서는 왜 미국의 주치의가 될 수 없었나
트럼프 대통령이 외과 레지던트 중퇴 출신 웰니스 인플루언서 케이시 민스의 공중보건국장 지명을 철회했다. MAHA 운동의 한계와 미국 보건 정책의 향방을 짚는다.
미국의 최고 의사 자리에 의사 면허가 없는 사람이 앉을 뻔했다.
지난 4월 30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짧은 글을 올렸다. 공중보건국장 후보로 지명했던 케이시 민스를 철회한다는 내용이었다. 민스는 외과 레지던트를 중도 포기한 뒤 웰니스 인플루언서로 전향한 인물이다. 그의 저서 《굿 에너지》는 가공식품과 의료 기득권을 비판하며 수백만 독자를 끌어모았고, 보건복지부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이끄는 'MAHA(Make America Healthy Again)' 운동의 사실상 교과서로 통했다.
왜 지명이 무산됐나
민스의 후보 지명은 지난 2월부터 상원에서 표류하고 있었다. 공화당 내에서도 빌 캐시디, 리사 머카우스키, 수전 콜린스 세 의원이 강한 유보 입장을 보였다. 표면적 이유는 자격 문제였다. 민스는 의사 면허가 없었고, 그의 발언들은 주류 의학계와 적잖이 충돌했다.
민스는 미국인의 만성 질환이 "영적 위기"의 산물이라고 주장했고, 사이키델릭 사용 경험을 공개적으로 밝혔으며, 살충제와 호르몬 피임약이 "생명에 대한 무례함"을 나타낸다고 발언했다. 2024년 터커 칼슨 팟캐스트에서는 신생아 B형 간염 백신의 보편적 접종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그는 "백신은 감염병 공중보건 전략의 핵심"이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반(反)백신 색채가 강한 MAHA 운동과의 연대는 상원 의원들의 우려를 가라앉히기에 역부족이었다.
민스 본인은 이날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 상태를 지키려는 세력의 승리"라고 규정했고, 세 의원을 "지금 우리 문화에서 일어나고 있는 놀라운 운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의원들"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캐시디 의원 측은 간단히 답했다. "위원회에서도, 본회의에서도 표가 없었다."
MAHA 운동, 기세가 꺾이다
민스의 낙마는 단순한 인사 실패가 아니다. MAHA 운동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다.
지난달 한 판사는 케네디의 반백신 행정 조치 여러 건에 예비 금지 명령을 내렸다. 백악관은 케네디에게 백신 관련 발언을 자제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선거 운동 막판에 "케네디가 보건 분야에서 마음껏 활동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후임 후보로는 니콜 사피어가 지명됐다.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 방사선과 전문의이자 폭스뉴스 기고자인 사피어는 케네디의 식품 피라미드 개편안을 지지하고 전유(全乳) 섭취를 옹호하는 등 일부 비주류적 견해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는 홍역·소아마비 백신을 공개적으로 지지했고, 피터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군 독감 백신 의무 접종 폐지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민스와 비교하면 확연히 주류에 가깝다.
웰니스 문화는 어디까지 정치가 될 수 있나
민스의 사례는 흥미로운 문화적 긴장을 드러낸다. 씨앗 기름 기피, 원유 예찬, 사이키델릭 치료 옹호 같은 웰니스 담론은 소셜미디어에서 수백만 팔로워를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같은 메시지가 국가 공중보건 정책의 언어가 되려 할 때, 상원이라는 제도적 관문은 전혀 다른 기준을 들이밀었다.
웰니스 인플루언서의 언어는 본질적으로 개인의 선택과 자기 최적화를 중심에 놓는다. "내 몸에 무엇을 넣을지 스스로 결정하라"는 메시지는 개인 소비자에게는 매력적이지만, 국가 단위 예방접종 정책이나 식품 규제를 다루는 공직자에게는 전혀 다른 무게를 갖는다. 민스의 좌절은 어쩌면 이 두 언어가 아직 번역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한편으로는 이런 질문도 가능하다. MAHA가 지목한 문제들—초가공식품의 범람, 만성 질환의 증가,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완전히 틀린 진단인가? 상원이 민스를 막은 것은 공중보건의 수호인가, 아니면 기존 의료 체계의 자기 보존 본능인가. 이 물음에는 아직 깔끔한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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