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정치 사이에서 길을 잃은 미국 보수주의
트럼프 종교자유위원회에서 해임된 캐리 프레진 볼러 사건을 통해 본 미국 보수 진영 내 반유대주의와 반시온주의의 혼재 양상
24시간 만에 소셜미디어 팔로워가 20배 증가한 여성이 있다. 캐리 프레진 볼러, 전 미스 캘리포니아 출신 인플루언서는 트럼프 종교자유위원회 청문회에서 "반시온주의는 반유대주의와 다르다"며 격론을 벌인 후 해임됐다. 하지만 그녀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청문회장에서 벌어진 일
지난 화요일 워싱턴에서 열린 종교자유위원회 제5차 청문회는 반유대 편견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보통 이런 정부 위원회 회의는 조용하고 형식적으로 진행되지만, 볼러는 달랐다.
그녀는 참석자들에게 반시온주의에 대한 견해를 집요하게 물었고, 다른 패널리스트들이 캔디스 오웬스와 터커 칼슨 같은 인기 팟캐스터들을 반유대주의자라고 부르는 것에 불만을 표했다. "모든 사람이 반유대주의자인가요!"라고 외치는 그녀의 모습이 담긴 영상은 순식간에 바이럴됐다.
전 하원의원 마조리 테일러 그린은 "나는 그녀 편이다"라고 선언했고, 볼러는 소셜미디어에서 자신을 옹호하며 오웬스의 주장을 리포스트했다. 오웬스는 두 여성이 "오컬트 바알 숭배자들을 위해 무고한 아이들의 대량 학살과 강간을 지지하기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공격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앙과 정치 사이의 딜레마
볼러는 자신의 입장을 신앙으로 설명한다. "기독교도인 나를 반유대주의로 비난하는 것은 반기독교적"이라는 것이다. 지난 4월 가톨릭으로 개종한 그녀는 시온주의가 자신의 가톨릭 신앙과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바티칸은 오랫동안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고 2국가 해법을 지지해왔다. 현 이스라엘 정부 입장과는 다르지만, 동시에 이스라엘의 존재권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볼러의 논리에는 모순이 있다. 그녀는 반시온주의와 반유대주의를 구분하려 하지만, 자신이 옹호하는 인물들의 발언을 들여다보면 그 경계가 모호해진다.
선을 넘은 발언들
캔디스 오웬스는 최근 1862년 율리시스 그랜트 장군이 유대인들을 군사 지역에서 추방한 결정을 칭찬했다. 링컨 대통령이 곧 이를 철회했고 그랜트도 나중에 이를 부인했지만, 오웬스는 그렇지 않았다.
"유대 우월주의자들이 미국 남북전쟁과 모든 관련이 있다"며 "그들은 거짓 변증법, 북부 대 남부, 좌파 대 우파를 만드는 데 뛰어나다"고 그녀는 말했다.
더 나아가 오웬스는 미국 유대인들이 아프리카 노예무역을 통제했다는 역사학자들이 반복적으로 반박한 음모론도 퍼뜨렸다. "유대인들이 우리를 거래하던 사람들이었다. 유대인들이 노예무역을 통제했다"는 식이다.
회피하는 대화
기자가 볼러에게 이런 발언들에 대해 묻자, 그녀의 태도는 급변했다. 이스라엘 비판에 대해서는 명확했던 그녀가 갑자기 모호해졌다.
"내가 직접 들은 것 중에는 반유대주의적인 것이 없었다"고 반복하며, 해당 발언의 전체 맥락을 들어보겠다는 제안도 거절했다. "가정 게임은 하지 않겠다"며 대화를 피했다.
오웬스가 "탈무드 유대인들이 우리를 동물로 생각하고 우리를 소유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거나 이스라엘이 9·11 테러와 케네디 대통령 암살에 연루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아예 답변을 거부하고 통화를 끊어버렸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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