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조 달러 잠든 자산을 깨우는 실험이 시작됐다
세계 최대 금융회사들이 영국 국채를 토큰화해 실시간 국경간 거래를 성공시켰다. 300조 달러 규모 자산 활용도 혁신의 신호탄일까?
세계 금고에는 300조 달러 규모의 고품질 자산이 잠들어 있다. 하지만 실제로 담보로 활용되는 건 고작 28조 달러, 전체의 11%에 불과하다. 나머지 272조 달러는 왜 잠들어 있을까?
시차가 만든 272조 달러 손실
DTCC, 유로클리어, 시타델 시큐리티즈 등 글로벌 금융 거대기업들이 최근 캔톤 네트워크에서 영국 국채를 토큰화해 실시간 국경간 거래를 성공시켰다. 2조 달러 규모의 영국 국채(길트) 시장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기존 금융시장에서 국경을 넘나드는 증권 거래는 며칠 전 미리 계획해야 한다. 결제 주기, 일괄 처리, 마감 시간 때문이다. 런던이 잠들면 뉴욕도 기다려야 하고, 뉴욕이 쉬면 도쿄도 손을 놓는다.
디지털 애셋의 켈리 마테이슨 최고사업개발책임자는 "실질적으로 언제든 활용할 수 있는 고품질 유동 자산의 양이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24시간 깨어있는 금고
이번 거래에서 주목할 점은 두 가지다. 첫째, 영국 파운드가 아닌 다른 통화로 토큰화된 길트를 교환한 최초 사례다. 둘째, 이자와 위험 조건을 스마트 계약에 직접 내장했다.
트레저리스프링이 개발한 이 스마트 계약은 복잡한 금융 조건을 코드로 자동화했다. 인간의 개입 없이도 이자 계산부터 위험 관리까지 처리한다.
블록체인 기반 거래의 핵심은 실시간성이다. 전통적인 일괄 결제 방식과 달리, 자산 소유권이 즉시 이전된다. 금융회사들은 대차대조표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더 많은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한국 금융회사들의 숙제
국내 금융회사들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이런 기술 혁신에 뒤처질 수 없다.
특히 한국의 1,900조원 규모 가계부채 상황에서, 담보 자산의 효율적 활용은 더욱 중요해진다. 부동산에 집중된 담보 구조를 다변화하고, 유동성을 높이는 데 토큰화 기술이 해답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가상자산을 투기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금융당국이 토큰화 기술의 잠재력을 어떻게 평가하고 규제 프레임워크를 설계하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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