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키운 '과장 마케팅'의 역사, 그리고 AI 시대의 재등장
19세기 플로리다 늪지 분양부터 현재 AI 데이터센터까지, 미국 경제성장을 이끈 '부스터리즘'의 명암을 살펴본다.
27만 명이 3시간 만에 구매한 300개의 부동산. 1924년 플로리다 탬파베이에서 벌어진 일이다. 문제는 이 모든 부동산이 바다 밑에 잠겨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부스터리즘(boosterism)'이다. 현실보다 앞서 미래를 팔고, 희망을 경제전략으로 삼는 공격적 마케팅 방식. 미국은 이런 방식으로 200년 넘게 성장해왔다.
과장이 만든 미국의 기적
부스터리즘은 단순한 허풍이 아니다. 실제로 미국 역사를 바꿔놓은 강력한 도구였다.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는 대표적 성공사례다. 2700만 명이 방문했는데, 이는 당시 미국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숫자였다. 박람회용으로 지은 건물 대부분은 사라졌지만, 시카고는 이를 통해 주요 도시로 자리잡았다.
로스앤젤레스도 마찬가지다. 1920년대 LA 상공회의소는 매년 수십만 장의 홍보 브로셔를 뿌렸다. 결과는? 1900년 10만 명이던 인구가 1930년 120만 명으로 12배 증가했다.
하지만 성공 뒤에는 항상 대가가 따랐다. 원주민 땅을 빼앗은 1862년 홈스테드법, 존재하지도 않는 마을을 광고한 19세기 신문들. 부스터리즘은 성장을 가져다주는 대신 위험을 감추고, 피해자를 외면했다.
AI 시대, 똑같은 공식의 재등장
2026년 현재, 부스터리즘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엔 AI와 데이터센터가 주인공이다.
구글이 오하이오주 사이오토 카운티에 10억 달러 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을 발표했다. 흥미롭게도 이곳은 1787년 미국 최초의 부동산 사기극이 벌어진 바로 그 지역이다.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
AI 기업들의 논리는 19세기와 동일하다. '자동화가 일자리를 파괴하는 것보다 더 많이 창출할 것', '데이터센터가 지역경제를 살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회의론자들은 전력망 문제나 일자리 감소를 지적하지만, '발전을 가로막는 러다이트'로 치부된다.
아마존 제2본사 유치전쟁도 같은 맥락이다. 2017-2018년 수백 개 도시가 세금 감면과 각종 혜택을 제시하며 경쟁했다. 결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이 승리했지만, 과연 모든 약속이 지켜졌을까?
승자와 패자, 그리고 한국의 선택
부스터리즘의 가장 큰 문제는 혜택과 비용의 불균등한 분배다. 오스틴은 실제로 성공했지만, 기존 주민들은 치솟는 집값에 밀려났다. 약속된 일자리는 대부분 외지인들의 몫이 되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각 지자체가 앞다퉈 AI 특구, 데이터센터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과연 누구를 위한 발전인지 물어봐야 한다. 삼성, LG, 네이버 같은 대기업이 주도하는 AI 투자에서 중소기업과 일반 시민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1928년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미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빈곤 퇴치에 가까워졌다"고 선언했다. 몇 달 후 대공황이 터졌다. 과도한 낙관론의 위험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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