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의 정체성 위기, 안전자산인가 투기수단인가
블랙록이 경고한 비트코인 레버리지 거래의 문제점. 과도한 파생상품 거래가 비트코인의 안전자산 이미지를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
10월 10일, 사소한 관세 뉴스 하나에 비트코인이 20% 폭락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디지털자산 책임자는 이 현상을 보며 경고등을 켰다.
블랙록이 본 비트코인의 딜레마
로버트 미치닉 블랙록 디지털자산 부문 책임자는 뉴욕에서 열린 비트코인 투자자 위크 컨퍼런스에서 직설적으로 말했다. "비트코인이 점점 '레버리지를 건 나스닥'처럼 거래되고 있다"고.
그의 우려는 구체적이다. 비트코인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할 작은 뉴스들이 연쇄 청산(cascading liquidations)을 일으키며 가격을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레버리지를 활용한 파생상품 거래의 급증이다.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
흥미롭게도 미치닉은 ETF가 변동성의 주범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블랙록의 iShares 비트코인 ETF(IBIT)는 월스트리트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상품 출시 중 하나로 평가받지만, 정작 시장 불안정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이다.
"시장이 격동했던 한 주 동안 우리 펀드에서는 0.2%만 환매됐다"며 "만약 정말 헤지펀드들이 ETF를 통해 대량 매도를 했다면 수십억 달러가 빠져나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그가 지목한 진짜 범인은 무기한 선물 플랫폼들이다.
기관투자자들의 고민
미치닉의 진단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기본 가치 제안은 여전히 견고하다. "전 세계적이고, 희소하며, 탈중앙화된 화폐 자산"이라는 특성 말이다. 하지만 단기 거래 패턴이 문제다.
보수적인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포트폴리오 헤지 수단으로 보려면, 안정성이 핵심이다. 그런데 현재의 변동성은 이런 기대와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레버리지 나스닥처럼 거래된다면 도입 장벽이 훨씬, 훨씬 높아진다"는 게 그의 경고다.
한국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도 파생상품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다. 업비트, 빗썸 등에서 제공하는 레버리지 상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 투자자들도 이런 변동성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은 '동학개미'로 불리며 적극적인 투자 성향을 보이는데, 레버리지 거래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블랙록의 경고는 결국 우리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기자
관련 기사
나스닥이 비트코인 현금결제 옵션 상품 QBTC를 조건부 승인받았다. 계약 1개당 BTC 1개 규모로, CME 대비 5분의 1 수준. 소액 투자자와 기관의 헤지 접근성이 달라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란 평화협정 협상 타결을 발표하자 비트코인이 74,000달러에서 76,700달러로 급반등했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 암호화폐 시장에 미치는 의미를 분석한다.
비트코인 채굴풀 F2Pool 공동창업자 청 왕이 스페이스X 최초 화성 상업 유인비행 미션 커맨더로 선정됐다. 암호화폐 자산 3억 달러, 해시레이트 11%를 쥔 인물이 왜 2년간 우주로 떠나는가.
이란 경제부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비트코인으로 통행료를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제재 우회와 암호화폐가 만나는 지점, 그 파장을 짚는다.
의견
이 기사에 대한 생각을 나눠주세요
로그인하고 의견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