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딩스푼즈, 11조원 가치의 숨은 거인이 인터넷을 재편하는 법
미팅업, 에버노트, 위트랜스퍼를 차례로 인수한 벤딩스푼즈. 11조원 가치의 이 이탈리아 기업은 어떻게 인터넷의 유명 브랜드들을 조용히 장악하고 있을까?
10억 명이 사용하는 서비스들의 배후에 당신이 모르는 회사가 있다. 벤딩스푼즈라는 이름의 이탈리아 기업이다.
에버노트로 메모를 정리하고, 미팅업에서 모임을 찾고, 위트랜스퍼로 파일을 보낸 경험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이 회사의 고객이다. 지난 12월 5억 달러에 이벤트브라이트 인수를 발표하며 다시 한번 주목받은 벤딩스푼즈는, 조용히 인터넷의 유명 브랜드들을 하나씩 품에 안고 있다.
실패한 스타트업에서 11조원 기업으로
벤딩스푼즈의 시작은 화려하지 않았다. 2011년 테크크런치 디스럽트에 참가했던 코펜하겐 스타트업 에버테일의 잔해에서 탄생했다. 사진 공유 앱 윙크로 시드 투자를 받았지만 실패했고, 창업자들과 몇몇 직원만이 남아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12년이 지난 지금, 이 회사는 11조원 가치의 유럽 테크 데카콘(100억 달러 이상 기업)이 되었다. 지난 10월 2700억원 투자 유치와 4400억원 규모의 기존 주주 지분 매각을 통해 평가액이 28조원에서 11조원으로 급등했다. 4명의 공동창업자는 모두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인수 후 구조조정, 그리고 논란
벤딩스푼즈의 전략은 명확하다. 인기는 있지만 성장이 정체된 디지털 서비스를 인수한 뒤, 효율성을 높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에버노트 인수 후에는 대규모 해고와 함께 무료 서비스를 대폭 축소했다. 위트랜스퍼 인수 후에도 직원 감축과 무료 플랜 제한이 이어졌다. 급기야 위트랜스퍼 공동창업자 날든은 지난해 12월 벤딩스푼즈를 비판하며 새로운 파일 전송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필믹 인수 후에는 아예 전 직원을 해고했다. 최근 비메오 인수를 완료한 후에도 해고가 이어지고 있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보도했다.
다음 타겟은 누구인가
벤딩스푼즈의 인수 행진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올해에만 경로 계획 앱 코무트와 업무 관리 소프트웨어 하베스트를 인수했다. 13조 8000억원에 비메오를, 비공개 금액으로 AOL을 인수하기로 했다.
AOL은 여전히 전 세계 상위 10대 이메일 제공업체 중 하나로, 800만 명의 일일 사용자와 3000만 명의 월간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벤딩스푼즈는 밝혔다.
회사는 현재 밀라노 본사를 중심으로 런던, 마드리드, 바르샤바에 오피스를 두고 400~500명의 직원('스푸너'라고 부른다)을 고용하고 있다. 추가 인수를 위한 채용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벤딩스푼즈 모델의 명암
벤딩스푼즈는 자신들이 단순한 사모펀드와 다르다고 강조한다. "영원히 보유하는 것이 목표이며, 인수한 사업을 매각한 적이 없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인터넷 유물을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그들이 인수한 서비스들은 여전히 3억 명의 월간 사용자와 1000만 명의 유료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효율성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사용자와 직원들에게는 다른 이야기다. 사랑받던 서비스의 무료 기능이 축소되고, 일자리가 사라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달갑지 않다. 특히 이벤트브라이트 인수 건에서는 주주들이 의결권 문제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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